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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오 May 13. 2023

카지노 게임에 대해

카지노 게임이 모든 두려움을 만들고, 모든 고통을 만든다. 이미 꽤 오래전에 깨달았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작위의 위험에 스스로를 내맡긴 것은 이런 카지노 게임을 떨쳐내기 위해서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무엇으로 행동하는가? 그 원천이 카지노 게임이라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은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더 크게 돌아온다. 타인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청소년적인 카지노 게임은 어른이라면 원활히 떨쳐낼 수 있어야 한다. 그 경쟁적 환상 이면에 숨겨진 흘낏거림을 깨달아야만 한다. 흘낏거리는 사람은 자신으로서 행동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일을 잘 해낼 수 없다.


고양의 감정은 오로지 자신으로서 행동할 때 나타난다. 남의 눈길에 대한 의식은 마음속 한구석에 남아있지만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하늘 위로 붕 뜬다. 그럼으로써 구름에게 말을 걸고 태양의 빛을 받는다.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카지노 게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야 카지노 게임. 그 길을 걸음으로써 자연이 내던진 운명에 몸을 기댈 수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운명이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세속의 의미로는 틀리고, 다른 의미로는 맞다고 대답할 것이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함은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거나, 사교에 충실하게 산다거나, 욕구에 따르는 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정의는 삶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보는 유치한 환상에 불과하다. 운명의 개척이란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를 밝혀나가는 것이다.


밝혀나감이란 무엇인가? 갓 태어난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장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유별난 노력 없이도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새끼 거미는 거미줄을 칠 수 있게 되고, 새끼 개는 짖을 수 있게 되고, 새끼 참새는 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능력은 그들 내면에 있기에 밝혀질 수 있다. 한 사람의 내면에는 이러한 세계가 있다. 모든 사람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계를 갖고 태어나며, 경험함에 따라 그 방대한 세계의 극히 일부분을 밝혀나갈 수 있다. 말하거나 걷는 등의 능력은 세계의 출발점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세계의 길은 가면 갈수록 당신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모든 내면은 내면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내면에 없는 것은 내면에 있게 될 수 없다. 외부의 것이 내면으로 수용될 수는 없다. 다만 밝힐 수 있을 뿐이다. 외부가 당신의 경험을 불러일으키고, 그 경험이 내면에 불을 켤 때 당신은 성장한다. 세계의 더 많은 부분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되고,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당신은 페트병에서 바위가, 바위에서 섬이 된다. 당신은 바다를 떠돌고 있다. 바다에는 거센 파도가 친다. 페트병은 파도 위에서 고정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다닌다. 떠다니다가 마침내 다른 페트병을 만난다. 그리하여 쓰레기 섬을 형성한다. 반면 바위가 된 사람은 비록 볼품없을지라도 바다 위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하며, 외롭더라도 견고하게 살아간다. 더 커진 바위는 마침내 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섬이 된다. 파도가 그 흙을 한 줌 퍼가고, 페트병이 밀려와 잠시 머무르는, 그런 섬이 된다.


섬은 고양됨으로써 점점 커진다. 섬은 외롭게 존재하기에 고양된다. 설령 바닷새 수십 마리가 그 위에 앉더라도, 섬은 자신을 확고히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섬의 정신은 하늘 위로 붕 뜬다. 스스로 바닷새가 된 것처럼 하늘을 날아올라 구름에 말을 걸고 태양의 빛을 받으며 다른 이의 섬과 바위를 엿본다. 황홀감에 흠뻑 젖어 고개를 천천히 돌리면서 그렇게 한다. 이것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놀이의 감정이다. 술자리, 오락, 영화 관람, 스포츠로부터도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 깊이와 중요성은 결이 다르다. 우리의 정신이 위카지노 게임질 수 있는 이유다.


나는 잊어왔다. 카지노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잊어왔다. 그래서 다시금 카지노 게임을 지니게 되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어떠한 것도 없다. 그럼으로써 나는 자기 자신이 되고 섬이 된다. 하늘 위를 새가 되어 나는 일은, 바깥이 아닌 내면에 있다. 그렇기에 나는 외로워져야 한다. 사람들 속에 끼어 살면서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도, 오락과 스포츠에 열광하면서도, 어떠한 고통도 없는 외로움을 지녀야만 한다. 이것이 자연이 내던진 나의 세계와 운명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이자 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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