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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 Apr 21. 2020

정말 카지노 쿠폰 없이 살 수 있을까

폴더폰과 함께 시도한 백투더퓨쳐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스카이에서 야심 차게(?) 출시한 폴더폰, IM-F100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 뽀얀 흰색 몸체. 스펙이나 기능 같은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랬더라면 애초부터 삼성이나 애플 쪽을 기웃거렸겠지. 평소 전자기기에 큰 애정을 쏟지 않는 성격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전예약'이라는 걸 해보았다.

카지노 쿠폰

그렇게 한 달 여를 기다려 10만 원 초반대에 폴더폰을 업어 왔다. 한 손안에 착 붙는 그립감, 탁-소리 나게 전화를 끊는 쾌감. 다시 만나기까지 무려 1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내마음에쏙드는클래식한디자인도한몫했지만, 사실폴더폰을기웃거린건이번이처음이아니었다. 똑똑해도너무똑똑한카지노 쿠폰은가끔씩내숨통을조여왔던것이다. 마치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카지노 쿠폰.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반대로 핸드폰 없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카지노 쿠폰의 최대 장점이자 존재 이유인, 어디에 있는 누구와도 쉽게 연결해준다는 부분도 가끔은 꺼림칙했다. 사실 나를개인적으로찾는사람은한손안에꼽힐정도로많지않다. 걸려오는전화도반절은스팸이고. 그런데도뭐랄까, 24시간내내따라다니는감시카메라처럼내모든것을그작은기계가알고있고내번호만안다면누구든실시간으로연락해어디에서무얼하는지추궁할수있다는사실자체가숨막히게느껴졌다.


게다가친구부터가족, 친척, 모임, 직장, 전직장까지웬놈의단톡방은이렇게많은지. 빨간색동그라미가쌓이는걸잠시도두고못보는성격인지라모든단톡알람은꺼놓고카톡을비롯한대다수어플아이콘에아예배지알람이뜨지않게설정해두었지만이걸로는충분치가않다. 나역시단톡방의장점을최대로활용하면서도, 그토록많은사람들- 그러니까한해에한번만날까말까, 평생다시볼까말까한사람들과도한방안에거의영영갇혀있어야한다는것이굴레처럼느껴지기도하기때문이다. 여느때는내가주도해서신나게대화를이어나가다가도, 몇시간새300개넘게쌓여있는카톡방을보면한숨이먼저나온다. 그방의우리들은공평하게번갈아가며가해자와피해자를자처하는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핸드폰을 없애고 모두로부터 잠적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사람에게만 연락할 수 있는 세상. 그 자유로움, 해방감..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세상을 과감하게 등질 준비는 아직 되지 않아 일단 폴더폰 정도에서 타협점을 찾기로 한다.


폴더폰을구매하긴했지만과감하게카지노 쿠폰의유심칩을빼내폴더폰으로옮길수는없었다. 카지노 쿠폰에는회사단톡방이라는묵직한족쇄가있었기때문이다. 친구나가족은그렇다치고회사사람들에게까지"저오늘부터카톡못쓰니까공지는문자로따로주세요."라고통보할용기까지는없었던것이다. 나같은일개사원에게사실그건객기에가까울지도. 여하튼그래서유심칩을하나더구매해당분간투폰체제로가기로결심했다. 전화나문자는모두새로운폴더폰으로하고, 카지노 쿠폰은데이터를최저로해서와이파이가될때만쓰기로. 야무지게카톡프로필에는'카톡잘못봐요. 전화주세요'와같은메시지를올려두었다. 그것만으로도한결홀가분한기분이들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카지노 쿠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로부터 약 반년이 지난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참히 실패했다. 여전히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도리어 어딜 가든 두 개의 폰을 들고 다니는 휴대폰 중독자의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카지노 쿠폰 사용을 최대한 줄여가다 언젠가는 폴더폰만 단독으로 사용하리라 마음먹었지만, 막상 밖에 나가 보니 카지노 쿠폰 없이는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10년 전에 우리는 어떻게 살았던 걸까? 처음 가는 길, 어디서 버스를 타고 어디서 갈아탈지 그야말로 길 잃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카지노 쿠폰은 최대한 안 쓰겠다고 오기를 부리며 기껏 생각해 낸 방법은 친구에게 전화를 해 대신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이었다. 친구가 캡처해 보낸 저화질 지도를 들여다보며 힘겹게 찾아가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한번 문명을 맛본 자가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행위란 그야말로 불행으로 가는 급행열차였다.


