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일기(5)
‘윤죽회(輪竹會)’라는 동료 교사 모임이 무료 카지노 게임. 35년 전 우리가 근무했던 학교 뒷산인 윤산(輪山)의 대나무처럼 늘 푸르게 살아가자는 의미로 만든 모임이다. 내가 윤산 자락에 위치한 내성고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고 학교에 가니 두 선배 교사가 특별히 반긴다. 한 분은 국어과 선배로 자기 고향에 한여름에도 찬 샘물이 솟아나는 곳이 있는데 그곳 이름을 따서 찬샘을 별호(別號)로 쓰는 형이고, 또 한 분은 심형래를 닮은 부분도 있고 이만기를 닮은 부분도 있어서 심형래의 ‘심’과 이만기의 ‘만’과 자기 이름의 ‘구’를 합쳐 ‘심만구’로 불리는 형이다. 이렇게 세 명이 35년 동안 때로는 문학과 역사에 대해 논쟁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리산 종주를 하기도 하면서 대나무보다도 푸르고 질긴 우정을 쌓아왔다.
2025년 2월 19일, 퇴직하기 전 수요일이었지만 봄방학이라 낮 시간도 자유로웠다. 윤죽회 형들과 지난번 오륙도에서 광안리까지의 해파랑길을 걸은 데 이어 오늘은 광안리에서 청사포까지의 해파랑길을 걷기로 했다. ‘해파랑길’은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50km의 걷기 여행길이다.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무료 카지노 게임의 ‘파랑’을 조합한 합성어로 ‘떠오르는 해와 푸른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철역 광안리역에 내려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를 옆에 끼고 걷기 시작했다. 10시였다. 걷는 것이 목적인지 두런두런 대화가 목적인지 풍광 구경이 목적인지 모르게 북으로 이동했다. 수영만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없었다면 해운대 가는 길이 험난했으리라. 수영2호교에 사람도 다닐 수 있도록 인도(人道)를 설치한 뜻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문명이 비판의 대상이 되다가도 이런 무료 카지노 게임 걸을 때 문명은 친근감을 뿜어낸다.
빌딩과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만나는 틈 사이로 이동을 계속한다. 해파랑길이라는 붉은색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다. 이런 표지가 있다는 것은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이 많음이리라. 동백섬의 누리마루가 잡힐 듯 눈앞에 있다. 풀쩍 뛰면 닿을 것 같은 누리마루에 한참을 걸어 도착했다. APEC 정상들을 사진으로 만나고, 해우소에서 그 정상들과 같은 근심 - 정상들도 비켜갈 수 없는 근심을 풀었다. 근심을 푸는 것이야말로 최대 행복이 아닌가.
동백섬을 돌아나오니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눈부시게 펼쳐졌다. 우수(雨水)가 지났지만 소한(小寒) 추위만큼이나 바닷바람이 매섭다. 올해는 입춘(立春)부터 추위가 기세를 떨치기 시작해 우수까지 추위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무료 카지노 게임. 옛날의 동장군(冬將軍)이란 말이 실감났다. 그 매서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백사장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에 좋다면 소한 추위와 바닷바람이 문제랴 싶었다. 맨발걷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하게 발을 씻도록 족욕장도 마련해 두었다. 천연온천수 족욕장이라고 한다. 두 눈 크게 뜨면 복지와 편의시설은 곳곳에 널려있음을 볼 수 무료 카지노 게임.
찬샘 형이 준비해온 곶감과 떡으로 간단 요기를 했지만 배꼽시계가 점심때가 지났음을 이미 여러 차례 알렸다. 해운대 구남로로 들어섰다. 구남로는 해운대역과 해운대해수욕장을 잇는 일종의 문화거리이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지만 인도를 확 넓힌, 사람 친화적인 도로이다. 도로지만 차보다 사람이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먹거리 간판이 빼곡하게 늘어선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배가 고파 골목 초입의 식당에 들어갔다. 추어탕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일본인 관광객 예닐곱 명이 들어온다. 서툰 한국말 섞어가며 주문을 한다. 해운대가 국제적 관광명소라는 느낌이 새삼 와 닿았다.
