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준비 첫날 기본양념부터 빠진 것이 없나 체크하고 야채는 다듬어씻고 물기 빼서 손질해 놓고 파 마늘 같은 갖은양념은 다지고 갈아서 준비해 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엿길금을 사다가 식혜부터 만들어 살얼음으로 얼려두고 꼬맹이들에게 체험시킬 만두소도 신경 써서 만들어 두었다.
연근 강판에 갈아서 새우랑 마늘종 다져 넣고 반죽하고, 구색 맞춰 표고랑 대구 호박전 조금씩만 부쳤다.
설 전날 장을 보러 갔는데 기름기적은 마음에 드는 고기가 있어 기분 좋게 갈비 몇 근 준비해 무 당근 표고 밤 은행 넣고 먹음직스럽게 갈비양념도 재워놓았다. 떡국외에 여분의 끼니로 먹을 얼큰한 육개장을 넉넉히 끓이고 어린 손주들을 위한 갈비탕도 따로 준비했다. 조기, 삼색나물, 해초, 샐러드, 뭔가 새로운 요리를 찾아내고 싶지만 하다 보면 매번 자식들 좋아했던 거,어린손주들 잘 먹는 것으로 정해진다.
명절 사나흘 전부터 편도가 붓고 아프더니 급기야 열이 나고 몸살이 났다. 명절 앞두고 손주들한테 옮길까염려되어 동네병원에 가 독감검사도 하고 소염 진통제 추가된 링거를 맞고 반짝 기운으로 명절준비를 시작했다.
식구가 늘어나고 끼니수도 늘어나니 음식량도 만만치가 않다.
냉장고도 비좁으니 미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해서 부피 줄일 수 있는 거 줄여놓고, 야채 같은 건 싱싱하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고 싶어 장을 두 번에 나눠서 보고, 또 겉절이나 잡채 같은 음식은 상차림 전에 바로 해야 맛있으니 복잡카지노 게임 사이트 힘들어도 미뤄뒀다 마지막에 하려니남편이 주방 보조를 맡아서 하는데 그 많은 거리들다듬고 삶고 데치고 무치며 비워 나온그릇들을 종일 싱크대 앞에서 닦아대느라힘이 들었나 보다.
"얘들 언제 온다고 연락 안 왔어?"
여간해선 화를 내는 일이 없는 사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요즘 독감 유행이잖아 애들도 에미도 감기 들어서 많이 힘들다고 아비한테 연락이 왔어."
"그럼 작은애 들은?"
"거기도 셋이 응급실 다녀왔다니까 똑같은 상황이겠지."
"내년부턴 미리 오 라그래! 이런 거 해봐야 알지 안 해보면 평생 걸려도 부모마음 모른다"
사실, 응급실 때문이 아니라 아직 부산스러운 아이들 데리고 와봐야 도움도 크게 안 되고 일만 많아지기에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침묵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애들한테 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일랑 하지 마세요."
평소에도 며느리들에 앞서 뒷설거지 다 해주는 남편이지만, 일을 안 해도 때맞춰 오는 게 맞고 일손을 돕지 않더라도보아두는 게 가풍을 익히는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남편 말대로 며느리가 둘이나 되는데 우리 둘이 이러고 있는 게 맞냐는 말에 잠시 '나도 서운한가?' 생각을 해봤다.
시집온 지 10년이 되어가는 두 며느리들.. 결혼하고 몇 년간은 혼인신고도 안 한다는 시대에 우리 집에 시집와서 아무런 계산 없이 아들딸 낳아서 건강하고 바르게 잘 키우며 힘들어도 내색 없이 열심히 산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자식들이 손님처럼 잠깐 다녀간다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며, 그래도 이틀 사나흘씩 불편한 잠을 자면서 손주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니 그것도 고맙고, 덕분에 엄마 아빠 다음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최고라는 어린 손자들 손가락 순위를 기뻐하는 할아버지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니 그만하면 됐지 싶다.
"아직은 내가 여력이 되니 기꺼운 맘으로 하다가 손주들 좀 크면 때를 봐서한 번씩 아이들집에서 돌아가며 하자고 할 거야. 그때까지만 힘들어도당신이 보조해 줘."
사실 음식을 만드는 일이 고생스럽다는 생각은 안 했다. 몸이야 힘들다 쳐도자식들은 엄마의 음식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손주들도 할머니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고 그 작은 손가락으로 엄지 척 좋아라 해주니오히려 신이 나고즐거워서 한다.
'음식은 마음 내켜서 해야 정성이 깃들고 맛도 좋다.' 음식 할 때마다 주문처럼 되뇌어 보는 말이다.
명절 전날 밤 가족 카톡방에다, 음식은 대충 다 준비했으니 미리 못 온다 맘 불편해하지 말고 정 힘이 들면카지노 게임 사이트 오지 말고연휴뒤 주말에 와도 된다고 적고는 잘 절여진 배추 겉절이를 마지막으로 고단한 몸을 뉘었다.
명절날 아침 10시쯤 되자 아이들 이쁘게 단장시켜 앞세우고작은아들네가 왔다. 이른 시간에 아이들 깨워 나서기 힘들었을 텐데 미리 못 온 게 걸려 일찍 나섰던게지 싶어 기특했다. 약봉지 두둑하게 들고 와서는 식구대로 돌아가며 잔기침을 해댄다.
오자마자 배고프다며 메인메뉴가 뭐냐고 묻는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그것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고 거든다.
