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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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카지노 게임
시인 변희자
종달새의 아기
초록빛 노래로 태어났다
숲의 바람과 햇살을 먹고
카지노 게임를 펼쳤다
어느 날
뻐꾸기 딸이 우리 둥지에 들어왔다
그녀의 깃털은 상처투성이였고
노래를 잃었다
너의 시어가 필요해
그녀는 내 카지노 게임를 접게 했다
나는 조금씩 시어를 나눠주었다
그녀의 노래는 점점 부드러워졌고
숲은 처음으로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그녀가
더 줘야 해 노래를
완성하게
마지막 시어까지 꺼내 그녀에게 밀어 넣었다
나는 텅 빈 카지노 게임로 둥지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녀는 울며
미안해 너를 희생시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서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 노래가 너의 카지노 게임가 될 수 있으면 충분해
그녀는 나의 시어로 완성된 카지노 게임를 펼치며
숲으로 날아올랐다
하늘을 오르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텅 빈 나의 카지노 게임, 고요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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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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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자 시인의 '노래에 카지노 게임'는 탁托卵란의 슬픔을 품은 채, 나눔과 헌신의 숭고함을 조용히 노래하는 작품이다.
종달새 아기의 초록빛 노래는 생명력과 자립의 은유이다. 그러나 뻐꾸기 딸이라는 상처 입은 존재가 둥지에 들어오면서, 시는 생명의 원초적 비극, 곧 '탁란'의 구조를 마주한다. 탁란은 본능적 생존의 선택이지만, 본디 둥지의 주인에게는 치열한 희생과 상실을 강요하는 일이다. 변희자 시인은 이 가혹한 운명을, 원망이 아닌 사랑과 연대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승화시킨다.
시적 화자는 자신의 소중한 '시어'를 조금씩 나누어 뻐꾸기 딸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조각까지 내어주며, 자신의 존재를 다 비운다. 그러나 그 희생은 절망이나 비탄이 아니라, 타인의 비상을 돕는 기쁨으로 승화된다. '텅 빈 나의 카지노 게임, 고요가 가득하다'는 마지막 구절은, 모든 것을 내어주고 나서야 비로소 얻는 초월적 평화를 아름답게 담아낸다.
탁란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종달새 아기는 뻐꾸기 딸의 완성을 통해 자기 존재의 의미를 완성한다. 변희자 시인은 이를 통해, "삶이란 타인을 살게 하기 위해 자신의 본질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 "예술이란 자기 소멸을 통해 타인의 카지노 게임를 만들어주는 것"임을 담담히 전한다.
화려한 수식 없이 절제된 언어로, 상처와 치유, 슬픔과 아름다움을 엮어낸 이 시는, 탁란의 비극을 인간적 사랑의 승리로 바꿔놓는다.
그 결과, '노래에 카지노 게임'는 읽는 이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며, 생명과 예술,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깊은 성찰을 이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