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를 읽고
이번 독서 모임 책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모임은 1월 중순이었지만 여운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책 줄거리와 리뷰를 잠시 옆으로 밀어놓고, 나에게 이 소설은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끅끅 울어 버린 책이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훌쩍거리면서 콧물을 들이켜고 일부러 기침을 했다. 몸의 들썩임을 숨기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옆 자리 사람의 수상 어린 시선을 느꼈지만 별 수 없었다. 눈물이 계속 왔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카페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도망치듯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온 후 집으로 곧장 갔던 것 같다.
대화체로 쓰인 책은 나에게도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알고 있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왜 알려하지 않았냐고. 인물들은 덧댄 반창고를 떼어내며 잔뜩 봉합된 상처를 다시 열어 보이는 듯했다. 날마다 과거의 기억과 싸우고 있는 그들을, 아직 자신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그들의 말을 그냥 듣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저녁에 멈춰져서 집과 거리가 모두 저녁이 된 그들은 지금도 소리치고 있다. 내 말을 들어달라고. 다른 사람의 장례식을 치르다 인생이 장례식이 되어버린 그들. 결국엔 본인의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밟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답게 하는 것을 우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성'이라고 부른다. 같은 시대를 살며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고 옳은 도덕관념을 지닌 사람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980년의 광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성과 비온라인 카지노 게임성이 충돌하는 장소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답지 않은 잔인함과 폭력성과 비극, 그리고 그 반대의 것들.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것의 부재는 그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가끔 우리가 뉴스를 볼 때 신물이 나는 이유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이 뉴스에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존속 살인, 성폭행, 전세 사기 같은 범죄들은 이 세상이 참 저열하다고까지 느끼게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아니고서야 하기 힘든 잔혹한 고문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것, 이후에도 사과는커녕 잘못을 발뺌하는 행동들은 마치 비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인 사람들을 정의하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 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본질입니까?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은 '왜 그들은 도청을 지켰을까,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이다. 정대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본 동호는 도청에 끝까지 남아 있다. 동호가 쏘지도 못할 무거운 총을 어깨에 들쳐 매고, 형들과 누나들과 같이 있고 싶어 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무엇인가. 은숙이 검열된 뮤지컬 대본을 보고 뺨을 7대 맞을 때보다 아파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무엇인가. 진수와 영재,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무엇인가. 선주가 자신을 푹푹 찌르는 인터뷰를 고사하며, 성희 언니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호 엄마가 유족회에 찾아가고, 피켓을 만들고, 소리 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그 이유를 마지막 장에서 찾았다. 그럼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근본적으로 잔인하고,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지라도.굴욕과 훼손과 오욕과 저열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비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인 것들과 그렇게 만드는 환경과 세상에도 불구하고.따뜻한 곳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자꾸 꽃 핀 쪽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그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모르지만 그래도 밝은 쪽으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