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하교를 하면 호다닥 가방만 벗어던지고는 소파로 쏙 들어간다. 소파의 가장 구석 부분이 우리 아이 지정석이다. 아이가 그곳에 쏙 들어가 있는 것을 하도 좋아하니 작은 보조테이블과 수납트레이도 그곳에 놓아줬다. 아이가 하교를 해서 그곳으로 쏙 들어가면 나도 하던 일을 내려놓고 쪼르르 달려가 그 옆에 눕는다. 그리고 밖에서 한참 있다 들어온 아이의 냄새를 킁킁대며 맡는다. 아이에게서는 햇빛 받으며 돌아다녔을 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나는 그 냄새가 참 좋다. 다행인 건 아이가 나의 그런 주접을 아직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컷 주접을 떨고 있다 보면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기 시작한다. 얼마나 세세히 말해주는지 거의 브리핑 수준이다. "오늘 학교에서 어떤 애가~ " 로 시작하는 브리핑은 인물정보는 적어도 사건의 개요와 감정 정보는 확실하다. 그러면 난 "어머! 정말~?"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열심히 듣는다.
어제는 체육시간에 배드민턴을 친 모양이었다.
"완전 쳐발렸어"
처음에 못 알아듣고 "치발리?" 하고 되물었다. 아이가 '쳐발렸다는건 내리 졌다는 뜻'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 쳐발렸다고 ㅎㅎㅎ"
아이 입에서 처음 나온 단어라 못 알아들었다. 며칠 전에 나에게 욕하지 말라며 (내가 욕을 뭐 얼마나 한다고.. ㅠ_ㅠ 에이씨도 욕이란다. 억울하다... ) 욕하지 않기 연습을 같이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딸내미이다. 아이의 욕에 대한 모호한 기준에 속으로 살짝 웃는다.
"다섯 판을 했는데 다 졌지 뭐야. 한 번은 이기고 있었는데 역전패했어. 너무 기분 나쁘더라."
"아이고.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다."
"...."
아이는 한참 동안 자신을쳐바른? 그 아이의 무례함을 토로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기분 나쁠 때 기분이 다시 좋아지는 방법이 있어. 긘챠냐~ 귄챠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렇게 말하면 돼. 오늘도 이렇게 말했더니 기분이 나아지더라고."
아이가 외국인이 나오는 웃긴 짤을 따라 한다. 얼마나 똑같은지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아이를 따라 해봤다.
"이렇게? 궨차나 귄차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quot;
"아니야~ 귄.차.나. 귄.차.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렇게 발음 하나하나에 힘을 줘야지"
돌연 성대모사 레슨이 시작됐다. 아 그렇네 정말 발음 하나하나에 힘을 줘야 비슷해지네. 아이의 가르침으로 나도 제법 비슷해진다.
좌절을 이겨내는 것은 어른도 어려운 건데 아이는 나름의 방법으로 마음을 조절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웃겨서 극복하는 아이라니. 새삼 아이가 참 멋지게 보인다. 그래 정말 힘들 때 유머의 힘은 어마어마하지. 호킨스박사의 책에서 유머가 높은 의식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도 힘들 때 해봐야겠다.
"긘챠나, 귄챠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딩"
오늘도 아이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