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우아하게 육아하고 싶다고오오!'
괄호 열고, 카톡 이모티콘 어피치가 바닥에 누워 팔다리를 휘저으며 떼를 쓰는 듯, 괄호 닫고.
"엄마 코! 엄마 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들의 우렁찬 외침에, 딸내미와의 꽁냥꽁냥 종이접기 시간은 또 반강제로 끝났다. 해줄 때까지 계속 소리를 지르는 통에 애미는 불호령 떨어진 쇤네처럼 후다닥 또 아들 옆에 가서 눕는다. 눼눼, 코 대령했습니다요 도련님.
저 말인즉슨 '엄마, 나 엄마의 콧바람을 느끼고 싶어요. 내 옆에 와서 콧바람 킁킁해줘요.'란 뜻이다. 하, 하다 하다 내 콧바람까지 사랑하는 아드님이시다. 이 놈의 인기. 훗.
감각이 예민한 자폐성 장애의 특징으로,듣거나 보기 힘든 감각들이 들어오면 귀를 막거나 소리를 지르며 힘듦을 표현하는데... 호불호 강한 상남자답게 본인이 원하는 감각 역시 확실하시다.
아빠도 안된다. 온리유!엄마의 콧바람에만 꽂혔다.엄마! 빨리 와서 내얼굴에 콧바람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해줘라, 이 말이다.동물농장에 가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당근을주고 쓰다듬다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콧바람을 느끼고 반해버린 이후로, 애미인 나는 상시 대기,실내용 염소가 된 셈이다. 음메에에에. 하하.
11살, 50킬로가 넘는 아들 옆에 찰싹 붙어 흥흥흥, 킁킁킁 콧바람을 불어주는 모습이란... 눈꼴사나운 애정 행각 같기도, 해괴망측한 놀이 같기도... 또르륵.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 아들이 본인이 원하는 감각을 저리 또렷하게 표현을 해줬단 말이다. 내 앞에서 깔깔 거리며 웃고 진한 눈빛을 마구마구 발사해 준단 말이다.
오늘도 난 기꺼이 염소가 된다. 염소가 대수냐. 강아지도 됐다가 사자도 됐다가 성대모사 혼을 끌어모아 동물농장 원맨쇼가 시작된다. 크크.
책장을 넘기며 수학 문제를 함께 푸는 우아한 육아는 아니다만... 이 시간 너와 내가 웃으며찐하게 교감했으니, 너의 감각이 안정화되었으니, 단답식 말일지언정 티키타카가 됐으니... 비싼 감각통합, 놀이치료, 언어치료를 애미인 내가 몸소해 줬다며 스스로를 칭찬한다. 쓰담쓰담.
아들아, 그래도 3년째 염소는 너무한다 싶으니 레퍼토리를 좀 바꿔보자. 부탁한다.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