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있는 여자가 아드리넷이 되기까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두 번 놀란다. “애가 넷이야? 대박.” 올망졸망한 내 아이들의 머릿수를 세느라 그들의 눈이 바빠진다. “뭐야 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야? 헐.” 사람들의 눈은 성별을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막내까지 주시한다. 하지만 모두의 짧은 머리칼과 차림새는 너무나 비슷해 막내까지 카지노 가입 쿠폰인 게 곧 분명해진다. 한국의 서울이나 지방에서도, 해외의 어느 곳에서도 늘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곤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넷인 엄마. 그렇게 되었다.
자랑할 것도 아닌,어떤 타이틀을 붙일 것도 아닌 일이지만 엄마로서의 삶을 산 지 12년이 되던 어느 날 나는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소셜미디어의 아이디를 ‘아드리넷Adrinette’으로 바꾸었다. 네, 맞아요. ‘카지노 가입 쿠폰이 넷’입니다. 보신 그대로예요.
처음부터 내가 이런 삶을 살 거라 예상했던 건 아니었다. 어딘가에 찐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고 늘 여기저길 기웃거려 그걸 에너지라 믿었던 도파민 중독의 20대 시기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젊고 그 자체로 빛났던 결혼 전의 삶이 있을 테고 나 역시 그랬으니까.
29세에 결혼해 30세에 첫 카지노 가입 쿠폰를 낳았으니 말 그대로 원 없는 20대였다. 공부에 대한 압박의 고삐가 확 풀린 분방한 대학 생활이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처음으로 스스로 찾았던 관심사인 문학과 세계사, 예술사에 깊이 빠져들었다. 졸업할 무렵에는 청와대 대통령실 홍보수석실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사회 초년생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국가 행사의 진행 과정을 코앞에서 보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내 몸 하나만 건사해도 되는 그 감사함을 모른 채 직장 생활이 힘들다며 돌이킬 수 없는 ‘의원면직’으로 사직서를 냈고, 세계 일주를 하겠다며 잔뜩 바람이 들어버렸다. 그 후에 30리터짜리 도이터 배낭을 사고 국립의료원에서 말라리아, 황열병, 파상풍 백신을 접종했던 일, 차라리 남자랑 동행한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싶어질 만큼 “대체 어떤 놈이랑 가냐!”고 끝없이 다그치던 엄마, 그걸 뒤로 하고 30여 개국을 누볐던 시간. 게다가 연애는 또 어땠던가? 이제 내게 더 이상의 방황은 불필요하다 느껴질 만큼 미련 없이 만나고 헤어지다 십년지기였던 공군 전투기 조종사와 결혼했다.
서해안 어느 갯벌을 메운 간척지 위에 펼쳐진 활주로와 군인 관사. 나에 대해 잘 아는 지인들은 내 신혼을 걱정했다. 그 비행단에서 군 복무를 한 적이 있던 친오빠는 “걔는 거기서 절대 못 산다, 장담한다.”라고 했다. 친구는 관사 아파트 입구까지 4km 길이의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갈색 톤의 논밭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부대 정문에 도착한 뒤에야 이렇게 말했다. “신랑이 너한테 진짜 잘 해야겠다.”
나는 자신했다. 읽을거리와 필기도구, 카메라, 음악만 있다면 어디서 산들 무슨 상관이랴. 나를 둘러싼 물리적 공간만 그 프레임을 달리할 뿐 내가 나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 설령 사막에 가더라도 위의 물건 몇 가지만 있다면 나는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신혼 생활은 주위의 우려와 정반대였다. ‘역마살이 있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나의 20대는 낯선 시골의 군인 관사에서도 멋진 삶이 펼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미리 학습시켜 주었다. ‘역마살이 있어’ 이 사람(남자?) 저 사람 만났던 나의 20대는 속된 표현으로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진리와 함께 지난한 연애사의 기승전결을 주지시켜 그 뻔한 에피소드에 미련을 갖지 않게 해주었다. 그러니까 나는, 원 없이 누린 자유 덕분에 오히려 소박한 결혼 생활에 더욱안착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족의 부피를 매해 늘리던 과정은 물론 고되었다. 하지만 그 행복 역시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우주가 생겨난 이래 이 수많은 생명체가 멸종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독신으로도 살 수 있을 것 같던 애가….”라는 말을 뒤로하고 어느덧 나는 네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두부를 썰다가, 혹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옷을 개다가 남편의 이륙 시간이 되면 나는 관사 밖 허공으로 귀를 기울였다. 부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앙―! 남편의 야간비행이 있을 때는 예상 착륙시간에 활주로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에 차를 세우기도 했다. 여러 대의 KF-16이 땅에 닿는 순간, 아이들에게 귀를 막게 하고 어마어마한 굉음 속에서 나는 소리 질렀다. 저기 아빠가 온다! 아빠가 날아온다!
