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 엿보기
나에게는 결혼 안 한 카지노 쿠폰 A와 결혼은 했으나 아이가 없는 카지노 쿠폰 B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 30년의 세월을 함께 해서인지 '아'하면 '어'하고 바로 알아듣는 이들이다.
아이들 방학이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잠깐 시간이 나서 카지노 쿠폰 B에게 전화를 했다. 신기하게 A와 만나 오래간만에 양고기를 먹고 있단다.
카지노 쿠폰에게 혼자 두아들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푸념을 했다. 주말에만 오는 남편은 밤새 티브이만 본다 바쁘고.
그때 B가 이야기했다.
"너 주말부부가 얼마나 축복인 줄 알아? 난 만날 남편이 집에 와서 밥달래"
순간 내가 웃음이 '빵' 떠졌다. 그러지 않아도 동네엄마들이 내 걱정을 하더라. 애들 어려 고양이손이라도 필요할 때는 주말부부라고 나 몰라라 살던 남편이 애들 좀 키워 놓고 살만하니까 퇴직했다고 집에 들어와 함께 살며 삼시세끼 차리라고 하면 ○○이 엄마 어떡하냐고.
결론은 결혼 안 한 A 팔자가 최고라는 걸로 마무리됐다. A는 밥 차려줄 남편도 없고 아직도 엄마가 해주신 따뜻한 밥을 먹고 산다.
교복 입고 쉬는 시간에 함께 모여 과자 먹으며 수다 떨던 카지노 쿠폰들이 각자의 삶을 살며 다르게 살아간다. 정답이 없는 삶이고 각자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가끔 통화하면서 다른 이의 삶도 엿보지만 그건 그때뿐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나의 삶에 집중한다. 그걸로 됐다. 그렇게 살다가 우리는 삶을 마무리할 것이다. 누구의 삶이 더 낫다는 평가는 개나 주고 그저 살이낼 뿐이다.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