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창문으로 꽃향기가 났다. 5월의 저녁 바람은 부드럽고 향긋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진우의 정신을 깨웠다. 진우 앞에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지현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벗어놓은 옷처럼 누운 지현의 머리 아래로 지금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진우의 머리에서 섬광처럼 영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지현의 몸을 던지듯 밀쳐냈을 때 지현의눈이 진우를 보고 있었다. 공포와 슬픔이 담긴 표정이었다. 싱크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지현은 그대로 쓰러졌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지현에게 진우는 다가갈 수 없었다. 진우는 휴대폰을 들었다. 119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췄다. 죽음을 확인할 생각을 하니 겁이 났다. 아니 살아있다면 자기를 신고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겁이 났다.
진우는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쓰러진 후부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봐서 지현은 죽은 것 같았다. 이미 지현이 죽었는데 119를 불러서 병원에 간다면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현이 머리를 부딪쳤는지 설명해야 한다. 거짓말로 설명을 한다고 해도 조사를 받다가 말실수를 한다면 자기가 지현을 밀쳐서 죽게 했다는 것을 들키게 될지도 모른다.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순식간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진우는 누워있는 지현의 몸을 안았다. 피가 머리카락에서 진우의 몸과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우는 창문으로 가서 손끝으로 간신히 방충망을 열었다. 그리고 지현을 창밖으로 던지기 위해 창틀 위로 들어 올렸다. 순간 지현의 손이 진우의 허리를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대로 창밖으로 던졌다. 지현의 몸을 던지는 순간, 지현이 눈을 뜨고 진우를 봤다.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눈빛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서 불안한 눈빛 같기도 했다. 진우의 눈을 보는 지현의 얼굴에는 공포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은 평범하고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그 순간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지현을 사랑했는지 깨달았다. 손에서 지현의 몸이 떠나는 순간에 진우는 지현의 몸을 다시 잡고 싶었다. 다시 품에 안아서 지현의 체온을 느끼고 싶었다. 십분 전까지만 해도 진우는 자신이 지현을 세상 무엇보다,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 사랑한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달콤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오면서 진우는 지현과 먹을 저녁과 커피 한잔을 기대했다.
-자기야 나 왔어. 냄새 좋은데 저녁 뭐야? 불고기 했어?
집으로 들어서면서 진우는 맛있는 음식 냄새에 갑자기 허기를 느꼈다. 어서 손 씻고 지현이 만든 불고기를 먹을 생각에 화장실로 가려는 진우를 지현이 불렀다. 지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민석 씨한테 전화 왔었어.
지현의 말을 듣는 순간 진우는 뒷머리가 얼 것처럼 쭈뼛 서는 것 같았다. 올게 왔구나 싶었다. 그래도 일단은 변명부터 했다. 설마 민석이 이놈이 사실대로 다 말하지는 않았겠지 생각했다.
-민석이가 왜?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자기가 자꾸 민석 씨 전화 피해서 나한테 전화했대. 빌린 돈 오천만 원 갚으라고 전해달라는데 무슨 말이야?
-어? 아 그거 별거 아니야. 급하게 쓸데가 있어서 빌렸는데 금방 갚을 수 있어.
-급하게 쓸 돈? 도박이 급한 일이야?
결혼 전부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심심풀이로 불법게임장을 출입했다. 정말 심심풀이였다. 소소하게 몇십만 원 단위로 잃거나 따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불법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도박장에서 십만 원으로 시작해서 천만 원을 딴 후로는 달라졌다. 천만 원으로 멈췄어야 했는데 천만 원을 다시 잃고도 이백을 더 잃고서야 도박장을 나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날부터 천만 원을 땄을 때의 쾌감과 그 돈을 다시 잃은 후의 허탈감에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 그런 행운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이던 도박이 일주일에 한두 번이 되었다. 돈은 손에 잡힐 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따는 날도 있었지만 잃는 날이 많았다. 한 번만 더 하면 잃은 돈을 다시 딸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천만 원을 손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지현이 눈치채지 못하게 월급은 건드리면 안 되니 본가에 손을 벌렸다. 친구들에게 조금씩 빌린 돈이 일억을 넘어섰다. 민석은 처음으로 돈을 빌린 친구였다. 아무도 내가 도박에 손대었는지 모를 때 나를 믿고 큰돈을 빌려준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갚으려고 했지만 갚으려고 하면 할수록 그 길은 멀어졌다. 결국 민석의 연락을 피했다. 전화를 차단하고, 카톡도 차단했다. 설마 지현에게 연락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현은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은 모르는 것 같았다.