지도뿐이 아니다. 카지노 쿠폰에 있는 연락처를 한 번에 옮길 수가 없어 차라리 아무 번호도 등록하지 않고 썼다. 그나마 '핸드폰 없으면 연락도 못하는 사이'인 것이 싫어 가까운 지인의 연락처는 최대한 외우고 다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NS와 멀어지는 것은 차라리 반가웠지만 웹툰, 에어비엔비, 넷플릭스, 중고나라, 택시 예약, 배달 어플 같은 것들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다. 새삼 아, 정말로 인류는 발전하는구나- 더 편리한 삶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구나- 를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폴더폰은 유니크하고 예뻤다. 어마어마한 저화질과 저음질이지만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힙한 느낌이 들기도 해 오히려 좋았다. 딱딱한 자판을 꾹꾹 눌러 글자를 치고 최대한 꽉 채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처음엔 낭만적으로 느껴졌는데, 사실 굉장히 불편하고 느리며 과거로부터 온 향수에 불과하는 걸 곧 깨달았다. 폴더폰을 길게 펴고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통화를 하고 있으면 흘끔흘끔 와 닿는 시선은 나름 즐거웠다. 이건 아마 내게 약간의 관종 기운이 있기 때문이겠지. 바지 주머니에서 보란 듯 슥- 핸드폰을 꺼내 통화하고 탁! 소리 나게 닫은 다음 다시 주머니에 밀어 넣으면 어쩐지 좀 더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그런 사람 말이다. 그래 봤자 내 가방 속에는 언제나 비상시를 대비해 카지노 쿠폰이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지만. 폴더폰을 여닫는 건 언제나 즐거웠지만 그나마 오래가지 못했다. 음질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카지노 쿠폰 번호를 불러주며 "야, 잘 안 들리니까 앞으로는 이 번호로 해!"를 여러 번 외쳐야 했다.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인지라 인스타그램 오프라인 수업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우연히 내가 폴더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강사분이 의아한 눈으로 말을 걸었다.


"저, 궁금해서 그런데.. 왜 폴더폰을 쓰세요?"

"아.. 카지노 쿠폰을 쓰니까 핸드폰을 하루 종일 붙들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 근데 인스타 관리하려면 더 많이 하셔야 할 텐데..."

"ㅎㅎ... 그러게요.."

그랬다. 나는 애초에 불가능한 도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회사는 얼마 되지 않아 나왔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결국 인스타나 블로그 같은 내 개인 계정들을 계속해서 관리해야 했고 그야말로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들고 있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의무적으로 폴더폰을 쓰는 것조차 포기하고 카지노 쿠폰에 다시 의존하기 시작했다. 똑똑하다고 욕할 게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에게 물들 대로 잔뜩 물든 현대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효율적이며 신속하고 스마트한, 이 시대에 걸맞은 현대인.


여전히 투폰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폴더폰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 오래다. 카지노 쿠폰 배터리가 없을 때를 대비한 비상용 전화기 정도는 되려나. 하루의 반은 카지노 쿠폰 앞에서, 나머지 반은 노트북 앞에서 보내며 오늘도 시린 눈과 지끈대는 머리를 감싸 쥐지만 결국 이 놈들 없이는 내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폴더폰의 유심을 해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카지노 쿠폰 없이 살겠노라 떵떵거린 과거의 내가 너무 무안할까 봐, 그리고 가끔은 매몰차게 폴더를 덮어 전화를 끊고 싶기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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