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눈뜨자마자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비는 생각보다 굵게 내렸다. 고난이 예상됐다.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아까보단 비가 얇아졌다.
송호해수욕장까지 비는 오락가락 굵었다가 얇아지기를 반복했다. 안개가 뿌옇게 꼈다. 잔뜩 낀 안개는 앞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진부하지만 안개 하면 떠오르는 영화 '미스트'. 안갯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오면 어떡할 것인가.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골똘히 고민하며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거대 괴물은 없었다. 잿빛 무료 카지노 게임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을 걷다 보면 뿌연 안개에 휩싸인 날을 만날 때가 있다. 색을 잃어버린 무료 카지노 게임은 온통 뿌옇다. 이럴 땐 상상이 필요하다. 상상할 줄 몰라도 쥐어짜면 나온다. 상상은 자유다.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마음대로 무료 카지노 게임을 칠해보자.여기저기 뿌린 물감들로 나만의 무료 카지노 게임이 완성된다. 하늘에 핑크색을 칠하고, 주황색 나무, 초록색 바다, 아마도 이상한 나라는 이렇지 않을까. 어찌 보면 삶도 비슷하다. 나만의 무료 카지노 게임을 만들자. 남들이 그려나간 색깔 말고 오로지 내가 원하는 색깔로 채워보자.조금은 삶이 재밌어지지 않을까?
색칠공부를 잔뜩 하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참 다행이었다. 비가 계속 내렸다면 몸은 더 무거워졌을 것이다. 짙은 안개도 사라지고 깨끗한 시야가 펼쳐졌다. 터벅터벅…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언제 도착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신발에 물이 들어가 양말이 젖었다. 찝찝했다. 고린내는 강화되어 코를 찔렀다. "윽..!!" 빨랫감을 늘리기 싫어, 양말을 이틀에 한 번씩 갈아 신었다. 오늘은 꼭 갈아 신어야 했다. 덜 마른 채로 옷장에 들어간 빨래를 꺼냈을 때 냄새였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 똑같은 냄새를 죽어도 맡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