-자기야 그 돈 도박한 거 아니야. 내가 어떻게든 갚을게. 자기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무슨 수로 갚을 건데. 자기가 이렇게 도박하는 사람인 줄 알았으면 결혼 안 했을 거야. 다른 빚은 없어?
-없어. 당연히 없지. 지현아 걱정하지 마. 끊었다니까. 옛날에 자기 만나기 전에 잠깐 한 거야. 민석이가 무슨 말했는지 모르지만 내 말만 믿어. 그때는 내가 결혼 전이니까 재미 삼아 소소하게 한 거야. 지금은 진짜 끊었어.
-재미 삼아? 끊었다고? 도박하는 사람들 손을 잘라도 한다는데 어떻게 끊어. 자기가 이렇게 수준 이하인지 몰랐어.
-뭐? 수준 이하?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난리야? 자기는 얼마나 수준이 높은데.
-대단한 일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 불감증이잖아. 도박은 엄연히 범죄야. 모르겠어. 이대로 우리 결혼을 유지할 수 있는지. 나 당분간 나가서 지낼게.
그렇게 말하고 지현은 짐을 싸러 방으로 들어갔다. 진우는 지현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 나가면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지현은 차가웠다. 어떻게든 잡으려고 사정하고 매달리면서도 진우는 이게 헤어질 정도의 일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붙잡고 나중에 차분해지면 달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현은 진우를 벌레 보듯, 아니 범죄자 보듯 했다.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려는 지현의 팔을 진우가 잡았다. 그 바람에 지현이 휘청하면서 넘어질 뻔하면서 진우에게 기댔다. 지현은 마치 더러운 오물이라도 묻은 것처럼 물러섰다. 얼굴에 똥이라도 묻은 것처럼 혐오의 표정이 지나갔다. 진우는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목에서부터 얼굴로 뜨거운 화가 빠르게 올라왔다.
-야 오버하지 마. 넌 뭐가 그렇게 깨끗한데 사람을 벌레취급이야.
진우는 지현을 벽으로 밀어서 팔꿈치로 지현의 가슴을 누르면서 말했다. 놀란 지현이 진우를 밀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진우는 다시 지현을 당겨서 벽으로 밀었다. 힘조절을 잘못했는지 벽에 세게 부딪힌 지현은 바닥으로 넘어졌다. 순간 진우는 아차 싶어서 지현을 일으키려고 팔을 잡았다.
-자기야 괜찮아? 미안해. 아프게 하려고 그런 게 아니야. 미안해.
-악! 저리 가. 오지 마.
사과하면서 다가가는 진우를 뿌리치고 지현이 현관으로 달려갔다. 이대로 지현이 나가서 처가에 알리거나 신고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지현을 잡았다.
-저리 가. 내 몸에 손대지 마. 소름 끼치고 징그러워.
진우의 손이 지현의 얼굴을 갈긴 것은 생각을 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손이 먼저 나가고 생각이 따라갔다. 지현은 혐오를 담은 얼굴로 진우를 봤다. 그 표정에 진우의 속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것처럼 터져 나왔다. 지현을 때리고 바닥으로 밀쳤다. 지현은 공포에 떠는 표정과는 달리 진우를 몰아붙였다. 진우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보통 키에 마른 체구의 지현은 여리고 순종적인 사람이다. 그렇다고 진우는 생각했다. 지현이 이렇게까지 깡이 있는지 진우는 알지 못했다. 지현이 자신에 대한 혐오를 계속할수록 진우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지현의 몸을 일으켜서 목을 조르려는 진우의 얼굴에 지현이 침을 뱉었다.
