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카지노 게임에 비유한 자전적 소설
무료 카지노 게임한다, 라는 말은
필요하다, 와 몇 퍼센트나 닮아있을까요?
남중남고를 나왔다. 어린 눈으로 봐도 겉멋만 들었던, 커서 뭐가 될라나 궁금했던 친구들 중 몇은 헬스 트레이너가 되어있다(반대인 경우가 더 많지만).
내가 2년 동안 다녔던 헬스장은 규모가 컸다. 트레이너가 합쳐서 10명 이상인 듯했다. 신기할 정도로 전부 날라리 관상이었다. 그것부터 믿음이 안 갔고, PT 수업하는 걸 엿듣자니 휴식 시간을 재는 것 같지도 않고 짧지 않게 가십이나 털었다. 그러곤 한다는 게, “자 하나~ 더 내려가 더더더~”가 다였다. ‘논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돈 내고 저걸 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학창시절 경험에서부터 헬스장 트레이너들까지, 거금으로 운동을 배운다고? 나한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심지어 군대에서 선임들한테 눈칫밥 먹어가며 어느 정도 자세는 익혔고 또 스스로 터득한 것도 있으니,돈이 썩어나지 않는 이상 PT 받는 일은 없겠다 확신했다.
근데, 그 사람은 다르긴 달랐다.
#일일PT
헬스장을 6개월 추가 등록을 하니, 무료PT 1회를 해준다고 한다. 관심 없었지만, 최근에 오른 무릎이 안 좋은 건 신경 쓰였다. 무릎에 영향이 덜 가게 운동하는 방법이나 알아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날짜를 잡았다.
나를 담당한 트레이너는 관상부터 달랐다. 군대에서 함께 생활했던, 건실한 운동꾼 선임과 비슷한 호감의 인상이었다. 어깨와 상체 프레임에 비해 꽤 작은 얼굴, 까무잡잡한 피부, 강하지 않은 도수의 동그란 무테 안경, 짧은 길이에서 펌한 머리, 코와 입이 살짝 돌출한, 귀여운 고슴도치 얼굴이었다.
우선 상담테이블에서, 설문지 같은 것에 운동경력이나 부상이력, PT에서 배우고 싶은 점 등을 적었다.
“이것저것 운동 많이 하시네요?”
-네. 주에 수영 두 번, 러닝 둘, 헬스 둘,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데 마라톤을 하는데, 오른쪽 무릎이 약간 신경 쓰여서, 마라톤도 문제고 하체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거 위주로 좀 오늘 배우고 싶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올라가실까요?”
그는 올바르게 눕는 법, 척추 펴는 법 등 자세의 기본을 먼저 알려줬다. 그러곤 뛰는 자세를 봐주겠다고 했다. 머신에서 짧게 러닝을 했다. 그는 방금 내가 뛴 영상을 촬영하여 보여주며,
“상체가 살짝 숙여져있어요. 그러면 무릎에 부하가 많이 가요.”
음, 최근에 국가대표 출신 마라톤 코치가 상체 숙이라고 하셨었는데. 이 사람, 웨이트만 칠 줄 알지 러닝은 나보다도 모르는 거 아니야? 의심이 들었다.
“여기 허리 바로 아래에 골반 있잖아요. 거기 있는 게 장요근인데, 거기로 부하를 받아야, 더 큰 부위로 부하를 받고 더 오래 뛸 수 있거든요. 그리고 회원님은 무릎이 불편하시다고도 하니까, 무릎에 오는 부하를 줄여야 하기도 하고요.”
-아, 네.
“타조를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잖아요? 세우면 어떻게 되겠어요. 발을 굴려서 땅에 착지시킬 때, 골반이랑 수직으로, 각도상 골반 바로 아래에 찍히게 돼요. 그러면 무릎이 받을 부하를 장요근이 받는 거죠.”
-상체를 세운 채로, 장요근이 부하를 받게 발을 찍으면 되나요?
