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음식_미성의 약, 리크
우리에게 네로는 중의적이다. 검은 고양이도 네로이고, 악명높은 로마의 황제도 네로다. 로마의 황제 네로를 떠올린다고 해도 두가지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희대의 희극인 '최양락'이 희대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유머일번지'에서 분한 허당기 가득한 네로와 영화 '쿼바디스'(1951)에 등장하는 향락과 부패로 점칠된 무능한 암군인 네로. 아, '유머일번지'는 40대 중반 이상만 기억하는 추억의 작품일 수도 있어 공감을 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서기 54년, 고대 로마가 제정을 시작한 지 80여 년이 지난 시기에
겨우 16세의 소년이 황제가 되었다.
그가 바로 제 5대 황제 카지노 게임(54~68년)다.
카지노 게임가 폭군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가 통치기간 동안 어머니와 아내를 살해하고, 그리스도교인들을 박해하고, 브리타니아에서의 반란 및 반발 등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일일이 그가 처했던 치열한 권력의 암투,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진 많은 에피소드를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 일들을 따라가다보면 인과관계와 함께 그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도 발견하게 된다.
로마 황제에게 두가지 중요한 정책은 '음식'과 '안전'이었다.로마에서는 공화정 말기부터 많은 시민들에게 곡식을 무상배급했다.이것이 그 유명한 빵과 서커스 정책이다. 민중의 불만을 해소하고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정치 지도자들이 취한 방편이었다. 그들은 개인의 생각을 만드는 기초가 먹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카지노 게임의 통치 초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사회적인 안정과 식량이 확보되었기에 카지노 게임의 초기 5년 통치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빵의 나라는 이집트다.
인류 최초로 발효 빵을 만든 사람들이 이집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효 빵을 만들기 전까지 인류는 대부분 납작한 빵을 먹었다.
1857년에 파스퇴르에 의해 과학적으로 발효의 원리가 알려지기 전까지
인간은 '효모'라는 곰팡이가 일으키는 발효를 5천년 간 신의 영역이라고 믿었다.
이집트의 화폐는 빵이었고 빵에 대한 독점권은 파라오에게 있었다. 파라오가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관려와 노예에게 빵을 공급하여 얻은 사회적 통치력에 있다.따라서 빵의 종주국인 이집트를 차지하는 것이 고대 지중해 패권의 핵심이었기에 주변국가들은 쉼없이 전쟁을 벌여야 했다.
로마는 지중해의 밀 생산 지대를 차지해야 했다. 로마가 번영하려면 빵이 필요했고 이 빵은 이탈리아 내부에서만 조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들은 이웃나라인 그리스와 페니키아(북아프리카)와 맞서야 했다. 로마는 주변 나라를 차례로 차지했고 100여 년 동안 카르타고와 포에니전쟁을 벌여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다.카르타고 정복 후 로마는 남자를 모두 학살했고 영원히 밀을 재배하지 못하도록 곡창지대에 소금을 뿌렸다. 이후 로마는 지중해 빵 창고인 이집트마저 정복했고 빵 제조 기술을 독점하기 위해 이집트의 화학책을 모두 불살랐다.
결국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다.
따라서 고대 로마에는 '음식=빵'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빵이 등장하게 된다.
모든 종류의 곡물로 빵을 만들었고 기름이나 버터를 넣기도 하고 포도즙, 포도주, 우유 혹은 후추, 커민, 참깨와 같은 향신료를 섞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카지노 게임는 국가를 통치하는 일에는 어울리지 않았다.그는 로마의 황제이었으나 고대 그리스 문화에 심취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하프 연주와 노래,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평생 예술가가 되기를 바랬다. 그런 취향 때문인지 60년에 올림피아 축제에 맞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고대 로마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네로 축제'를 창설했다. 이 축제는 음악, 체육, 전차 경주 등 세 부문으로 구성되었는데 네로는 하프, 시, 변론 세 종목에 출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노래를 좋아해서 수천 명의 관중을 모아놓고
음악회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그는 큰 재능은 없었던 듯 하지만
미성을 가졌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목소리를 관리하기 위해 금욕적인 식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카지노 게임는 매우 담백한 요리를 즐겨 먹었다. 그 중에서도 리크를 올리브유로 버물린 '포로파구스'를 좋아했다. 당시에 리크는 목소리를 아름답게 하는 채소로 인정받았다. 그는 늘 목상태를 관리하며 주기적으로 리크에 올리브유를 곁들인 요리를 먹었다. 특정한 날에는 이 요리 이외에 다른 음식을 일절 먹지 않았다고 한다.
카지노 게임와 연관된 또 하나의 음식은 '실피움'이다. 이는 고대 로마인이 가장 사랑한 향신료였다. 이것은 줄기와 뿌리를 삶거나 구워 먹을 수 있지만 진수는 뿌리에서 추출한 즙이다. 마늘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이 즙은 향신료로 수출까지 되었다. 그러나 재배를 할 수 없는 식물이었기에 희소가치가 높았고 양들이 이 식물을 좋아했다. 실피움은 양들이 먹어치우고 설상가상으로 사하라가 사막화가 되면서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마지막 한 줄기를 로마인이 차지했고 이는 네로황제에게 진상되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친어머니까지 권력의 칼날을 세우고 평생 생명의 위협을 받던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의 최후는 빵 때문이었다.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식량의 공급을 해야하는 황제의 책무를 포기하고 오락에만 심취했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버림을 받았다. 제위 14년 만에 자살로 30세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그가 진정 바랬던 것은 세계제국 로마의 절대 권력자가 아닌 아마도 그리스 문화를 동경하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출처: 맛있게 읽는 세계사, 음식 경제사
이범준 교수
미식유산 연구소 소장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