-이 씨발년이
진우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지현의 뺨을 힘껏 갈겼다. 지현의 몸은 나는 것처럼 밀려나가 싱크대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현의 눈이 서서히 감기는 것을 진우는 멍하니 서서 지켜봤다. 바닥에 쓰러진 지현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생각해 봤다. 거래처 직원으로 만난 진우가 호감을 보이자 급하게 사랑에 빠진 것이 잘못이었을까? 너무 서두른다고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먼저 결혼하자고 진우에게 프러포즈했던 것이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서른을 갓 넘긴 진우가 집을 구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부모님께 집을 해달라고 졸랐던 일이 몇십 년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진우를 사랑했는지 지현은 만난 지 일 년도 되기 전에 결혼을 하면서도 행복하기만 했다.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순간에 자신의 시간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지현은 알았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마음이 아팠다. 지현은 자신이 한 작은 실수들을 떠올렸다. 민석의 전화를 무시했다면, 진우에게 화를 내지 않고 따뜻하게 데운 불고기를 저녁으로 먹었다면 나았을까? 그랬다면 지현과 진우는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을까? 몸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순간이 오자 지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치 기적처럼 진우가 자신을 창문밖으로 던지는 순간에 아주 잠깐 눈을 뜨고 마지막으로 진우를 봤다. 자신이 사랑했고, 자신을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자의 얼굴이 지현이 본 마지막 세상이었다.
진우는 바닥에 흘린 지현의 피를 닦았다. 물티슈를 가지고 여러 번 닦아서 흔적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119에 전화를 했다. 결혼 후부터 지현은 거의 매일 창밖으로 이불을 털었다. 유난히 깔끔한 지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리고 이불을 매일 창문 밖으로 내밀고 먼지를 털었다. 창문밖으로 이불 먼지를 털다가 추락사한 기사를 보고도 지현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지현의 사인은 추락사로 결론이 났다. 지현의 몸을 던진 후에 진우가 창밖으로 던진 한 장의 이불 때문에 경찰은 의심하지 않았다. 진우는 지현이 남긴 것들을 모두 받았다. 지현의 부모님이 사준 집과 지현의 생명보험금이 적지 않았다. 진우와 다르게 지현의 집은 형편이 넉넉한 편이었다. 지현이 집을 해온다고 했을 때 진우는 내심 좋았다. 처가덕을 크게 보지 않더라도 소소하게 실속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현의 보험금으로 본가와 친구들에게 진 빚을 갚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손에 돈이 들어오니까 마음이 변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 돈을 몇 배로 불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이 많으니까 딴다면 더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 뻔한 이치였다. 지현이 남긴 것들을 도박장에서 날리는 데는 몇 달도 걸리지 않았다. 지현의 보험금과 집을 모두 날렸다. 누구의 빚도 갚지 못했다. 진우는 갈 곳이 없었다. 이제는 돈을 빌릴 사람도 없었다. 부모님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지현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부모님께 아들이 도박으로 집까지 날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11월의 아침은 쌀쌀했다. 사람들은 추위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지하철역을 걸었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과 지하철역을 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는 행진하는 군인의 발소리처럼 규칙적이고 음악처럼 묘한 리듬을 갖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진 어느 아침에 사람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지하철의 풍경처럼 등장했지만 아무도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쪽 다리는 무릎을 구부리고 한쪽 다리는 쭉 편 자세로 앉아 있는 그 사람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면이 있었다. 머리에 검은 야구모자를 쓴 그 남자의 앞에는 동냥통이 있었다. 고개를 반쯤 숙인 모습이 마치 수업을 듣다가 졸음에 빠진 고등학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사람은 노숙자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두운 색 점퍼를 걸친 남자의 옷차림이 남루하긴 하지만 더럽거나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큰 키에 체격이 좋은 편이었다. 등을 세우고 앉은 자세에서는 나이가 젊은 사람처럼 보이는 다부짐이 있었다. 모든 것을 잃고 갈 곳이 없어진 진우가 찾은 곳이 지하철역이었다. 여름에는 밖에서 노숙하거나 끼니를 걸러도 버틸만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밖에서 자는 것도 굶는 것도 힘들었다. 진우는 작은 깡통 하나를 주워서 앞에 놓고 앉았다. 바닥에 엎드리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앉아서 무심하게 구걸을 시작했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비굴함이 없어서인지 돈을 던져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 컵라면 값은 벌 수 있었다. 지현이 죽은 지 반년이 지났다. 꽃향기가 나던 그날밤의 일이 진우의 거리 생활을 버티게 해 줬다. 지현의 마지막 눈빛 때문에 진우는 노숙자로서의 고통을 버텼다. 자꾸 떠오르는 지현의 얼굴을 배고픔과 추위, 참을 수 없는 자기혐오로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진우의 구걸은 비굴하지 않았다. 아무도 돈을 주지 않아도 진우는 괜찮았다. 배가 고픈 고통만큼 지현을 잊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진우는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다른 노숙인들처럼 지하철역 어두운 구석에서 밝은 통로로 출근을 시작했다. 어딘가로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의 발자국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젊은 놈이 뭐 하는 거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머리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통증에 눈을 떴다.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로 자기를 때렸다는 것을 알 았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머리를 한 대 맞는 순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번쩍 빛나는 별을 봤다.
