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만 살아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이면 회사에서는 연직 의사를 서면으로 물어온다. 나보다 먼저 이 회사에 몸을 담고 있(었)던 직장동료의 말에 따르면 능력 있는 신입을 다른 회사보다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회사방침카지노 게임고 했다.
그 동료는 정낭비스킷이라든지 조개껍질 휴대폰 줄과 같은 카지노 게임와 관련된 것들을 건네며 "곧 떠날 사람이니깐..."이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는 상황을 기정사실화하여 이야기하며 곧잘 선물을 주곤 했다. 며칠 전에도 조랑말 인형을 건네며 '곧 떠날 사람이니깐..'이라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나는 알고 있다.
작년, "나는 카지노 게임에서 평생 살 생각 없는데요?"라고 떠들고 다녔던 내 입이 발단이라면 발단이었고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2년을 살아 본 지금의 생각도 큰 변함이 없다)
작년 이맘때 '머무를 것인가? 떠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지금보다 더 오랫동안 더 깊이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처음 제주행 선택을 할 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이득이 없다 해도 살아보고 싶은 제주에 쓴 만큼 월급이 채워지는 조건은 나쁘지 않았고 사계절을 살아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이 년을 제주에서 머무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는, 살아본다는 그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제주의 삶이 충족되지 않을 것 같았다. 또 다른 큰 이유는 뭍으로 가지 않으면 연로하신 부모님 신변에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이었다. 정답이 없는 답을 찾기 위해 수 없이 고민했던 날들을 보냈지만 회사에게 제공하는 기숙사 제안이 조금 더 머물러 보는 것으로 방향을 트는 계기였고 이곳을 나간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머무르는 결정타였다.
올해도 선택의 기로에 섰고 역시 칼자루는 내가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작년만큼 망설이지 않았고 선택에 작년만큼 에너지를 많이 쏟지도 않았다. 변수가 없다면 '조금 더'라는 결정을 내린 지 조금 오래되었다.
가족의 건강과 나의 안위에 대한 망설임은 일 년의 시간 동안 기우라는 게 명확해졌고 어쩌면 비행기를 타고 나가면 되는 현실에 익숙해진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회 물가 상승률만큼 변경된 월급의 숫자를 기재해 매년 갱신하는 회사의 계약서처럼 나의 카지노 게임 생활도 매년 새로 갱신하는 거지 그 이상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지금의 선택이 2025년 가을 후회로 치닫는 순간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년은 올해와 또 다른 무엇을 하면 좋을까?' 거기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던져진 주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