다 모이면 그때 짠~하고 보여줄 거라고 기대를 잔뜩 부풀려 놓았다. 아침은 떡국으로 준비해 뒀는데 아들눈치를 보니 떡국보다는 밥이 먹고 싶은 게 역력하다.
한집은 오지도 않았는데 한쪽에선 배고프다고 난리고 큰애네 전화를 넣어보니 그때 출발하니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단다.
어떻게든 늦장을 부려서라도 다 모인후에 설 상 멋지게 차려서 함께 짠!~ 하고 먹으려던 소망이 휙 날아가 버렸다.
괘씸한 지고... 가짓수 많은 밥상 깔끔하게 두 번 차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고..ㅠㅠ
그러나 이번 설은 망했다.
부랴부랴 밥을 지어 첫 번째 상을 차렸다.
음식을 잘 먹지 않아 걱정을 시키던 큰 손자가 이번설은 먹는 양이 늘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젓가락질로 음식을 집을 때마다 뭘로 만들었지 물어가며 잘 도 먹는다. 할머니의 수고를 잊게 하는 최고의 칭찬이다.
상을 물릴 무렵 큰아들네가 왔다.
미안해서 쩔쩔매는 며느리 얼굴이 말이 아니다 당장 응급실을 가도 이상할 게 없는 얼굴이다. 일단 상을 차려 밥을 먹게 하고 다과상을 준비해 놓고 세배를 받았다. 저희들끼리 약속이라도 한 듯아이들에게한복을 갈아입혀 세배준비를 한다. 참 어여쁜 내 새끼들이다.
역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하이라이트는 세뱃돈이다. 공식적으로 조건 없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날. 금액도 제 형편껏 정할 수가 있다. 돌아보니 저만한나이 때부터 위로 아래로 어른노릇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명절마다 계획을 짜느라 골몰했던 기억이다. 어른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아이들에게는 흔치 않은 제대로 신나는 날이바로 설이다.
평생 드리기에만 익숙하다가 자식들 힘들게 번 세뱃돈을 받자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도 아들 며느리와 손자 손녀들에게 조금씩 나눠서 되돌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부모님 모두 아니 계시니 고향 가는 일도 줄었고 우리 가족 오붓하게 보내기 시작한 최근 몇 년간 새로이 만들어진 우리 집 설 풍경이다.
만남의 횟수가 거듭되니 사촌이 무어냐고 묻던 손자손녀들도 왜 빨리 안 오느냐고 성화를 대며 기다리고 반기며 잘 어울려 논다. 명절 전부터이번 설은 음식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지 말고 나가서 먹기로 하고, 대신아이들 만두 만들기 체험을 하게 해 달라는 주문을 했었는데 꼬맹이들 데리고 그게 가능할까 싶었던 의구심을 날리고 제법 진득하게 앉아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린 손으로 예쁘게 해 보려 애쓰고 만두가 익는 동안 제가 만든 걸 찾아서 먹겠다고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고 하는 모습에서 이런 게 행복이고 이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 여느 때 같으면 윷도 놀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최소 1박 2일은 함께 했을 텐데 독감이다 뭐다 조심스러워 일찍 파하기로 했다.
작은 아들네가 처가로 간다고 저녁 무렵 나서고 큰 며느리는 병원을 다녀왔다. 링거를 맞고 기운을 차려서 돌아오긴 했는데 독감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이제 겨우 기침이 멎었는데 다시 독감에 걸릴까 봐 두렵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아프면 안 오는 게 맞는데 쉬지 그랬냐 하니, 그래도 명절인데 집에 먹을게 하나도 없어서 제 남편과 아들을 어머니한테 떠넘기기 위해서라도 와야 했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기왕 온 김에 애는 우리한테 맡기고 푹 쉬어 가라고 했다. 다행히 넉넉한 음식 덕분에 외식 없이도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음날 아침 어렴풋한 인기척에 눈을 떴다. 살포시 문을 밀고 들어오며 작은 소리로 할머니를 부른다.
침대로 안아 올려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이고 우리 강아지 잘 잤어? 하니 녀석은모닝 뽀뽀로 정신을 못 차리게한다.
손을 잡고 거실로 나가서는 블라인드를 올려달라고 하더니창밖을내다보며 "할머니이제날이 밝았으니 저 여섯 살 됐어요?"하고 묻는다. "그렇지 이제 여섯살이 되었지!"
갑자기 차렷자세로 몸을 위아래로 쭉 펴더니 한 손을 들어 머리뒤로 가져다 키를 재는 시늉을 하며
"할머니 어때요? 저 어제 떡국 먹고 조금 커진 것 같지 않나요?"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추억한 장면을 선물받은듯 즐겁다.
여섯 살이 되면 뭐가 좋으냐고 물으니 이제 형아 됐으니까 혼자 자야 한단다.
잘할 수 있겠느냐 물으니 어쩌다 한 번씩은 엄마아빠한테 함께 자겠다고 해도 될 거란다.
날이 아무리 추워도 할아버지랑 놀이 터도 가고 싶고,서점도가고 싶고, 산책을 핑계로문구점에 들러 카지노 게임 사이트북이랑 색연필도 새로 사고배스킨라빈스에 가서 엄마한테는 허용되지 않는 용량이상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비밀도 만들고... 어린 저들이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로 크고 작은 기쁨을 선사해 준다.
북적이는 명절에
갈 곳이 있다는 것,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마저 그리운 시간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날이 곧 온다는 것을
저들도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