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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01. 2025

네루다의 <카지노 쿠폰 책

카지노 쿠폰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


- <카지노 쿠폰 책 44 전문




1.

나이가 드니아침잠이 없어졌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네루다의 시집을 읽는다. <카지노 쿠폰의 책. 송악도서관에서 빌린, 정현종이 번역한, 네루다의 마지막 시집. 네루다는 1904년에 태어나 1973년 69세의 나이로 타계한다. 이 시집은 만년에 살다가 임종을 맞은 이슬라 네그라 바닷가에서 쓴 것이다. 죽음을 앞둔 노년의 시인은 자신의 삶을, 자연을, 인간사회를, 특히 바다를 회상하며 카지노 쿠폰을 던진다. 모두 316개의 카지노 쿠폰을. 총 74개의 시인데, 한 시당 평균 4개의 카지노 쿠폰이 달렸다,


2.

나이가 들면 카지노 쿠폰이 없어진다는데, 나이가 들어 카지노 쿠폰의 시를 썼으니 네루다는 평생 어린이와 함께,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가? 시집을 번역한 정현종 시인은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말은 남겼다.


"모든 뛰어난 예술작품은 꼭 물음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물음표와 감탄사의 숲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술을 감상(체험)하는 것은 카지노 쿠폰과 경이의 숲을 헤매는 일이라고 해도 좋을 터이다."(162쪽)


카지노 쿠폰과 경이라. 글을 쓰는 이유가 되는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카지노 쿠폰을 던지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가? 네루다의 시집은 나에게 경이인가? 삶이 온통 카지노 쿠폰과 경이 아니던가?


3.

읽으며 내가 느낌표를 찍은 카지노 쿠폰 몇 개를 소개한다. 괄호의 쪽수는 페이지가 아니라 시의 번호이다. 이 시집은 제목이 번호다.


"내가 죽었는데 그걸 모른다면 / 누구한테 그 시간을 물어보지?" (2)


"빗속에 서 있는 기차처럼 / 슬픈 게 이 세상에 또 있을까?" (3)


"학교에 늦은 참새들한테는 / 무슨 일이 일어날까?" (7)


"고양이는 얼마나 많은 카지노 쿠폰을 갖고 있을까?" (8)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 /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9)


"내 피를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 내 시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10)


"가을은 그렇게 많은 노란 돈으로 / 계속 무슨 값을 지불하지?" (11)


"버려진 자전거는 어떻게 / 그 자유를 얻었을까?" (15)


"너무 늦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낫지 않나?" (20)


"나비가 변신을 한다면 / 그건 나는 물고기가 될까?" (23)


"누구한테 어볼 수 있지 내가 /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31)


"파블로 네루다라고 불리는 것보다 더 / 어리석은 일이 인생에 있을까?" (32)


"우리의 삶은 두 개의 모호한 명확성 / 사이의 터널이 아닐 것인가?" (35)


"결국 죽음은 / 끝없는 부엌이 아닐 것인가?" (36)


"나무가 하늘과 대화할 수 있기 위해 / 땅에서 배운 게 무엇일까?" (41)


4.

마지막으로 시 하나만 더 인용하고 끝내자. 가파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던지려고.


내가 비다를 한 번 더 볼 때

바다는 나를 본 것일까 아니면 보지 못했을까?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카지노 쿠폰과

똑같은 걸 나한테 물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그다지도 낭비적인

열정으로 바위를 때릴까?


그들은 모래에게 하는 그들의 선언을

되풀이하는 데 지치지 않을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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