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FAANG 대기업 카지노 게임 소식을 들으며
자기 검열하기
며칠 전에 오랜만에 연락한 지인 A로부터 FAANG 중 하나인 대기업을 카지노 게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는 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 jannerboy62, 출처 Unsplash지인은 나보다 3살 위 언니로, 오랜만에 듣게 된 이 소식은 나에게 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주변에 카지노 게임한 지인들이 있긴 했지만 그건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지게 된 경우뿐이었다. 그마저도 쉬지 않고 여전히 프리랜서로 계속 외주를 맡아하고 있었다.
한동안 안부를 못 주고받았던 터라, 그런 결단을 내리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별다른 일이 있었다기보다는 “일이 너무 안 맞는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하는 느낌” 이 들었고 “지금 아니면 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알려줬다.
지인 A는 학부 때 함께 과제를 할 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히 알려주는 선배였다. 먼저 졸업을 하고 타주로 이사를 갔을 때도 내가 졸업한다는 소식에 꽃다발을 배달하며 축하해 줘, 언제나 감동과 따스함을 선사했다. 3년 전 취준 시기에는 지인의 대기업 취업 소식과 어떻게 준비했는지 노하우를 전해 들으며 “나도 A처럼 FAANG에 취업해서 링크드인에도 Software Engineer at ~라고 적어야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준, 나에게는 한 마디로 공부도, 사랑도, 삶도 멋지게 꾸려나가는 롤모델과 같은 언니였다.
그런 A의 카지노 게임소식이라니.
괜스레 ‘나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아마 A도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테니, 나도 현재 내 상태를 돌아볼 겸 자기 검열을 해 본다. 아래는 혼자 적어 내려 간 자문자답.
1. 내가 카지노 게임를 하고 싶은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인가?
식습관과 건강하지 못한 생활.
일을 할 때 압박감에 시달릴 때면, 나도 모르게 괜히 뭔가를 계속 주워 먹어야 된다.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또 재택으로 일하다 보니, 가끔은 일이 안 풀리면 늦은 시각까지 노트북만 붙잡고 있어 하루 활동량이 거의 0에 수렴할 때도 있다.
2. 카지노 게임와 상관없이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균형 잡힌 삶. 상황에 상관없이 침착하게 흔들리지 않는 중심과 건강한 생활습관.
일적으로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삶. 현재 회사는 아무래도 대기업이다 보니 나 하나 없어진다고 별달리 문제 될 게 없다. 이게 회사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시스템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나사못 같은 부속품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진정으로 내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3. 나는 카지노 게임를 하고 나서도 현재와 같은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는가?
지금은 벌 수 없다.
4. 그렇지 않다면, 그것보다 적은 액수로 지내도 상관이 없는가?
적은 액수가 얼마일지는 모르겠다. 일단 현재 버는 액수를 포기할 수는 없다.
5. 포기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처음 목표로 했던 종잣돈을 비교적 단기간에 모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집을 살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는데 아마 카지노 게임를 하면 조금 더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미 부모님께 독립했는데 수입이 없어지는 상태가 되면, 모으기보단 이미 모아놓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된다.
뿐만 아니라, 지금 카지노 게임하면 실력이 이도저도 아니고 붕 뜬 상태가 된다. 물론 이제는 어느 정도 팀 내에서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고 웬만한 이슈에 대해 디버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팀 내 주요 멤버도 아닐뿐더러, 아직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상태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스스로 자신 있게 ‘어느 정도 이제 됐다!’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 카지노 게임를 하고 싶다.
6.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카지노 게임하고 운동하며 내 삶을 통해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언제나 스스로에게 웃고 매일을 만끽할 수 있는 삶. 최근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 참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영화 ‘존윅’에 나오는 키아누 리브스. 배우 장나라. 할 것 다 하고 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본업에 집중하면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
이렇게 적고 보니 아직은 카지노 게임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분명 들어오는 수입이 0인 위험요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카지노 게임를 하고 창업의 가시밭길을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은 그럴만한 담대함이 없다. 언제나 중간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취한다. 플랜 A가 안 될 것을 대비해 플랜 B를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지인 A의 용기 있는 결정이 존경스럽다. 나는 아직도 이것저것 재고 따지며 포기를 못하는데, 지인은 그 모든 걸 감수하고 한 선택일 테니.
오늘도 나는 ‘그래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과 ‘반복적으로 해 나가는 횟수를 늘리기’. 라며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순간을 만끽하면서도 끊임없이 나를 성장시키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