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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인 Jan 03. 2025

애매한 카지노 게임

나이가 들 수록 입맛이 변하는 이유

수천 개의 말로도 내 진짜 감정 하나를 붙잡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음식은 늘 말이 아닌 '감각'으로 내게 다가선다. 먹을 것 앞에서 어느 때보다 표정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이유이다.


음식은 우리 몸에 쌓여있던 공복과 외로움을 따스하게 매만져주고, 비어있던 공간을 구석구석 채워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김치찌개를 만들 때면 나는 늘 고민을 하게 된다. 오늘은 어떤 재료를 집어넣을까.

어렸을 적엔 무조건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선택했던 나였다. 냉장고에 고기가 보이지 않을 때면 종종 대체되던 건 햄 통조림이었다. 하지만 훌쩍 자라 버린 지금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의 간극이 다소 희미해져서 먹을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기도, 햄 통조림도 보이지 않던 날이었다. 이미 신김치와 참기름을 섞어 뜨거운 냄비에 올린 상태였으므로, 나는 절망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김치찌개를 먹어야 하는 날인가. 지금이라도 다른 것을 만들까. 그때였다.


'D 카지노 게임 통조림'


선반 가장 앞쪽, 제법 눈에 띄는 위치에 카지노 게임캔 하나가 있었다. 언제나 그곳에 있었지만, 생선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탓에 매번 그냥 지나쳤었던 바로 그 카지노 게임캔.


몇 초간 짧은 고민을 하다가 캔을 집어 들었다.

카지노 게임캔의 날카로운 통조림 껍데기는 언제나 나지막한 긴장감을 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베여서 다치고 말 것이라는 원초적인 두려움 때문에, 나는 언제나 카지노 게임캔에서 내용물을 덜어내는 과정보다, 뜯는 데에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카지노 게임는 돼지고기나 햄 통조림과 달리, 국물에 들어가면 존재감을 잃어버리는 재료이다. 그래서 나는 늘 카지노 게임 김치찌개를 싫어했었다. 얼큰하고 맑은 국물 속에서 가끔 톡 튀어나와 존재를 드러내는 다른 재료들과 달리, 끓이자마자 형체도 남지 않고 풀어져서 카지노 게임 통살을 씹는 맛 따위 하나도 남겨주지 않는 매정하고 독단적인 재료로 보였다.


어릴 적 싫어하던 음식을 직접 만드는 날이 오다니. 김치 국물 속에서 카지노 게임가 천천히 으스러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카지노 게임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돼지고기처럼 강렬하게 미각을 사로잡는 육즙도 없고, 햄 통조림처럼 짭짤하고 기름진 중독성도 없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재료도 아닌, 애매하고도 소외된 카지노 게임 김치찌개.




나이가 들 수록 그전까지 먹지 않던 음식이 문득 좋아질 때가 있다.

그것은 그동안 외면했던 음식들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해서일 수 도 있고, 그 음식에 마음을 주어서 일수도 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수 없이 끓이고 삼켜왔던 돼지고기나 햄 김치찌개가 아닌, 비주류의 카지노 게임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면 속의 그 깊고 외로운 동질감이 어느 순간 내 입맛을 바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김치찌개는 애매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마치 편의점에서 단종되지 않은 채 몇십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과자 브랜드처럼. 자극적이진 않지만 심심하고 단조롭게 입에 달라붙는 맛.


비록 국물 속에 녹아들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맛을 내고자 국물 속을 열심히 헤엄치는 카지노 게임 건더기처럼. 어떻게든 사랑받으려 발버둥 치고, 매운 김치와 탁한 국물 속을 헤매며 노력하는 모습이 우습지만 자꾸 나 자신과 겹쳐 보였다.




싫어하는 음식은 싫어하는 사람과도 닮았다. 아무리 도망치고 또 외면해도 눈앞에 막상 놓이면 살아가기 위해 억지로 삼켜내야 하는 존재.


수년간 찬장 속에 처박혀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선택된 카지노 게임캔처럼, 내가 지금 그토록 싫어하여 피하는 누군가도,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도. 언젠가 비로소 성숙해진 내가 먼저 손 내밀수 있지 않을까. 그때엔 그도 어딘가에 숨기고 있던 여리고 따스한 면모를 내게 보여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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