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刺傷)과 열기(列記)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
그 모든 이들도 전부 누군가의 아들이다. 자상(仔詳)한 아버지 밑에서, 여름 밤의 열기(熱氣) 속에서 장성한 아해이다. 이 군중극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한 문장의 간결한 진실과 달리, 필름이 우리에게 소통하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입 속에 머금은 여러 메타포들이 윤회를 그리며 똬리를 트는 형상의 플롯은- 밀폐된 공간과 유사한 이미지들의 나열, 단조로운 화면의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내러티브와 서스펜스가 그리는 흑백의 극(極)은 - 마치 우로보로스처럼, 엔딩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꼬리에 주제의식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송곳니의 상반(傷瘢)이 남았다는 전설을 전해 듣게 되면, 누구나 알 법한 진리를(그것은 스스로를 영원히 먹어치우면서 끝없이 재생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 이는 매체로써뿐만 아니라 작품으로써 한 편의 영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칭호인 ‘고전 영화’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고전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상이 현세에 건네는 울림은, 왕관의 무게를 견딘 자가 왕좌에 착석할 만한 존재 가치를 입증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 언어 매체에서 장르의 클래식이 된 작품은 후대가 나아갈 미지의 지평을 선사하는 작품이거나, 옛 말에 틀린 말 없다는 격의 산 증인이 되는 자부심이니까. 이탈로 칼비노는『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고전이란 이전에 행해졌던 해석의 그림자와 함께 찾아오기 마련이며, 그것이 한 문화 혹은 다른 문화들에 남긴 과거의 흔적들을 우리 눈앞으로 끌어오는 책“ 이라 했다.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를 찾는다. 과오를 덧칠하기 위해 간절히 필요한 것은 비전이 아니라 예화이다. 즉 고전이란 인류가 오랜 시간 체득한 지혜와 같음을 시사한다.
1957년 한여름의 뉴욕, 18세 소년이 칼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두고 12인의 배심원들은 최종 결정을 위해 투표를 진행한다. 결과는 찬성 11 대 반대 1.
만장일치의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했으나, 8번 배심원만은 완강하게 무죄를 주장한다. 그리고 격해지는 배심원들 간의 설전. 비가 내리는 밖과 점차 후텁지근해지는 배심원실에서, 열 두명의 남자들은 자켓을 벗고 설득과 논쟁을 통해 점차 사건을 다른 국면으로 밝혀 나간다.
표리부동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이 있다. 보이는 바와 의미하는 바가 상이하다는 뜻이다. 영화는 메타포카지노 게임 사이트 특이점을 통해 타 언어 매체와의 차별점을 구축할 수 있었다. 표리부동인 주제의식과 서브텍스트(메타포)를 연결짓는, 역설적인 행보를 가능케 한 유일한 매체이다. 이 영화도 단순한 법정 드라마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면 하에 수많은 메타포들이 담겨 있다.
1950년대의 미국은 냉전의 바람에 코끝이 시큼해지는 시기였다. 이데올로기카지노 게임 사이트 ‘리썰 웨폰’ 하에 세계는 둘로 갈라졌다. 나토(NATO)와 바르샤바 조약 기구(Warsaw Pact)가 대립하며, 얄타 회담이 마무리된 후 총성 없는 전쟁인 냉전 시기가 온 지구를 뒤덮었다. 트루먼은 핵 개발을 지시했고, 스탈린은 북한이 1950년 6월 남한을 침략하겠다는 전략을 승인했다. 니키타 흐루쇼프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가 서로를 냉혹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동안, 미국 본토를 뒤집어놓은 정서가 태동했다.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 1946년 위스콘신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1950년 공화당 당원 대회에서 “미국에선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나는 297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갖고 있다.“는 폭로를 통해 온 미국을 ‘매카시즘(McCarthyism)'의 열풍 속으로 밀어넣었다.
