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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준 Apr 11. 2025

06. 자꾸 부는 카지노 게임 드러난 배를 가린다

작년에 이 길에서 그런 말을 했다. 봄의 기일이 오늘임을 기억하려 한다고. 붙어있는 벚꽃잎이 얼마 없을 정도로 이미 흐드러져 밟히고 있었다. 적는 오늘, 바닥이 깨끗한 만큼 만개한 벚꽃을 일찍 보았다. 나는 엄마한테 일회성 생활비 백만 원을 받는 대가로 몇천 걸음씩 매일 걷기로 했고, 요 며칠간 흐지부지 인증샷을 보내지 못해서. 그러니까, 마지못해서 적는다. 하필 오늘 벚꽃 축제라며 플리마켓까지 한다. 자꾸 부는 카지노 게임에 드러나는 배를 가린다.


송정 벚꽃길이라고 했다. 2년 동안 성수에서 살고 있지만은 명소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오늘만큼은 명소가 맞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연인들과 가족들, 인파로 인해 방해받고 있다고 느낄 법한 달리는 사람들, 어리둥절 말티즈와 사모예드, 목발과 휠체어, 여럿과 홀로가 있다. 오늘 송정 벚꽃길 태그를 검색하면 내가 찍혀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당 적게는 둘, 많게는 다섯 개의 눈이 있다. 그것이 보이는 화살표라면 사방을 관통할 것이다. 그러니 카지노 게임에 드러나는 배를 가린다.


상쾌한 척 눈에 들인다. 벚꽃잎과 웃음들이 대부분으로, 내 걸음 속도가 지팡이 할아버지와 같다는 것, 자전거와 아기와 애견을 담는 유모차, 세 발 씽씽이의 크고 작은 바퀴, 바닥으로 막대기로 남의 손으로 찍히는 촬영, 킁킁대러 다가오는 커다란 콧구멍과 그것을 통제하는 목줄. 한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던 나는 신발장의 불빛 다음으로 자극이 세다. 산책로 끝의 벤치에 홀로 앉아 마무리 짓는다. 카지노 게임에 드러나는 배를 자꾸 가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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