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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준 May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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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의 눈과 쓰는 이의 손을 가지려는 스스로에게 할 말은 무엇인가. 치사량의 낭만가, 철들지 않은 사상가, 한 줌 될 사나이 그 모두 내가 된다. 흙바닥에 유언을 적는다. 내일 비가 온다고. 파도가 들이친다고. 말들은 쓸려 내려갈 것이라고. 나는 여태 하루짜리 말들을 적었다고.


비운의 천재는 이른 죽음으로 완성된다는 말은 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일 것이다. 몰라주고 무시하여 미안합니다. 그대 죽음은 우리가 죽임입니다. 나의 묘비 어쩌면 항아리 앞은 텅 비었을 것만 같아, 벌써 눈물이 솟는다. 아종(亞種)의 천재, 깊게 날숨 쉬어 침묵으로 날아간다.


벌판의 사람으로 태어나, 천천히 몸을 숙인다. 누구는 흙으로 빚었다고 했다. 누구는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고 했다. 누구는 스스로 손에 못을 박아 누구를 닮은 모습으로, 누구는 낮은 확률로 어떤 벼락을 맞아, 누구는 치사량의 낭만을 삼켰다고 했다. 고개가 바닥에 닿는다.


숨은 왜, 행운은 무엇에, 감정은 누구에게, 시간은 어떻게, 바람은 언제, 사랑은 어디에. 볼 수 없는 방향으로 까무룩, 알 수 없는 높이로 휘리릭. 읽을 수 있는 푸념은 바늘처럼 서 있어서, 고약한 냄새가 나서, 던지면 무기가 된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피해라,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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