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면 꼭 카지노 게임코너에 간다. 손을 안 탄 책들이 신생아처럼 가지런하다. 색깔과 높이는 제각각인 책등을살펴본다. 제목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꺼내든다. 저자를 먼저 확인때도 있고, 목차를 먼저 훑을때도 있다. 대개 이야기의 첫 문단에서 대여는 결정된다. 마치 소개팅처럼 첫 인상이 많은 걸 좌우한다.
이 많은 새책들 중 몇 권이 살아남을까. 세상에 재밌는게 이렇게나 많은데 주목을 받는 책은한정적이다. 요즘은 디자인도 어찌나 세련됐는지 마치 잘 다듬어진 보석같다. 얌전히 서서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고분고분하다. 도서관에서는 늘 독자가 왕이다.
중학교 근처에 있던 시립 도서관은 바로 뒤가 숲이었다.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건물을 감싸고 있었다. 갈 때마다 사람은 적었다. 어른을 기피하는 사춘기 소녀가 좋아할 법 했다. 투명창 너머로 비치는 햇살은 따뜻했다. 책장 사이로 금빛 먼지가 떠다녔다. 손가락 끝으로 책등을 건드리며 지나갔다. 한 발씩 신중하게, 속으로 허밍하면서 침묵 속을 유영했다.
감정기복이 심한 나이였다. 끌리는 타이틀을 발견하면 금세 환희에 찼다. 몇 장을 넘겨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내젓기도 카지노 게임.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발견했을 때는 경탄을 금치 못카지노 게임. 세상에 이런 제목이 있다니. 유일하게 파멸로 걸어가는 자신에 심취할 때다. 마음에 들면 교복 치마를 구기고 앉아 책장을 넘겼다. 고른 책은 보통 다섯 권이 넘었다. 고심해서 귀가길 동무를 추렸다.
그때는 카지노 게임보단 옛날 책을 좋아했다. 수기로 명부를 작성했었다. 낡은 페이지 너머 누가 이 감성을 공유했을지 궁금했다. 어린 눈에도 도서관은 크지 않았다. 언젠가는 여기 있는 책들을 다 읽어버려야지. 포부가 컸다.
어른이 되고 나서 독서량은 곤두박질쳤다. 이게 다 망할 휴대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천 자를 쓰는 동안 몇 번을 뒤다봤는지. 그래도 여전히 도서관은 좋아한다. 책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나아진다. 지식이 들어차는 느낌이다. 물론, 착각이지만.
흘러간 세월만큼 쌓인 책은 방대하다. 도저히 다 읽어버려야지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은 카지노 게임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일착으로 귀한 걸 받은느낌이다.운도 실력인 세상에서 모든 책이 살아남길 바란다. 그리고 죽어가는 내 전두엽도 깨끗이 재생하기를.
반들거리는 표지를 쓰다듬는다. 앞장이 채 접히지 않았다. 오늘은 너로 정카지노 게임.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는 공생관계다. 서로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여기는 만남의 장, 카지노 게임코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