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락추 Apr 28. 2025

락추_2부 : 락추의 어린 시절

돗대 젓가락 그리고 날개

2부 : 락추의 어린 시절




소리가 자신의 서산시절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는 순간 갑자기 기태가 밖에서 똑똑하며 룸으로 들어왔다. 기태는 굉장히 자신 있고 과장된 말로 “형님 오늘 진짜 에이스 나왔는데 소리랑 날개로 두 명 앉히시죠?”라고 했다.

“됐어..” 락추는 굳이 날개는 필요 없다는 듯이 말했다.

기태는 끊질기게 한 시간만 앉혀주면 안 되냐고 요새 장사도 안된다며 계속 랑추에게 푸시했다. 마음이 약한 락추는 그럼 한 시간만 앉혀도 되냐고 소리에게 허락을 구했다.

소리는 “전 상관없어요..”라며 냉소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분도 되지 않아 또 다른 뮤직매니저 나리가 들어와 바로 락추 옆에 앉았다.

락추는 날개(소리와 나리)를 달았다.

인생이 추락하는 락추에게 날개가 달렸다.

그 날개로 락추는 날 순 없었다.

거기엔 하늘이 없었다.

룸은 새장이었다.

헛수고였다.


나리는 달라붙는 가슴이 파인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필라테스 강사처럼 몸매가 좋았다.

피부가 굉장히 윤기 있고 청결한 느낌을 주는 고전적인 미인상이었다.


락추는 나리가 들어오자마자 말을 걸었다.

“팔짱 껴도 돼요?”

랑추에 말에 당황한 나리는 어쩔줄 몰라 했지만, 락추가 자신의 양팔로 두 팔을 팔짱을 끼며 “나 팔짱 껴도 되나고요?’라며 농을 치는 멘트와 행동한 후 나리는 살며시 얼굴에 청결한 미소를 지어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락추는 나리에게 다시 물었다.

“고향이 어디예요?

나리는 대답했다.

“익산이요.. 전라북도 익산..”

락추는 자신이 태어난 곳이 익산 옆의 군산이라고 하며 갑자기 어린 시절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락추는 사십여년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일곱살때까지 살았다.

유년기에 아버지 사업이 망해 친척이 사는 인천으로 이사왔다.

락추네는 인천에서 락추가 국민학교 3학년때까지 단칸방에 네식구가 살았다.

다세대여서 10가구 정도가 하나의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열악한 환경의 집에 살았지만 항상 밝고 긍정정인 락추는 나름 행복했다.


부모님은 고된 노동일로 바쁘셨기 때문에 독립성을 일찍 깨우친 락추는 1학년 2학기때부터 혼자 밥을 차려 먹고, 부모님이 공장에서 돌아오실때를 맞춰 상을 차려 놓는 일도 가끔 하는 일찍 어른이 되버린 눈치빠른 아이였다.

락추의 부모님은 같은 공장에 다니셨고, 가끔 하교 후 락추는 집에서 삼분거리의 먼지가 많은 부모님의 일터로 가서 놀기도 했다.


그 당시 공장의 환경은 좋지 못했다. 고무, 화공약품 냄새가 진동했으며 바닥에 먼지가 많아 물을 떨어뜨리면 표면장력으로 인해 물방울이 바닥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동그란게 맺혀 바닥을 동그르르 굴러갔다. 그게 재밌어서 락추는 공장바닥에 물을 떨어뜨리며 놀았다.

저학년때 땅과 운동장에서 노는걸 좋아했던 락추는 선행학습이 되지 않아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나머지 공부도 하고 성적이 별로 좋진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놀이감이 많지 않던 락추는 김포 친척집에 있는 친척들의 교과서와 사회과부도를 보고 놀았으며, 집에는 엄마가 사준 계몽사 백과사전 전집이 있어서 논과 밭등의 밖에서 뛰어놀지 않을때는 책을 보는 재미에 빠지곤 했다. 그런 덕에 독해력이 좋아졌는지 3학년때부터 선생님의 수업에 눈이 반짝거리며 재밌게 수업에 집중하며 성적이 쑥쑥 올라갔다.


학원 한번 다니지 않는 락추는 4학년때 처음 올백을 맞고 6학년때까지 반에서 1~3등을 유지하며 반장과 부반장등을 하며, 기본적으로 체력과 운동신경이 좋아 축구도 잘하고 익살맞고 공부도 잘하여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고학년을 보냈다.

하지만 4학년때 이상한 일을 겪는다. (그당시 한 학급에 적어도 60~70명이었다.)

공부를 잘했던 락추는 4학년때 성적순으로 5명이 후보가 되는 반장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반장이 되는 조건은 부모님중 한명이 육성회에 가입하셔야 하고, 최소 부반장이 되려면 어머니회에 가입해야 반장이나 부반장의 감투를 쓸수 있다.”

그 당시 한달 육성회 비용은 오만원, 어머니회는 한달에 만원이었다.

눈치가 빠르고 남들보다 일찍 어른이 되버린 락추는 집안의 경제 사정을 알았기 때문에 며칠 고민했다. 그래도 나서는걸 좋아하는 락추는 엄마에게 반장선거 내용을 전달 했다.


엄마의 표정을 보았다.

엄마는 말이 없었으나 학원도 한번 보내지 않은 아들래미가 기특하기도 하고 육성회나 어머니회 가입 부담의 양가적인 표정이었던 것으로 락추는 기억한다.

결국 엄마는 어머니회에 가입하셨고 락추는 반장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락추는 부반장이 되었다.

락추는 이상했다. 성적이 가장 좋고 가장 많이 표를 얻었음에도 부반장이 되었다.

만약 그 당시 엄마가 어머니회에 가입하지 못하였으면 락추는 아무 감투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순간은 락추가 처음으로 세상이 부조리 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만 하루 넘게 자지 못한 락추는 날개를 끼고 룸에서 졸았다.

일어나보니 혼자 덩그러니 룸안에 누워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린시절 기억을 하다 잠이 들었는지, 잠이 들어 어린 시절 꿈을 꿨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심한 배뇨감을 느낀 락추는 룸의 문을 열고 옆방의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룸밖의 복도에는 팔에 용이지 뱀인지 모를 푸르른 문신을 두른 건달로 보이는 청년 둘이 다투고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벙커 안 새장 속에서 잠시 나온 락추는 호기롭게 그 사이를 지나갔다.


청년 중 한명이 랑추에게 말을 걸었다.


“형~ 락추형 아니에요? 저 수윤이에요~”


....... 3부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