메카시즘이 불러온 반지성과 폭력은 군중들의 파도를 타고 온 미국을 덮쳤다. 또한, 미국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확증 편향’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씨앗을 발아시켰다. 배심원들은 확증 편향으로 인해 ‘히스패닉 소년’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가 속한 문화권만을 고려하여 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을 망각해 버린다(3번 배심원은 중년 백인 가장으로써, '가정의 존엄'을 이유로 소년을 단죄했다). 즉, 이 배심원실은 미국을 하나의 소우주로 만들어낸 시뮬레이션과 같다. 각계각층의 배심원들은 미국인들의 샘플로써, 매카시즘의 폭풍이 지나간 뒤 자유를 수호하는 나라에서 타인의 권리를 배척하는 사회적 풍토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바를 시사한다.
생각할 논제를 제기하는 필름은 관객에게 참여를 제의한다. "우린 지금 한 사람의 생명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5분 만에 결정할 순 없습니다. 우리가 틀렸다면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대사를 통해 망각의 강을 건너가려는 이성에게 제언(題言)을 건넨다. 8번 배심원의 발언으로 인해, 타 배심원들은 그들의 이성을 보편타당성의 심판대에 세우게 된다. 이는 12인의 배심원 중 하나가 아니라, 시선을 맞부딪히는 한 명의 인간으로써 그들의 자켓을 벗긴다. 나상의 자신이 타인의 망막에 사로잡히자, 논리의 근간을 의심받게 된 캐릭터들은 공허한 추위와 내면의 분노를 한꺼번에 겪게 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뇌의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유(思惟)한다. 그것이 한정된 식량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진화론적인 이점을 지녔으니까. 종의 보존과 번영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최우선 목표 하에 생긴, 살아남은 자들이 가진 특권이었다. 그러나, 생존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명 하에 조상이 남긴 이 권리들은, 타인을 냉대하듯이 사유(私有)하기 편하도록 생각에 몇 가지의 자물쇠를 채워 놓았다.
앞선 단락에서 배심원단들은 미국의 소우주와 동일시된다고 말씀드렸다. 민중(民衆)은 군중을 이루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요, 군중은 민중의 교집합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이 '관심' 을 가지고 행사하는 권리는, 익명성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무관심' 을 기저로 하는 아이러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들의 양복은 가면과 같다. 배심원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직함 아래에 숨어 통성명조차 하지 않는다. 배심원들은 서로의 표본집단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러티브카지노 게임 사이트 헬리오스는 배심원단의 옷을 벗기기에 충분히 후텁지근했다. 열기는 땀 흘리는 캐릭터들의 진실성을 열어젖혔고, 소년을 유죄로 옭아맸던 나이프, 증언들, 설계도, 기차 등의 물증은 역설적으로 그의 혐의를 벗기는 열쇠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객은 진실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단어의 성질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배심원들은 각자의 가면을 벗기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확증을 맹신했기에 자신의 초자아의 그림자와 정언적 명령 간의 깊은 골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패러독스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추악하기 그지없는 스스로의 역설을 납득하지 못해 발버둥치는 각 캐릭터들은, 인류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특질을 면면히 분해당한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름은 위와 같은 희로애락을 통해 '인지와 인정은 더없이 황량한 간극이다'는 알량한 사실을 관객에게 고발한다.
자상(仔詳)한 사랑도 때로는 자상(刺傷)을 남기곤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 대하여 당신은 객관적일 수 있는가? 과연 우리는 얼마나 듣고, 의심하며, 스스로 사유하는가? 영사기 속의 흑백 필름이 노래하던 과거에도 인간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존재는 행성계 속 항성과 같다는 부끄러움 가득한 고해성사를 솔찬히 건네었는데, 기술과 과학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고가 개천벽지를 일으킨 후의 인간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알고리즘과 선택적 노출이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는 감언이설과 같아, 파편화된 관계를 빚고 있지는 않은가. 한병철은『피로사회』에서 "정보의 과잉은 사유의 결핍을 부른다" 고 말한다.판단은 피로로, 논쟁은 분노로 치환되기에 이르렀다. 傷刺傷刺傷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열기(熱氣) 속에서 성내야 한다. 그 모든 생각의 열기(列記)를 되짚는 순간, 이해와 인정이카지노 게임 사이트 여름비가 우리 곁으로 내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