-아이 씨발 왜 때려?
너무 아파서 자기도 모르게 진우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뭐 이놈아. 젊은 놈이 사지 육신 멀쩡해가지고 뭐 할 게 없어서 구걸이야. 나가서 뭐라도 일을 해야지.
-할아버지 돈 안 줄 거면 그냥 가세요. 무슨 상관이세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무슨 오기인지 할아버지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 바람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사람들은 매일 오가며 봤던 길에 진우가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가 갑자기 웬 소란인가 궁금해서 모여들었다. 할아버지는 진우를 향해 더 큰 소리로 훈계를 계속했다. 아무리 진우가 노숙자라고 해도, 지현이 죽고 돈도 다 날려서 노숙자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는 것을 택했다고는 해도 그 순간에 최소한의 수치심이 밀려왔다.
-진우야. 너 진우 맞지?
진우가 동냥통을 들고 일어서는데 누군가 진우를 불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자기를 부른 사람을 찾았다. 민석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대로 도망쳐야 하나 아니면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해야 하나 짧은 순간 고민했다. 그런데 고민이 무색하게 민석이 진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너 무슨 일이야? 왜 여기서.......
-어? 그게. 민석아 잘 지냈냐?
잘 지냈냐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신이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노숙자로 사는 자기보다 민석은 잘 살고 있을게 당연한 일 아닌가. 민석은 진우의 행색과 동냥통을 보고는 대충 짐작한 듯 더 이상 자세한 것은 묻지 않았다.
-민석아 니 돈 못 갚아서 미안하다. 나중에 나한테 돈이 생기면 니 돈은 무조건 갚을게.
-어? 그래. 그건 나중에 형편 되면 갚으면 되지. 어 그런데 우리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을까?
민석이 진심인지 어색해서 던진 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민석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밥 한 끼 얻어먹을까 생각했다. 진우의 입에서 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허기가 밀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이 몰골로 민석과 식당에 앉아 있는 자신을 상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바쁜데 어서 출근해야지.
-그래 그럼 다음에 꼭 밥 한 번 먹자. 그리고 이거 나중에 따뜻한 국물이라도 사 먹어라.
민석이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서 진우에게 쥐어줬다. 진우는 거절할 틈을 놓치는 척 민석의 돈을 받았다. 민석은 서둘러 다른 사람들 속으로 걸어갔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멈췄던 사람들도 모두 제 갈길을 가고 진우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진우는 갑자기 생긴 거금에 어리둥절했다. 분명 쪽팔렸는데 돈이 생기자 수치심도 금방 잊혔다. 우선 뜨끈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할 생각으로 진우는 동냥통을 챙겨 지하철역 밖으로 나갔다. 아직은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매일 씻어서인지 식당에서 밥 사 먹는 일에 불편함은 없었다. 냄새가 안 나서인지 사람들은 별로 진우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하철역 밖은 온통 노란 은행잎이었다. 진우는 은행잎이 예쁘게 물든 길을 걸으면서 국밥집을 찾았다. 진우는 지하철역 주변의 국밥집들을 그냥 지나쳤다. 한참을 걷던 진우는 걸음을 멈췄다. 손가락이 움찔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마솥에서 고깃국 냄새가 났다. 아침 시간인데도 식당에는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진우는 국밥집 문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다가 생각이 바뀌었는지 진우는 국밥집 옆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반드시 돈을 따고야 말겠다고 진우는 생각했다. 진우는 이 돈이 자신에게 마지막 황금열쇠라고 생각했다. 국밥 한 그릇값으로 쓰기에는 아까운 황금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