“네 맞아요. 발을 앞으로 찍어서 몸을 당겨오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무릎부터 발까지, 상대적으로 작은 근육들이 힘을 써서 달리게 되는 건데, 단발적으로 힘을 내는 건 유리할 수 있겠지만 그쪽은 금방 지쳐요.”
“그냥 어떻게 무료 카지노 게임하시면 되냐면, 뛸 때 발을 굴려서, 골반이랑 수직이 되게 찍어요, 착지를. 그리고 그걸 밀면서 앞으로 나간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하시면서 뛰어보세요.”
설득됐다. 다시 뛰어보았다. 상체를 세우는 것, 발을 골반이랑 수직이 되게 바로 밑에 찍는 것, 그리고 그 찍은 발로 밀면서 나가려고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다시 영상을 찍어 내게 보여주었다.
“잘하셨어요, 이렇게 하시면 돼요. 훨씬 나으실 거에요.”
-와, 무료 카지노 게임.
꽤 전문적인데? 무료 카지노 게임했다.괜찮은 사람이라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드니, 자세 수정이 필요하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했던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도 질문했다. 다리를 몸에서부터 바깥으로 벌리는 방식이 아닌, 11자가 되도록 하여서 무릎 말고 허벅다리에 부하가 쏠리게 하는 자세를 배웠다. 이것도 괜찮은데? 싶었다.
“정수리를 천장이 당기고 있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하고, 위로 쭉쭉 척추 편 상태에서 하체만 그대-로 내려가주시고.”
“발을 벌리고 해서 몸을 하체로 지탱한다기보다는, 몸이 일자가 되도록, 그러니까 몸의 균형이 일자로 되도록 해주세요.”
-오, 이거 제대로인데요?
“그죠? 제가 척추 배열이나 올바른 자세 이런 걸 공부를 좀 했거든요. 그냥 각각 운동 자세만 보는 거보다 제대로 건강하게 운동하는 걸 가르쳐드리려고 해요. 다른 트레이너분들이 안 하시는 루틴들도 많이 가르쳐 드려요.”
-그렇군요.
자기가 잘 가르치는 트레이너라는 자부심이 있는 듯 보였다.
“이제 시간이 돼가지고, 마무리하고 내려가실까요?”
-아, 쌤 저, 오버헤드프레스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이거 할 때 허리가 아파가지고.
이왕 공짜 PT 받는 거 뽕을 뽑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잘 해주는, 괜찮은 트레이너를 만났기에 나도 더 열심이었다. 그는 내려가는 문쪽으로 손안내를 하며 한두 걸음 움직였는데, 오히려 나는 바벨 쪽으로 가며 말을 꺼낸 것이다.
#첫PT어떠셨어요?
궁금해하던 걸 두 가지 정도 더 물어보고 나서야 내려와 상담 테이블로 돌아왔다. 제대로 하는 사람이다, 편견 가졌던 트레이너들이랑 다르다,이 사람이라면 돈을 내도 안 아깝겠다.
“첫PT 어떠셨어요?”
첫PT라. 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읽힌 건가. 나를 등록할 회원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몇 회에 얼만지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여기 표 있습니다.”
그는 태블릿에 저장된 사진을 몇 장 넘기다 멈췄다. 가격표를 보니 깜짝 놀랐다. 제일 적은 게 10회 80만원이었다. 한 번에 8만원이라고? 헬스를 이미 2년 하고, 솔직히 부족한 것도 없고 다른 운동을 더 많이 하는 내가, 이걸 8만원 내고 배운다고?
정신이 팍 들어버렸다. 그래, 나는 어차피 공짜PT만 받으러 온 거였다. 러닝 자세나 무릎 관련한 거나 물어보러 온 거다. 등록할 마음 애초부터 없었잖아?
-아.. 네.
거절을 둘러댈 근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근데 제가 아직 학생이어가지고, 곧 시험기간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헬스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하려고 해서.
“아 그래요? 한 번 하실 때 제대로 배워서 하시면 좋죠!”
-근데 제가 요새 수영에 관심이 많아져서요. 철인 3종 나가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수영에 엄청 에너지를 쏟고 있어든요. 그래서 헬스를 딱히..
