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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것이었던 이 사람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우리는 영원할 것처럼 사랑했다. 영원할 것 같이 행복했던 시간들은 오히려 나에게 굳이 겪지 말아야 할 경험 따위를 선물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감정은 엉망진창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카지노 쿠폰와 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만났다. 카지노 쿠폰는 나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나 또한 카지노 쿠폰가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해도 될 만큼 빠른 속도로 사랑에 빠졌다.
서로 연애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었던 우리였다. 카지노 쿠폰는 여러 남자를 입맛대로 요리해 보려다가 호되게 당해서 어떤 남자든 애 아니면 개일뿐이라는 진리를 확실하게 깨달은 여자, 그리고 나는 여자를 필요 이상으로 잘 아는 남자였다.
우리는 함께 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싸우질 않았으며 그런 귀한 인연은 아마 다신 없으리라 생각한다.언제나 내가 만나왔던 여자들은 나의 바람기에 대해 걱정을 하곤 했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는 달랐다.
“온 세상 여자 다 만나고 다녀봐, 어차피 돌고 돌아도 결국 넌 나야."
나는 카지노 쿠폰를 만나면서 단 한 번도 바람(환승 본능)을 피지 않았다. 나는 카지노 쿠폰를 너무 사랑했으며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사랑에 초조하며 불안해했고, 그만큼 행복에 취해있었다. 나는 결혼 전동거라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간 여러 여자들에게 같이 살자는 제안을 수없이 받았지만 철저히 무시했다.
그런데 이 사람과는 만난 지 두세 달 만에함께 살게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이상 성욕자였으며 성적 성향, 취향까지 상성이 잘 맞았다. 나는 가학을 일삼는 것을 통해 쾌락을 얻는 사디스트였고 카지노 쿠폰는 가학을 당하는 것을 통해 쾌락을 얻는 마조히스트였다.
카지노 쿠폰는 칠삭둥이로 몸이 매우 허약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몸이 허한 카지노 쿠폰를 걱정했다.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는 카지노 쿠폰를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비로소 사랑받을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우리는 가학과 피가학을 통해 서로에게 쾌락을 선사하고 본인들의 비정상적인 욕구를 채웠다. 나는 카지노 쿠폰를 만나기 전까지 단 한 번도내가 가지고 있는 가학 성향과 본능적인 욕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를 만나면서 나의 타고난 성향에 경멸과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 정도로 카지노 쿠폰를 많이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가 되어 카지노 쿠폰를 심하게 다룬 날이면 나는 자괴감에 빠져 우울해하곤 했다. 막 다루는 것과 거칠게 다루는 것에 차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던 나라도, 카지노 쿠폰와의 행위 후 쾌락과 함께 오묘히 밀려오는 공허함에 소름이 돋았었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카지노 쿠폰에 대한 가학 성향이 줄어들었고 그럴 때마다 카지노 쿠폰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나를 끔찍하게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남자가, 이렇게까지 나를망가뜨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워. 이건 너밖에 해줄 수 없는 거야."
나는 이런말이,지금 생각해 보면한숨이 나올 정도로씁쓸하지만 당시엔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로가닮았던부분들은우리가운명이라는믿음을강하게해 주었고조금 달랐던부분들은숙명이라고여기면서 그렇게우리는열렬하게사랑했고끝없이서로를탐했다.
언제까지나 우리는어제도, 오늘도, 내일도행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날이오기전까지는말이다.
단한 번도싸움으로번지지않은단단한관계를유지했던우리였지만,결국사람인지라연인간에서운함과섭섭함정도는남들과다르지않을만큼존재했다. 그날도그랬었던것같다.
우리는 별 것도 아닌 걸로 서로에게 약간의 서운함을 느낀 상태였고 마침 내가 본가에 잠시 다녀오려고 한 날이었다. 나는 집을 나설 때 카지노 쿠폰의 얼굴도 보지 않고 말로만 인사를 나누며, 우린 그렇게 잠시 떨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집을 나서며 전화도 걸지 않았다. 내가 집에서 나올 때 카지노 쿠폰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표정이 어땠는지, 잘 다녀오라고 한 것 같은데 목소리가 어땠는지, 말투는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다음날, 카지노 쿠폰는 우리가영원히행복하리라고믿었던그집에서홀로쓸쓸하게숨을거뒀다.
나는카지노 쿠폰의언니에게서부고연락을받았다. 너무나 황당하고억장이무너졌지만침착했다.
멍하니 있다가 핸드폰을들고'아내가죽으면'이라고검색했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시절,할머니가돌아가셨을때를제외하고장례식에참석해보지않았던나는이제부터어떻게해야 할지아무것도몰랐기때문이다.
나는 본가에서 곧장카지노 쿠폰가잠들어있는병원으로출발했다. 가는길이너무 초조하고 두려웠으며도착했을때는병원에 너무빨리도착한 게 아닌가 하는느낌마저받았었다.
병원에서 마주한 카지노 쿠폰의 부모님은, 나를 카지노 쿠폰가 잠들어 있는 영안실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결혼을 한 사이도 아닌데, 구태여 이런 모습을 뭐 하러 보냐는 식의 말씀을 하셨다. 두 분은 카지노 쿠폰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을 나를 걱정해 주셨던 것이리라. 그도 그럴게, 어느새 나의 손을 꽉 움켜쥐신 카지노 쿠폰의 어머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어머님의 손을 살짝 힘을 주어 마주 잡고, 다시 살며시 놓으며 카지노 쿠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카지노 쿠폰의아버님은호통치시듯절대카지노 쿠폰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안 된다며소리치셨지만,나는아무말도하지않고아버님 쪽으로 고개를 푹 숙여 보인 뒤 다시그쪽으로 발걸음을옮겼다.
