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하우스 신입 디자이너가 3개월만에 깨달은 현실
1월에 입사해서 어느덧 3개월째.
20살 때는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지? 했는데
26살 직장인이 되고 나니, 야속할 수준이다..
1월은 비수기 매출을 끌어올리느라, 프로모션이 많았다.
입사하자마자 겪은 야근은 생각보다 별 것 아니었다. 길면 3시간이었고, 한 주만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에이전시를 다녀보지 않았지만, 그곳보다 강도가 낮은 건 분명했다.)
2월, 3월은 반복의 연속이었다. 인스타 콘텐츠, 프로모션 디자인의 무한 반복..
그렇다고 학원에서 만든 포폴만큼의 퀄리티는 절대 나올 수 없었다.
(메인 비주얼이 하루 만에 나와야 파생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
'아, 내 포폴 너무 아깝다. 이럴라고 이런 곳 들어온 게 아닌데..'
'앞으로도 이런 작업만 반복하겠지..?'
'포폴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고 싶어서 회사에 들어왔는데..'
'여기서 퀄리티도 안 나오는 ㅈ같은 디자인만 하다 커리어 망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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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어야 하나?'
알맹이는 없는데 또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 느낌에 현타가 오고, 내 기준에 한 참 못 미치는 디자인을 세상에보여주는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기업은 매출이 있어야 돌아간다.
제품을 만들고, 직원들한테 월급을 주려면 매출이 최우선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일주일 단위로 프로모션을 돌리고, 뭐든 시간에 쫓겨 마감하고...
JD에 적혀있던 UXUI, 카지노 게임 디자인 등의 영역을 다루게 될 줄 알았는데.. 아주 작은 요소들 뿐이었다..
드라마틱하게 다 갈아엎고 단 번에 카지노 게임 고도화 시키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그냥, 3개월 동안 '어서 와^^ 이게 회사야ㅋ'을 너무 씨게 맞았다..........
사수는 고인물.. 아니 완전 직장인이 되어서인지 그저 '일 많아지지 않게, 최대한 간결하게, 사장님을 이런 스타일을 더 좋아해(컨펌 한 번에 끝내자), 이건 우리 브랜드랑 안 맞아'에 갇혀있다. 열심히 하려니까 오히려 눈치가 보인다. (이게 맞나..?)
게다가 시대가 어느 때인데 구글 광고를 안 하는 카지노 게임는 처음 봤다. 카지노 게임 이미지랑 안 맞다고 쿠팡, 네이버에서는 판매도 안 한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는 건데... '근거 있는 자신감.. 맞나? 자부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회사에서 날 밤 까고, 집에 가서 보수 없이 일해도카지노 게임가 성장한다면 할 수 있다. 근데 다수가 모인 회사에서는 혼자서 사부작거려도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모두가 한 목표와 한 문제를 두고 공감하고, 심각하게 받아드려야 변화를 위한 실천과 행동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부터 막힌다.
그리고 워라밸, 워라밸 하는데,
회사에 들어와 보니 '중소기업 다니는 주제에 워라밸을따지는 것은 복에 겨운 놈들이구나..'를 깨달았다.
대기업이야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안정적인 매출, 많은 인력이 있으니까 가능하지.. 성장과 매출이 필요한 중소에서 사람은 적고 할 일은 많은데 워라밸 다 지키면 목표는 언제 달성하나? 한 달이면 해결할 일을돈 낭비, 시간 낭비하면서 1년, 2년씩이나 미루는 멍청한 짓은 손해인데?
어떤 회사도 안 다녀본 놈이 워라밸 좋은 회사만 들어가라고 소문냈는지... 이러니까 ㅈ소기업 취급하면서 눈 만 높아지지...
왜 대기업 잘 다니던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 사업하는지
왜 일론머스크가 최고의 인력과 소수의 인원으로 테슬라를 시작했는지 이해된다.
이런 무리에서는 혁신과 빠른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사람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회사는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돈을 벌기위해 다니는 것도 맞지만,
나는 이 카지노 게임가 좋아서 들어왔다.
더 잘되게 하고 싶어서 들어왔다.
충분히 거듭날 카지노 게임라는 확신으로 들어왔다.
진짜 잘돼서 이름 날리는 카지노 게임로 만들기 위해 들어왔다.
내가 사장은 아니지만, 이 카지노 게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카지노 게임 분석, 사용자 분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고민하는 시간들이 즐겁고 재밌다. 하지만 물리적인,환경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너무 빨리 느껴서 사기가 팍꺾여 버렸다.
그래서 포기할거냐고? 아니 포기 안 할 거다.
아빠가 말했다. 네가 왜 뽑혔는지 이유를 보여주면 된다고,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게 직원이라고. 어떤 날은 그냥저냥 하는 흐름을 탈 수도 있고, 칼퇴해서 제일 좋아하는 라멘가게 가서 옵션 추가에 가라아게까지 시킬 기대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그래도 잊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를 알고 소통하는 브랜드, 누구나 아는 브랜드, 좋아하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입사 이유를.
칼을 갈고닦아 영향력이 더 강해지고, 펼칠 수 있을 때 제대로 펼쳐버릴 것이다. 논리적인 뒷받침과 함께 인정하지 않는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싸그리 드러내버릴 거다.
아, 근데 결론은 내 회사 차릴 거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