“그러세요? 음, 근데 안 다치고 운동 꾸준히 하려면 그 운동만 계속하는 거보다 코어잡는 거부터 탄탄하게 해야돼요. 아까 제가 누워서 코어잡는 거랑 척추 배열 올바르게 하는 거 보여드렸죠?”
다양한 크기의 글자, 여러 단위의 숫자가 적힌 말풍선 따위로 채워진 페이지들을 삭삭 넘기면서 그가 말했다. 몇 번의 터치와 드래그로 형광펜을 부분부분 표시하면서.
“사실 저희가 재활 레슨, 부위별 레슨 이런 것도 있기는 하거든요. 근데 제가 해드리는 건, 요 레벨2 수강표예요.”
“사실 저희가 경력으로 레벨을 나누는데, 제가 레벨2여서 타 운동 밸런스를 도와주는 코어 레슨은 못해드리고 프리웨이트 PT만 가능해요. 제가 여기서 짬이 좀 낮아서요. 코칭 능력이 짬 따라가는 것도 아닌데.
-아, 그렇죠.
다른 트레이너들을 낮추어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오히려 나는 좋게 들렸다.그만큼 자신하는 거고, 불필요한 시스템에 불만 가진 능력있는 신입사원 같았다.
#거절할 결심
어쨌든 내가 할 일은 적당히 둘러대며 거절하는 것인데, 어떻게 해도 반박에 막혔다.
-제가 헬스에 요새 관심이 적어져서..
“그게 또 제대로 배우면 새롭게 재밌어져요!”
차라리 그냥,‘할 무료 카지노 게임이 없다’고 단순하게 말했으면 됐을 텐데. 사실‘하고싶지 않다’는 직감적인 판단을 이 사람한테 설명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거절 그 자체를 내뱉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물론 그에게 약간 설득된 것도 없지는 않았다. 트레이너라는 직업인들에게 가져왔던 편견을, PT가 필요 없다는 견고한 확신의 문을 이 사람은 강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명확하게 거절을 말하지 못한 건 내 부족함이지만, 괜히 여지를 주는 말을 뱉은 건 실수이자 잘못이라 해야할까.
-쌤한테 너무 잘 배워서 더 배워도 좋겠다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들기는 하거든요.
따위의 말을 했으니, 그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나를 더 붙잡았을 테다.
-아 오늘은 진짜 너무 무료 카지노 게임했는데, 너무 잘 가르쳐주셔서 무료 카지노 게임한데.
내 말끝마다 붙은 건 무료 카지노 게임했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한데,였다.
결국 좀더 고민해보겠다는 걸로 끝내려는데,
“일일PT 받은 당일에 등록하시면 추가 1회 제공이거든요. 그러면 몇 만원이나 혜택받는 거니까, 오늘, 아니 사실 이 자리에서 결정하시는 게 제일 좋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좀만 더 무료 카지노 게임해보고요.
“제가 레벨이 낮아서, 헬스장 이용 추가등록 2개월까지는 제 권한으로 붙여드릴 수 있거든요.”
-오, 그렇군요. 무료 카지노 게임.
나는 내 속마음이 단호했던 걸 알지만(단호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가 보기에는 우유부단했을 테다. 내가 자리를 마무리하려 우물쭈물대자 그분도 조건과 혜택을 가능한 한 붙였지만, 내 천천한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겨우 마쳤다. 무료PT 받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헬스장을 나와 통로를 걸어 건물 밖으로 나갔다.
왼쪽으로 세 걸음쯤에 음료 자판기가 있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태그하는 곳에 댔다.
상품을 선택해주세요, 친절한 높은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200원]이라 적혀있는 버튼을 눌렀다. 타당, 자판기 몸 안에서 딱딱한 무언가가 떨어지며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무료 카지노 게임, 란다. 감사하긴 뭐가 감사하냐.운동 끝나고 시원한 거 땡길 때 편하게 사먹을 수 있으니 내가 고맙지.