남편은 마하의 속도로 온 세상을 누비는데 나는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땅에 붙박여 있었다. 아이들의 동화책 속에서 나무꾼은 선녀의 목욕 장면을 엿본 뒤(관음증 환자인가) 그녀의 날개옷을 훔쳤고(여자 옷 절도까지? 페티시즘인가) 급기야 아이를 줄줄이 낳아 기르게해 아내의 승천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순진한 척 나무나 베더니 이런 교활한 인간 같으니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엄마가 된 뒤 ‘한때는 나도…’의 화법으로 왕년을 추억하는 건 어쩐지 머쓱하고 민망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 애석한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려 늘 내 입단속과 마음 단속을 했다.
엄마들 모임에서 대화의 화제나 단어를 고르는 일은 엄마 직職 연차가 오를수록 점점 신중해졌다. 엄마 이전의 삶을 함부로 물어보는 것은 실례이고 이력을 포함한 단어를 먼저 입에 올리는 건 금기이다. 그래서 각자 자신의 예전 에고를 마음에만 묻어둔 채 대화의 화제를 자녀교육이나 누구네 집 아이, 댁의 남편은 어떠신지? 등으로 돌리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혹은, 그쪽 시댁은 멀쩡한가요?
겉도는 잡담에만 관심 있어서가 아니다. 꽉 막힌 육아의 숨통을 틔우는 스몰토크도 중요하고 정보 교환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는 그걸 일종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느닷없이 말 꺼내기 어려운 지난날의 모습, 한때 빛났던 순간, 바랐던 것, 이젠 놓쳐버린 것들, 그리고 당장 시도하기 어려운 버킷리스트. 그런 것들을 비슷비슷하게 간직하고 있을 것에 대한 조용한 공감과 배려. 나는 그렇게 느끼곤 한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원제: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의 주인공인 엄마는 과거 전 세계를 여행하던 여행작가였다.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 케빈이 태어나면서 그녀는 육아 감옥에 갇혔고 이해할 수 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이해하기 위해 평생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엄마 이전의 삶을 박탈당한 엄마의 내면을 연기하는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보기에 고통스러울 정도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 왜 아이를 낳는 즉시 그 이전의 삶이 아예 차단된다는 생각이 도처에 퍼져 있는 것일까.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의 삶에 오로지 함몰되기보다는 오히려 카지노 가입 쿠폰가 나의 원래 삶에도 조금씩 스며들게 하는 관점을 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애가 있어서 못 다녀, 애들이 여럿인데 이젠 어딜 가겠니? 이런 타협을 하기엔 그래도 내 역마살이 카지노 가입 쿠폰 넷 육아보다 조금 더 힘이 셌다.
그래서 나는 다녔다. 내 아이들과 함께.
가볼 곳이 너무나 많은 이 세상. 혼자 보기 아까운 곳들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보여주고 만지게 하고 다른 숨을 쉬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를 위한 짐을 꾸리는 요령을 익히고 아이를 위한 동선을 함께 짰다. 그러는 동안 나의 이 어린 여행자들이 세상으로부터 어떤 환대를 받는지 나 역시 새로이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이렇게 이야기해 보고 싶다.
We Need to Talk about 여행 with Ki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