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성장하고, 살기 위해 필요한 것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맡겨진 무료 카지노 게임'를 읽고 싶었었는데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늘 대출 중이라 '밀리의 서재'를 가입하고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았다. 물론 책은 눈으로 읽는 재미가 있지만, 아이들이 방학이라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집안일을 하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북을 듣는 재미도 쏠쏠함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기나긴 겨울방학은 이렇게 오디오북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클레이 키건의 소설을 보면 크나큰 사건이 보이진 않고 일상적인 일들만 흐르듯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이상하게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몇 날 며칠을 곱씹게 된다. 물론 작가가 이야기의 모든 정보를 주지 않고 읽은 독자들이 각자 판단하고 생각하게 끔 의도한 것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래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이겠지.) '맡겨진 무료 카지노 게임'를 읽고 나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곱씹고 있는 중이다.
영문명이 [forster]는 '기른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한글명은 누가 어떻게 붙이게 된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맡겨진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제목에 더욱 정감이 가는 건 무료 카지노 게임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맡겨졌기 때문에 알게 된 사랑과 애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된 어느 날, 엄마가 막냇동생을 출산할 날이 다가오자 4명의 아이를 모두 케어하기 힘들었던 부부는 셋째 딸을 친척에게 맡기기로 했고, 친척 부부의 집을 향해 가는 길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척 부부는 그들을 따뜻하게 환대했고, 대접하지만 아빠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딸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심지어 짐도 내리지 않고) 떠나버린다. 그렇게 여름방학을 친척 부부의 집에서 보내게 된 무료 카지노 게임. 긴장한 첫날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침대 매트리스에 실수를 하지만 부부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나무라지 않았고, 오히려 짐짓 원래 매트리스가 습하고 축축했다며 미안해하고 함께 매트리스를 빨아서 말린다. 말이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가끔씩 꺼내는 말들은 그녀가 가족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짐짓 짐작할 수 있었는데 정확한 대답을 하거나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비밀'인지 묻는 점, 따뜻한 물에서 씻어보지 못했던 것, 웬만해서는 일반적인 아이답지 않게 말수가 매우 적다는 점들이 아무래도 부모가 방치했거나 학대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부부의 지극한 보살핌과 관심 속에서 그들은 물을 길으러 우물도 가고, 함께 산책도 하고, 함께 소젖도 짜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아이가 집에 있던 옷만 입는 것이 안타까웠던 부부는 시내에 나가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입기 적당한 원피스를 사준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생전 처음으로 용돈도 받아서 간식도 사고, 부부 내외에 함께 쇼핑을 하는데 오는 길 이웃의 소식을 듣고 함께 장례식장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이웃으로부터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자신을 돌보고 있는 부부에게 과거 아들이 있었으며 사냥을 갔다가 죽게 되고 그 이후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입었던 옷들도 그들의 죽은 아들의 것임을 알게 된다. 그날 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자신을 돌봐주고 있는 숀 아저씨와 바닷가 산책을 간다. 그는 아이에게 말한다. 침묵하는 때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잘 없다고. 하지만 정말 침묵할 때를 알고 침묵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아저씨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단 한 번도 손을 잡아준 적 없는 아빠를 떠올린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새로 태어난 남동생과 원래 있던 남동생, 그리고 두 언니들과 부모들. 부부와 함께 여름을 보내고 온 무료 카지노 게임는 키도 훌쩍 자랐고, 마음도 성장했다. 비아냥대는 아빠와 미안해하는 엄마를 뒤로하고 떠나려는 부부.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매일 숀 아저씨와 함께 훈련했던 달리기를 떠올리며 그들을 향해 힘껏 달린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난다. 하지만 결말을 다 알고 책을 보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희한하게도 책을 읽는 과정에서 밑줄 치게 되는지점을 다를 테니까.
[맡겨진 무료 카지노 게임] 원작을 영화화한 [말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찾아서 보고 싶었는데 풀버전을 아직은 보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보고 짐작건대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게 보여주려고 한 듯하다.
부모에게서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곁에서 잠든 내 아이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난 얼마나 따뜻한 부모일까? 오늘만 해도 아이가 나의 뜻을 결국에는 거부해서 나는 하루 종일 부루퉁해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작용했으나) 언제쯤 어떤 상황에서도 늘 아이를 따듯하게 대하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아이의 안위를 걱정하지만 점점 크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마냥 웃으며 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낌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가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도 이겨낼 힘을 갖는다고 했다. 내 욕심만 내려놓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웃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