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연초에 오랜만에 이렇게 모였는데 식사는 하고 가셔야죠?"
"아우~ 좋죠. 다들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경양식이요."
"아니 오랜만에 이렇게 모였는데 무슨!
그러지 말고 이 근방에 잘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 있는데 거기로 가시죠."
"갑시다!!(유사 만장일치)"
카지노 가입 쿠폰을 가자는데 환호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카지노 가입 쿠폰은 항상 최고의 선택지이며 마치 호불호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외식계의 성역 같은 곳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성역의 문턱을 넘기 꺼려하는 이도 존재한다.
그렇다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 소수자이다.
찬 바람을 피해 고깃집에 들어선 일행들은 고기를 굽는 열기로 뜨끈해진 장내의 공기를 맞으며 저마다 앓는 듯한 추임새들을 한 마디씩 넣으며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점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 최초 이곳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고기의 인도자가 익숙한 듯이 술술 주문을 한다.
잠시 후 밑반찬들과 주문한 생고기 덩어리들이 나온다. 접시들은 모두 불에 그을려 가장자리가 새카맣고 테이블은 기름에 절어 끈적거린다. 그래 이 느낌... 역시 별로다.
게다가 늘 떠오르는 의문은 비싼 돈 내고 고깃집에 왔는데 왜 고기를 직접 조리해 먹어야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고 고기를 구울 사람을 암묵적으로 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정해진 누군가가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고기를 굽는 사람은 굽는데 전념해야 하니 고기를 제대로 먹을 수 없다. 그리고 구워진 고기를 집어 먹기만 하는 사람도 양심이 있다면 미안해지고 마음이 불편하다.
누군가는 좋아서 굽는 거라며 괜찮다고 말하지만 역시 그가 아무리 굽기 계의 거봉이라 할지라도 연신 고기를 구워내면서 제 몫까지 챙겨내기는 어렵다.
결국 보다 못한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며 후반 선수 교체를 자처한다. 기껏 선심 써서 나선 선수 교체인데 앞서 뛰었던 1군 선수보다 떨어지는 기량을 보이면 고기 그렇게 구우면 사회생활 못한다는 둥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이제 슬슬 된장찌개를 찾을 즈음이 되었다. 사람은 여섯이면 찌개는 보통 2개쯤 시키다 보니 뚝배기 하나당 숟가락이 3개 이상 드나들게 된다. 누군가의 아밀라아제가 침공하기 전에 얼른 국자로 덜어서 조금 먹거나 한발 늦으면 그냥 안 먹는다. 내 입안의 아밀라아제는 한 가지 종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뭔가 서로 눈치가 보여서 그러는지 고기를 넉넉히 주문하지 않게 돼서 소란스러운 것에 비해서 배도 별로 부르지 않는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깨끗한 찬바람이 머리카락과 외투에 깊이 스민 고기 탄내를 상기시켜줄 때쯤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음... 차라리 짜장면이나 한 그릇씩 먹고 헤어지는 게 나았을 것을."
역시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