자판기 쪽으로 허리를 숙이려는데,
“음료 드세요?”
그 사람이었다. 운동복과 수건들이 담긴, 높이로 최소 1미터는 되어 보이는 오렌지색 포대자루 두 개를 양손으로 질질 끌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자루 입구에 둘러진 끈을 잘 동여맸다.
“보시다시피 짬이 낮아서..”
-아, 네. 저도 헬스장 알바했었는데 그때 빨랫거리 옮겼습니다.
“그러셨군요, 뭐 드세요?”
나는 허리를 굽혀, 자판기의 아래쪽에 달린 입을 젖혀열었다. 희고 파란 얇실한 캔, 나랑드 사이다였다.
-이거, 제로여가지고.
“오~ 액상과당은 안 되죠. 근데, 제로 음료에 들어있는 대체당도 줄이시면 좋긴 해요.”
-아, 그래요?
“그게 몸이 당을 먹는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서, 나중에 실제 당이 들어왔을 때 더 흡수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일리 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PT 감사했습니다.
“횟수 1회 추가 오늘까지니까 잘 무료 카지노 게임해보세요.”
고개를 까닥 숙여 인사하고 등을 돌렸다.
치익, 탁. 캔을 따고 한 모금 마셨다. 달달한데 무해한, 시원한 짜릿함이었다.
영업도 잘 하시고 좋은 트레이너네, 무료 카지노 게임했다. 하지만오히려 그래서 부담스러웠던 것도 있다.차라리 지금껏 내가 추측해온 대로 날라리였거나, 아니면 그다지 배워가는 게 적었으면 거절하기도 쉬웠을 테다.
무릎 관련 자세 교정과 새로운 기본 동작들, 특히 장요근 러닝법이 좋았다. 비싼 돈을 쓸 마음은 없으면서 칼같이 선긋는 건 또 못 해서, 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 반복을 몇 번이나 했던지.
#고맙다,라는 거절의 인사
일일PT 당일에도, 이후에도 물론 나는 등록하지 않았다. 허나 큰 수확이 있었다. 무릎 보호대도 사고, 고강도 러닝은 이제 못 하겠다 싶었던 나였다. 하지만 오히려 무릎 통증 없이 풀코스를 완주했으니, 러닝 자세 코칭은 파격적인 효과였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수영과 러닝에 빠져있다가 오랜만에 헬스장에 갔다. 마침 그분이 계셨고 인사했다.
-쌤 덕분에 무릎 통증 없이 마라톤 완주했어요.
“너무 잘 됐네요. 요새 근데 헬스장에는 좀 뜸하셨죠?”
-마라톤 끝나가지고, 이제 나오려고 합니다.
“그러시구나. 뭐, 혹시 이제 다시 하실 거면은 조금 제대로 배우셔도 좋겠는데요, 하하.”
“말씀 감사합니다. 조금, 네, 무료 카지노 게임해보겠습니다.”
은근슬쩍 뱉으시는 플러팅을 어영부영 우물쭈물 막아냈다.
그날은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었는데, 그가 스윽 지나가면서 휴식 중인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잘 하고 계세요?”
-아, 벤치 칠 때 왼쪽 손목이 조금 불편하네요.
“방금 뒤에서 자세를 좀 봤는데, 어깨 날개뼈를 그렇게 접은 채로 하지마세요. 몸이 곧은 상태가 아니면 오히려 자세가 안 바르니까 말단에서 에너지를 더 쓰게 되고 그러면 손이 더 아픈 거거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너무 무료 카지노 게임해요, 또 가르쳐 주셔가지고.
“근데 진짜 다름이 아니라, 벤치도 무게도 늘리시고 하시려면 한 번은 그냥 제대로 배우시는 게 도움이 진짜 되긴 하거든요.”
-네네, 맞는 말씀이세요. 무료 카지노 게임.