영화에서나 본 듯한 기분 나쁜 조명 아래 누워있는 카지노 쿠폰는 이미 염을 마친 상태였다. 그 어여쁜 얼굴이 창백해서 놀라웠다. 발 끝엔 촌스러운 꽃신이 놓여있었다. 나는 시체를 처음 봤기 때문에 살짝 쫄았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카지노 쿠폰의 드러난 어깨에 손을 올려보았다. 그렇게나 말랑하던 살결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슬퍼할 수도,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나를 두고 갈 수밖에 없었던 카지노 쿠폰가 더 억울하고 더 슬펐을 테니까, 나는 어떤 감정도 호소할 수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슬픔을 보여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상주 완장을 차려는 나를 보며 카지노 쿠폰의 부모님이 또다시 호통을 치셨다. 장가도 안 간 총각한테 어떻게 그걸 채우냐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의리가있지, 어떻게그래요’라며카지노 쿠폰의부모님께 정중하게 부탁드리고선3일내내카지노 쿠폰의곁을묵묵히지켰다. 혼자 멍하니, 예쁘게 나온카지노 쿠폰의영정사진을빤히바라보고있어도눈물은흐르지않았다.
조문을온사람들은목이터져라울어댔다. 나는 카지노 쿠폰를 위해 울어주던 그 많은 사람들을 보고 ‘너희들이 나보다 슬퍼?’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피곤하다는생각조차하지 못했던그시간들도 결국, 전부지나가고카지노 쿠폰를화장터에데려갔다. 카지노 쿠폰가화장터화구로들어갈때한번, 나올때한번,주변에서또다시통곡하는소리가들려왔다. 하지만 역시나 그때도나는울지않았다.
한줌가루로변해버린카지노 쿠폰를작은상자안에담는사람의표정이떠오른다. 그사람은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별생각이없어보였다. 이런상황을수없이많이겪었을 테니그들에겐 그것이당연한것이었고, 나도 이 상황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들이라며 담담한 마음을 유지하려 애썼다.
나는 카지노 쿠폰의가족들이가루로변해버린카지노 쿠폰가들어있는상자를들고,납골당에안치하는모습까지는굳이함께 보지않았다. 그저밖에서줄곧담배만태웠는데피곤해서 졸았는지, 무슨생각을했는지잘기억나지않는다.
그렇게 장례식이 끝났다. 카지노 쿠폰의 어머님은 나에게 사례를 하고 싶어 했고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카지노 쿠폰는 검색 사이트에 치면 바로 위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고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이었다.
나는그저평범한부모밑에서자란사람일뿐이었고직업도평범했다.내가카지노 쿠폰로인해얻을수있었던것들은엄청난것들이었으리라. 때문에 그사례를 거절하면서도, 카지노 쿠폰로 인해가지고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이 나,아쉽다는생각도 했던것같다.정말 나는 천상 쓰레기인 걸까?
아니, 나는 괜찮은데 주변에서 나를 그런 이유로 불쌍히 여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매우 불쾌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입장에선 나보다 나를 두고 간 카지노 쿠폰가 더 불쌍했다. 어쨌든 나는 살아있으니까.
그렇게 모든 게 끝나고 나는 카지노 쿠폰와영원히 함께 하자고 약속했던곳으로담담하게돌아왔다. 문을열고들어가는데그날전후, 느껴보지도 못했고 다시는느낄수없었던, 얼굴 근육이파르르떨리는느낌을받았다. 나는주섬주섬나의짐을챙기고우리가 함께 사용했던 침대에걸터앉았다.
별생각없이서있던때와다르게침대에앉아보니너무익숙한카지노 쿠폰의냄새가났다. 그래서였을까,나는그 익숙한 냄새가 사라질까 안절부절못하며 그자리에그렇게앉은 채,카지노 쿠폰의 체취가 가득한 이불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근데 그렇게 질질 짜서젖은 이불이 꼴 보기 싫어가지고 세탁기에 넣어 건조기까지 돌리느라, 빨리 나가고 싶었던 그 공간에 덩그러니 있었던 게 상당히 짜증 났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카지노 쿠폰가떠난후내가어떤느낌이었는지,여태껏어떻게살아왔는지카지노 쿠폰는끝내알길이없다. 상당히 분하겠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서로를 마지막으로 마주했던,내가 본가로 떠나기 전 그날 저녁 집을 나설 때 나를 바라보는 카지노 쿠폰의 표정이 어땠고 목소리가 어땠는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 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지금나는카지노 쿠폰의얼굴이가물가물할정도로카지노 쿠폰를비워내고잊었다. 하지만만약과거를돌아갈 수있다면그렇게나를떠나기전그날의카지노 쿠폰얼굴을딱한번만볼수있다면좋겠다고생각하곤한다.
언제나 감정 절제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지만 욕심도 많고, 심술도 많은 사람이라 지금도 나를 두고 홀로 먼저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분명히 심통이 잔뜩 나 있을,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던 카지노 쿠폰에게 이 글을 바친다.
어떻게든, 어떤 식으로라도 적어둬야지 했던 이 이야기를 벌써 10년 이상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적었다. 하지만 여전히 카지노 쿠폰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에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역시 나의 치졸한 심술일까?
사실, 나는 영안실에 잠들어 있는 카지노 쿠폰의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악수라도 나누고 싶었었다. 하지만 당시그럴 용기를 내지 못하고 겨우, 퍼렇게 변해버린 카지노 쿠폰 살갖에 손이나 살짝 대 본 것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쪽팔린다. 그래서 이것이 카지노 쿠폰를 당당하게 보러갈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꾸며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나를 믿어준다면 모든 것은 진짜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