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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뚜니의 작은방 Apr 29. 2025

실처럼 얽힌 인연, 카지노 게임 같은 선택, 비즈 같은 사랑

오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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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동대문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탄 전철, 오랜만에 서서 가는 길.

아이들은 학교에 있지만, 우리엄마들의 수다는 아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산부인과 다닌 얘기부터, 유치원 친구, 사촌 동생아이까지

다닥다닥 이어진 인연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풀려간다.

우리는 참,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동대문 1층은 실의 세상이다.



카지노 게임


가늘고 굵은 실, 까끌까끌 반짝이는 실, 형형색색의 실들이 실타래로 감겨 있다.

그 실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사람의 인생이 떠오른다.

실처럼 얽히고설킨 인연들.

누군가를 만나면 꼭 어디선가 연결되어 있는 사이.

그래서 “거짓말 못 한다”는 말이 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세상, 그게 우리 인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실타래들은 다시 태어난다.

바늘 하나, 손 하나 거치면

옷이 되고, 모자가 되고, 목도리가 된다.

마치 우리 인생이 때론 엉켜도

어디선가 다시 바르게 풀려나듯이.


2층은 카지노 게임의 세상.

카지노 게임



수많은 카지노 게임들이 나를 기다린다.

첫 카지노 게임를 잘 끼워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에도 서열이 있는 걸까?

반짝이는 카지노 게임가 더 좋은 인생을 만들어주는 걸까?


수북이 쌓인 카지노 게임들 사이에서 나는 생각한다.

똑같은 카지노 게임라도 어떤 카지노 게임를 끼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옷맵시가 달라지듯,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건 카지노 게임 탓도, 금수저 탓도 아닌

‘내가 어떤 카지노 게임를 골라 끼웠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곳 카지노 게임가게처럼, 세상엔 수많은 카지노 게임와 사람이 있다.


나는 나의 카지노 게임를 고르고, 바구니에 담고, 값을 지불한다.

특별한 나만의 카지노 게임가 된다.

그걸 잘 끼운다면 오늘 하루는 잘 산 셈이다.



5층은 비즈 천국.

딸아이의 미션을 안고 올라간다.

친구에게 줄 핸드폰 고리를 만든다며, 이니셜 비즈를 골라 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어 보내니 “싫어.”

그럼 이렇게? 하고 다시 배열해 사진을 보냈더니,

“아까 엄마가 고른 게 더 예뻐.”

톡을 보는 내 마음에서 ‘확’ 하고 뭐가 튄다.


부모는 늘 그렇다.

세상 속에서 더 좋은 것, 더 예쁜 것, 더 값진 걸 골라

아이 입에 넣고, 손에 쥐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마.”

“왜 나를 이렇게 키웠어.”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면 말한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 내 곁에 오래 계세요.

엄마, 떠나지 마세요.”


그런 말들은 나또한 울컥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딸아이가 좋아할 색과 이니셜을 조심스레 골라 가격을 말하니

딸은 “거지야?” 라고 대답한다

엄마는 미션을 수행하며 돈도 지불하고, 감정도 소모하지만,

그래도 웃는다.

남편은 전화를 걸어 “내 건 없어?” 묻는다.

“자기 거는 없어,” 말하면서도

작은 아이 핸드폰 고리 하나 더 사들고 돌아온다.


전철 안. 머리를 떨군 채 졸지만

엄마의 마음은 이미 두 딸의 웃는 얼굴을 상상하며

포근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동대문에서 나는 실과 카지노 게임와 비즈를 건져 올렸다.

그건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내 삶의 조각들이었다.

실처럼 얽힌 인연, 카지노 게임 같은 선택, 비즈 같은 사랑.

그걸 하나하나 꿰어가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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