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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nter Mar 24. 2025

지구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무 많은 것일까.

영화 "플로우(flow, 2025)"를 보고

지구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무 많은 것일까.


"플로우flow"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대사가 단 한 줄도 없는, 동물들의 소리만 나오는 애니메이션인데 어떻게 극장에 걸렸을까 신기해서 찾아보다 보러 간 영화였다. 라트비아 출신의 감독, 무료 툴로만 만든 영화, 수많은 수상 등 색다른 타이틀에 이어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무려 '인사이드 아웃 2'와 '와일드 로봇' 같은 대 문호의 작품을 꺾고 올해 3월, 이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다는 점이었다. 과연 '기염을 토했다'는 평을 받을 만한 화려한 수상경력이다.


전세 낼 줄 알았던 극장엔 그래도 제법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80여 분 동안,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흘러갔다. 우려와 달리 대사가 없음에도 역시, 지루함은 없었다.


영화를 본 후 다양한 생각이 들었지만, 메인 스토리와는 좀 거리가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영화의 주제는 '연대'이지만 그 연대는 서로 다른 종인 '동물'을 대상으로 할 뿐, 인간은 없었다는 점이다. 인간은, 어디로 갔을까. 갑자기 '고질라'의 시리즈 중 하나가 떠올랐다. 지구에 인간이 너무도 많아 지구를 망치기 때문에 인류를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괴수를 깨우는 이야기. 그리고 어벤저스. 인류의 절반을 쓸어버리기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 타노스가 결국 그 계획에 성공한다는 이야기. 플로우에서도 인간은 이미 사라진 듯하고 자연의 순환 속에서 연대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들이 어딘가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이야기의 구도가 마치 '인간 vs. 자연'인 듯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모든 것을 다시 원시의 상태로 되돌린다는 이야기. 왜 인간은 악역일 수밖에 없을까. 인간은 지구에 너무 많은 걸까. 자연 그대로의 원시 상태만이 좋은 것일까. 어디까지가 파괴이고 어디까지가 조화일까. 인간과 자연, 그리고 다른 생명체와의 연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적자생존, 먹이사슬의 관계에서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간의 조화는 늘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새드 스토리이지 싶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조화를, 연대의 모습을 꿈꿔보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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