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의 운동에너지
우리 주위의 물체들은 어떤 것은 뜨겁고 어떤 것은 차갑습니다. 이 뜨겁고 찬 정도를 우리는 온도라는 숫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뜨거운 물체이고 어떤 것이 차가운 물체일까요?
옛날 사람들은 수소나 산소라는 원소가 있듯이 '열소'라는 아주 가벼운 원소가 모든 물체 속에 있어서 이 열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물체는 뜨거운 것이고 조금 가지고 있는 물체는 차가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찬 물체와 더운 물체를 접촉시키면 열소가 많은 뜨거운 물체에서 열소가 적은 찬 물체로 열소가 이동하기 때문에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과학자들은 열소를 찾아내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였지요. 그러나 열소라는 원소는 가상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한참 후에 과학자들이 밝힌 열의 본질은, 열이라는 것이 어떠한 물질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물질을 이루는 작은 알갱이(원자나 분자)들의 운동상태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뜨겁고 찬 것이 구분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분자들의 운동이 느리면 느릴수록 차가운 물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온도에 해당되는 분자들의 운동이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36.5도이므로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도 이 온도에 해당하는 운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느질을 하다가 잘못하여 손가락을 찌르면 따끔하지요. 이렇게 손가락에 주는 자극의 종류에 따라서 느낌이 다릅니다. 그런데 뜨거운 물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손가락을 이루는 분자들의 운동보다 물 분자들의 운동이 더 빠르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손가락을 넣으면 손가락을 이루는 분자들이 물 분자들과 충돌 후에 운동 에너지가 커지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뜨겁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차다는 것은 우리 몸보다 온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찬물에 손가락을 담그면 손가락을 이루는 분자가 그보다 움직이는 속도가 느린 물 분자들과 충돌 후에 운동 에너지가 작아지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차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찬물과 더운물을 섞으면 미지근한 물이 되지요. 그 이유는 더운물의 물분자 속도는 빠르고 찬물의 물 분자 속도는 느리므로 속도가 빠른 분자들과 속도가 느린 분자들이 자꾸 충돌하면서 빠른 것은 느려지고 느린 것은 빨라져서 나중에는 속도가 비슷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미지근한 물입니다. 물체에 온도가 있다는 것은 물체를 이루는 분자들이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공을 힘껏 튀게 하면 여기저기 튀다가 힘이 빠져서 결국은 가만히 서게 되겠지요. 공이 서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천체의 운동이나 분자의 운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서게 될까요? 그것은 공이 움직이면서 받을 수밖에 없는 마찰 때문입니다. 공기와의 마찰, 벽에 닿을 때의 마찰, 튀길 때 나는 소리․․․․․․. 이런 것들이 모두 공을 서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자들이 운동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분자들이 운동하는 공간에 공기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기도 분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분자와 분자 사이에는 진짜로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는 일이란 오직 저희들끼리 부딪치는 일뿐인데 분자들끼리 부딪친다 해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마찰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분자들이 야단법석 부딪치리라고 예상되는데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지요. 부딪히면서 소리가 나거나, 부서지거나, 닳거나 하는 것은 마찰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마찰이 없는 곳에서는 한번 가진 속도는 다른 입자의 속도를 그만큼 빠르게 하지 않고는 줄지 않습니다.
같은 곳에 존재하는데 어째서 우리에게는 마찰이 있고 분자에게 는 마찰이 없습니까?
마찰이라는 것은 물체가 운동할 때 작은 물체가 앞을 가로막아서 큰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작은 물체들의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큰 물체의 운동 에너지가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에게는, 큰 물체가 마찰을 받아서 속력이 줄어들고 주위에 열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분자나 원자들끼리도 물론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지금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충돌 후에 열도 발생하지 않고 소리도 나지 않으며 모두의 운동에너지는 항상 보존됩니다. 이러한 충돌을 우리는'완전탄성충돌'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처음에 분자들은 어떻게 움직이기 시작했을까요? 이것은 태초에 우주나 지구가 생길 때 어떠하였겠느냐 하는 문제가 되겠는데 아직도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태초의 상황이 어떠하였든 간에 처음에 입자가 가졌던 속도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저절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려서 머리에 열이 심하게 날 때 찬 물수건을 머리에 얹는 것은, 찬물의 분자가 머리를 이루는 분자의 운동을 빼앗아 대신 자신의 운동을 증대시킴으로써 머리를 식게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열이란 어떠한 물질이 아니고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의 합입니다. 그리고 온도라는 것은 그 운동이 얼마나 활발하냐 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