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던 영국 작가 엘리엇의 ‘황무지’ 시를 생각해 본다. 그는 죽음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낸다고 했고 잠든 뿌리를 깨우는 방법을 봄비로 적었다. 봄에는 겨우내 얼어붙어있던 땅을 깨우기 위해 햇빛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찬바람 속에서 바람을 피해 양지쪽에 앉아있으면 낮잠을 청하고 싶을 정도의 따뜻함을 느낀다. 엄마의 품속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햇빛으로 얼어버린 대지의 깊은 속까지 녹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땅을 얼게 한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기에 단순히 비추어주는 열만으로는 뜨거운 여름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사람 마음속 미움도 한번 용서로 상처가 아물기 어렵다고 한다. 용서한다는 말은 카지노 게임 추천 편하고 좋으나 상처를 아물게 카지노 게임 추천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어물게 카지노 게임 추천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감정을 덮는다. 상처 부위나 상처의 경중과 상관없이 완전히 감싸 감정을 차단한다. 겨울의 얼어붙은 대지의 얼어버림도 마찬가지다. 봄비가 대지를 전체적으로 촉촉이 적셔줄 때 땅의 깊이와 상관없이는 땅에 흙은 풀어지고 돌과 분리된다. 그리고 생명의 뿌리를 흔들어 겨울잠을 깨운다. 죽음의 땅이 살아 생생한 푸른 새싹을 돋아나게 할 수 있는 이치가 소리 없이 내리는 비에 있음을 난 알고 있다.
2025년 4월 13일 기상청 정보엔 강풍과 봄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봄비는 왔지만 바람은 강하지 않아 다행히 벚꽃은 나무에 달려 나들이 고객을 찾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강풍과 함께 눈보라가 아파트 창가로 보인다. 4월의 잔인함을 보여주면서 대지를 박차고 나온 새싹을 힘들게 하고 있다. 강낭콩 싹이 나오려고 흙을 갈라 땅에 금이 가게 하며 옴지락거렸다는 것이 걱정되어 밭으로 달려가 본다. 다행히 추운 걸 눈치챈 걸까 아직 땅속에서 숨어 쉬고 있다. 4월은 우리의 역사에도 힘든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1960년 4월 19일 학생혁명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그러하다. 농부가 봄비를 기다림이 애끓는 마음이라면 4월의 바람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태풍도 아니면서 삶에 피해를 은근히 많이 주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바람은 겨우내 말라 있던 낙엽을 태우며 자유롭게 날아가 산불을 분산시켜 온통 산을 황무지로 만든다. 그런가 하면 봄비는 아가씨 가슴 태우듯 살금살금 흩어지는 벚꽃처럼 내린다. 하지만 봄바람은 피 끓는 청년의 질풍 로드처럼 거칠게 불어댄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결혼한 해 4월 26일 강풍으로 신혼집 우리 방 지붕이 날아가 버려 당황했었다. 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인다고 했지만 녹은 눈이 아니라 아내와 난 눈물을 흘렸었다. 그때도 다음날 어김없이 비가 내려 우린 옆집으로 피난을 갔었다.
“여보세요?”
“네 오랜만에요. 평안하셨죠?” 봄이 되었으니 밭을 갈아주려나 싶어 전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받았다.
“바람에 농막 지붕이 날아가 옆집을 건드렸고 넘어져 있어 정리가 필요하네요. 혼자 해 보려고 하는데 어렵네요. 시간 없으시죠?” 농막이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사돈이 밭을 갈아주었는데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연락이 온 것이다. 점심도 거른 채 달려가 보니 농막으로 사용하던 창고가 기울어져 있다. 거대한 죽은 고래가 그물에 걸려 있는 모습처럼 축 늘어져 있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힘보다 두 사람의 함께함이 통했는지 농막을 일으켜 세우고 바람에 견딜 수 있게 지주대도 세울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을 누리기도 잠깐 허술한 농막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가 온다. 농부가 농작물에 도움 되는 비를 미워할 수도 없었다. 바람과 비는 의리가 좋은가 보다 항상 함께 다니는 편이다. 검은 구름을 몰고 다니는 주범이 바람이라 어쩔 수 없다.
흔들리지 않고 성장한 작물이 없고 딱딱한 흙을 뚫으며 뿌리내리지 않은 작물도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 고통과 인내가 없는 삶이 없고 한 걸음씩 배우고 비교당하며 성숙해지고 성장한다. 봄비로 얼었던 동토가 적셔지고 흐물거리게 되어 식물이 살아날 기회를 살며시 주고 있다. 새로운 생명에 도움 주는 봄비처럼 칭찬받지 않아도 박수 소리 없어도 세상에 이로운 삶을 살고 싶다. 가끔 요란한 강풍으로 마음이 속상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정도의 아픈 상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바람으로 인해 생길 고마운 비를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희망 얻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