감사하다는 말이 거짓은 전혀 아니었다. 내가 PT 등록을 끝내 안 했는데도 챙겨준다는 게 감사했다. 근데 좀 뭐랄까, 미안한 감사에 가까웠던 거 같다.그는 나를 자신의 회원으로 만들 일말의 가능성을 보고 있었겠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운동 꿀팁을 받아가는 게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잠시 뒤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내가 해달라고 붙잡은 것도 아니고 지가 해주는 건데 뭐, 하며 마음의 무게를 떨궈냈다.
고맙다는 말은 가장 따뜻하게 포장된 잔인함이 아닌가 싶다. 상대의 제안에 내가 응할 거면, 받는 만큼 돌려줄 의향이 있다면, 고맙다는 말을 불필요하게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받는 건 솔직히 좋지만 돌려줄 무료 카지노 게임은 없고, 그래서 겉으로는 미안하고, 그러니 더 받지 않아도 되지만 (죄책감 같은 불편한 마음만 해결한다면) 받을 수 있기는 한, 그런 복잡한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다 걸러내고 단 하나 즉시 내놓을 수 있는 말은 ‘고맙다’라는 인사다. ‘미안하다’라는 메인 디쉬와 차례로 선보인다면 더할나위 없는 거절의 파인다이닝 코스가 된다.
#미필적 고의
이후 어느 날, 유난히 카톡에 생일인 친구가 많이 뜨는 날이었다. 어, 그 트레이너님도 생일이었다.
이름 위 동그라미를 눌렀다. 양팔을 대각선 위로 벌린, 달리는 듯한 동작의 한쪽 무릎을 든 흰색 남자 그림이 있었다. 그 앞으로 생일 당사자와, 예쁜 여자가 그림을 따라 하며 찍은 것이 프로필 사진이었다. 두 한국 남녀는 패딩을 입고 있었다. 작년 겨울에 오사카 갔다오셨구나. 사람이 워낙 건실하니까 좋은 사람 만나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헬스장에 가는 길, 진녹색 두꺼운 천으로 된 처마가 길게 달린, 진중한 분위기가 풍기는 카페가 있었다. 어, 이거 언제 생겼지. 이름은 ‘카페인 더 모닝(caffe in the morning)이었다.
아침에는 커피지, 근데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아, 저번 벤치프레스에서 대화할 때, 그 트레이너님이 여기 커피를 들고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났다. 진녹색에다가 저 영어 문구.
커피를 샀다. 사실 나는 카페 자릿값이 아닌 마시기 위한 커피에 내 돈 내는 일이 거의 없다. 스틱커피를 대량으로 사서 찬물 부어 먹으면 되는데 낭비할 게 있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커피를 안 좋아한다. 마시면 잠 못 잔다.
지금 무료 카지노 게임해보면, 그날에 그가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알고, 무슨 무료 카지노 게임으로 사갔을까. 음, 커피 사들고 운동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나도 그냥 내가 마시면 되겠지, 했나.
우연스럽게도 주인공은 거기 있었다. 다른 회원 수업 중인 듯했다. 눈 마주칠 때까지 어슬렁거리다가 목을 크게 굽혀 인사했다. 손에 든 플라스틱컵을 볼록볼록 만지작거렸다.
수업이 끝나 회원이 먼저 내려간 걸 보고, 다가가서 커피를 내밀었다. 눈이 살짝 커진, 웬일인가 싶은 놀란 표정이었다.
“응? 뭐예요?”
-그, 생일이시던데요.
“오, 맞아요.”
-여기 근처에 메가커피랑 컴포즈 있는데 저번에 보니까 그거 말고 이거 드시더라고요. 그래서, 네, 선물 겸.
“어유 무료 카지노 게임. 너무 좋은데요?”
그가 웃으면서 잘 마실게요, 하며 몸을 돌려 내려가려는 찰나,
-저, 쌤!
“네?”
-저 그, 저번에 일일PT 받았을 때요. 러닝 교정해주시면서 뒤에서 찍은 영상, 그거 혹시 아직 갖고 계시면 주실 수 있나요?
“아, 음, 그게 언제였죠?
-2월이었습니다.
