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참았고, 해야 할 말에 침묵했다.
낯선 이는 말했다. 부모가 애를 잘 못 봐주어서 그래. 낯선 이는 말했다. 애가 저리 답답하게 구는데 부모 처지도 이해돼. 낯선 이는 말했다. 저런 행동은 보통 부모의 학대로 나타나. 낯선 이는 말했다. 학교 폭력을 당한 걸지도 몰라. 낯선 이는 말했다. 놀이터에 가지 않고 방에만 처박혀서 그렇지. 낯선 이는 말했다. 선생님한테 말도 안 하고 뭐 했어. 낯선 이는 말했다. 역시 선생은 손등을 때리거나 깜지 쓰라는 게 다야. 낯선 이는 말했다. 교육마저도 아주 썩어 빠졌어. 낯선 이는 말했다. 나도 4년 차 담임인데도 정말 힘들어. 낯선 이는 말했다. 거기 담임 새로 채용된 거 3년 전이던데. 낯선 이는 말했다. 구라도 정도껏, 제발. 낯선 이는 말했다. 방구석에서 배나 긁는 너보다 나아. 낯선 이는 말했다. 성도 이름도 이상하던데 진짜 빨갱인가 봐. 낯선 이는 말했다. 진짜 극우 놈들 제정신인가. 낯선 이는 말했다. 종북 좌파보단 나아. 낯선 이는 말했다. 정치질은 분탕질이야. 낯선 이는 말했다. 삭발이니 단식이니 쇼하지 마. 낯선 이는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 번호로 오빠한테 문자 줘. 낯선 이는 말했다. 사진 찍으러 지방 내려가는 건 진짜 역겨워. 낯선 이는 말했다. 비통하게 죽은 우리 군인들은 신경도 안 써. 낯선 이는 말했다. 우리는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낯선 이는 말했다. 우리 장사꾼들은 대체 뭐 먹고 살아. 낯선 이는 말했다. 우리는 이단이 아니야. 낯선 이는 말했다. 관심종자는 무관심이 답이야. 낯선 이는 말했다. 아빠가 말씀하시길 곧 전쟁이 일어난대.낯선 이는 말했다. 물가, 실업률, 출산율, 집값 다 오르는데 월급은 몇 년째 동결이야. 낯선 이는 말했다. 어차피 2012년에 어차피 세계 멸망해. 낯선 이는 말했다.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