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유전적으로,
나는 아빠를 닮아
매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말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세찬 물결 같은 세월은
나를 좀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 것 같다.
여전히 좀 부끄러워하지만,
하고 싶은 건 나서서 다하는 스타일?
그래서 '당근 앱'에 희곡 리딩 모임을 만든 것 같다. 100일이 넘어가는데 멤버가겨우 25명이다.
그것도 대부분 유령회원들인지,
모여도 서넛밖에 오지 않는다.
어떤 날은 아예 나 혼자다.
그래도 혼자 앉아 일인 다역을 하며 킬킬거리고 웃는다. 마음대로 모 저자의 대본을 마구 고친다.
사실 이 모임을 하게 된
최초의계기는 '싫다는마음'때문이었다.
내가 속한 직장인 극단에서는
공연이 끝나기만 하면 자체 방학에 들어갔다.
-11월부터 2월이 방학이면,너무 길지 않은가? -
나는 계속읽고 연기하고 싶었다. 큰 소리로!
그래서 혼자라도 잘 놀고 있는지도모르겠다.
그러나 역시 누군가 있어야 즐거움은 배가 된다.
희곡은 독백으로만 되어있지 않으니까.
사람이 홀로일 수 없듯.
100일 조금 넘는 짧은 기간 속에서 겨우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했을 뿐인데,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분이 가져온 드라마 극본을
읽어 내려가면서는새로운 '나'를 알았다.
연극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에 캐릭터만 있으면 다 좋아하는 나?
- 모임 성격을 희곡 리딩에서 다른 무엇으로 바꿔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
또 최근에는 암 투병 중인 동네 친구가
연기의 즐거움은 놓치기 싫다며 합류했다.
나는 그녀가 유독 반갑다.
아픔 속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해나가는 그녀를 보며
내가 오히려 힘을 얻는다.
나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똥'카지노 게임!
'강아지똥'
이쁜 동화 애니메이션.
희곡이 아니면 어떤가?
그저 너무 읽고 싶어 졌으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