“두 달쯤 돼서, 폰에는 없을 거고요. 수업 중에 영상 찍은 게 있으면 3개월 동안 인포 컴퓨터에 저장해두긴 하거든요.”
-오, 네.
“그때 회원님이 등록 서류까지는 쓰셨어서, 아마 있을 수도 있어요. 지금 내려가서 확인해보고 보내드릴게요.”
-무료 카지노 게임, 제가 폰을 바꿔가지고.
어디부터 의도한 거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하지만 나는 분명 의식하고는 있었다. 그 영상을 받아내고 싶은데, 기회를 못 찾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하여 생일을 챙기는 척하면서 (좋게 말하면 챙기는 겸하면서) 내게 중요한 것을 받아냈다. 그의 생일을 확인한 것, 그 카페를 지나가며 낯설지 않음을 느낀 것, 커피를 사와 전달하고 돌아서는 걸 붙잡아 말을 붙인 것까지. 그 모든 원인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동작처럼 느껴졌다.
미필적 고의, 라고 한다더라.내 행동이 특정 결과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행함(과 그 심리)을 말이다.
PT 등록을 고민하는 태도를 취하면 상대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혜택을 못 이기는 척 얹어줄 것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를 챙겨주며 내 운동 자세를 봐줄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고민 중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둔 다음 일부러 먼저 인사할 때, 그가 근처를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어려운 프리웨이트를 할 때, 내 동작을 수정해줄 확률이 높다는 걸 나는 아마 알고 있었다.
느끼고 있었다. 두세 번까지는 오다가다 내 자세를 봐주고 짧은 피드백이라도 하다가, 2주3주 지나며 반응이 시원찮아지는 걸 말이다. 헬스장의 회원이지만 자신의 회원은 아니기에필요를 못 느끼는,그 자연스러운 태도 변화를 말이다.
돈은 안 낼 거지만 지나가는 코칭은 받고 싶은, 들렀던 시식코너에서 또 먹고 싶은 은근한 영악함으로 마침내 나는 커피를 사갔던 것이다. 카페인이 각성 상태를 유지해주듯 그가 내게 관심 가질 가능성을 이어가고자 했다. 아니, 했던 것 같다. 나도 내가 얼마나 명확한 의도를 얼마나 의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판기
운동을 끝내고 나왔다. 자판기 앞에 섰다. 카드를 리더기에 찍었다. 항상 누르던 버튼의 높낮이와 각도로 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또 나랑드 드시게요?”
-엇, 네.
노란 포대자루 하나를 양손으로 받친 걸, 출입구 오른쪽 전봇대에 내려놓는 그였다.
내가 말했다.
-여기 앞에 편의점에도 나랑드 사이다 파는데, 가격이 똑같더라고요.
“그래요? 그럼 안 먹을 이유가 없네요.”
-네, 그죠
“제가 최근에 일본에 갔었거든요.”
-아, 그래요?
“저도 자판기에서 사이다 사먹었었는데, 그 이름이,”
-미츠야 사이다요.
“아시네요?”
-저도 일본 갔었어요.
“일본에는 길거리마다 자판기가 엄청 많더라고요.”
-맞아요. 막, 아이스크림도 팔고 담배도 팔고, 이것저것 팔던데요.
“제가 잘 모르긴 하는데, 일본사람들 개인주의라고 그러잖아요?사람이랑 대면하는 불편함도 안 느껴도 되고, 필요할 만한 때에 적당한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게, 자판기가 완전 일본스럽다? 생각했어요.”
-맞는 말씀이네요. 언제나 같은 곳에서 같은 걸 같은 가격에.
“그럼, 조심히 가세요~”
-무료 카지노 게임!
그가 돌아서서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쌤,
“네?”
-영상, 보내주신 거 무료 카지노 게임.
그는 고개를 까딱하고 웃어보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1200원의 버튼을 눌렀다. 타다당, 물건이 떨어졌다.
무료 카지노 게임, 라고 상냥하게 녹음된 목소리가 말했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 자판기의 축 넓적하게 처진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