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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둔꿈 Apr 25. 2025

가볍지만 무거운

엊그저께 출근하다가 길에서 몇 초간 깔깔깔 웃었다. 뭔가를 상상하다가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다.


다음날 출근길에 재채기처럼 스친 스스로의 웃음이 궁금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에야 생각이 난다.


몰리에르의 '카지노 게임'라는 희곡 작품 때문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안에 있는 배역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의 딸 엘리느.

내가 엘리느를 연기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을 뿐인데, 뱃속 깊은 곳부터 웃음이 솟아올랐다.

나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느낌.

한 남자를 절절히 사랑하는 그녀의 닭살스러운 멘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희한한 도전의식까지 생겨났다.


극의 전반을 무겁게 끌어가는 것은 주인공 '카지노 게임'인데, 이상하게 상대적으로 가벼운,

그러나 극 안에서는 한도 끝도 없이 진지하게 그들의 삶을 끌고 가는 조연 캐릭터들의 모습도 나하나카지노 게임나며 마음에 박인다.


그래서 결국 다시 한번 손을 움직이기로 결심했다.솔직히 나는 벼락치기처럼 '카지노 게임' 각색 작업에 지난 주말을 바치고 손을 놨었더랬다.

'카지노 게임'라는제목은공연 구경 오는 어르신들도 좋아하게, '구라파 자린고비'로 바꾸고66페이지 극본을 40페이지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사실 극단원들이 싫다 함 바로 쓰레기통으로 가는 극본들이다. - 사실 벌써 몇 편째 -

이제는 퇴고작업도 귀찮아진지한참이다.


그런데 엘리느가 이제는 주인공 관점이 아니라 조연의 삶도 읽어달라고 나를 부르는 듯하다.

주말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몇 시간을 보내야겠다.


가볍지만 무거운,

우리네 생을 닮은 듯한 그들을......


다시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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