점심 해결하고 먹거리 골목을 걸어나오면서 이곳저곳 기웃기웃 구경하는 것도 재미무료 카지노 게임. 골목이 끝난 지점에 호떡집이 무료 카지노 게임. 씨앗호떡을 주문했다. 미리 주문한 사람이 있어서 한참을 기다렸다. 호떡을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넣어준다. 호떡 안에 씨앗을 넣어 씹히는 맛이 별미다. 호떡을 먹으면서 다음 행선지를 향해 걸었다. 이렇게 백주(白晝)에 호떡을 먹으면서 길거리를 활보하는 내 모습을 보니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이런 자유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의 굴레를 벗고 평일 대낮에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먹거리 골목을 벗어나니 눈앞에 거대한 건축물이 시야를 막아선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 흔히 LCT라고 하는 건축물이다. 건축물의 꼭대기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허리를 젖히지 않고서는 꼭대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랜드마크 타워는 101층에 411m 높이란다.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첨단 문명의 상징을 만들기 위한 노고를 생각하니 숙연해지기도 한다.
LCT를 뒤로 하고 미포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해운대 블루라인파크가 무료 카지노 게임의 광활함과 아늑함을 느껴보라는 듯 반긴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는 미포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에 이르는 구간의 동해남부선 옛 철도를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한 관광 시설이다. 옛 철로를 이용한 해변열차와 공중 철길을 이용한 스카이캡슐을 운행하는 이 관광 시설은 이제 부산의 핵심 관광 자원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철길 가에는 걸어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조망할 수 있는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데크라는 말보다는 ‘나무 난간길’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우리는 기차를 타지 않고 나무로 만들어 놓은 해안길을 걸었다. 나무 난간길을 걸어가다가 드문드문 무료 카지노 게임 가까이에 설치해 놓은 전망대까지 내려가니 파도 소리가 손에 잡힐 듯 싱싱하게 들려왔다.
지금은 이 전망대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조망하면서 파도 소리를 듣고 꿈과 낭만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군인들이 적의 침투를 감시하던 초소로 사용되었다. 군인들은 이곳에서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높은 파도 사이로 침투하는 적들의 동태를 살피고 파도 소리에 묻힌 적들의 노 젓는 소리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군인들이 병역 의무를 다했던 그 막사가 지금은 ‘무료 카지노 게임소리 갤러리’로 단장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날선 파도 소리에 숨겨진 적의 목선(木船)을 찾아야 했던 감시의 긴장감을 반짝이는 파도 위를 날아다니는 바닷새의 곡예비행을 보는 낭만의 흥겨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감시의 현장이 낭만의 현장이 될 수 있음을 이곳 해안길이 보여준다.
나무로 만든 난간길을 걸으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바라보니 햇빛을 받은 무료 카지노 게임 수면이 은빛 비늘 번뜩이며 솟구치는 물고기 떼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은빛 물고기 떼와 아직은 차가운 해풍과 그 차가운 해풍을 맞고도 씩씩하게 서 있는 해송을 바라보며 청사포를 행해 걸어간다. 해변열차는 칙칙푹푹 제법 기차다운 소리를 내며 달리고 그 위로 알록달록 스카이캡슐이 연인들의 사연을 싣고 달리고 있다.
좋은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걷는 나무 난간길이 별안간 무료 카지노 게임로 돌출된 전망대로 이어진다. 가칭 ‘해월전망대’라고 한다. 중앙 부분에는 유리로 시공하여 발아래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발아래에서 솟구치는 파도는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낭만과는 다른 후들거림의 울렁증이다. 돌출된 전망대를 한 바퀴 돌고 나오니 해월전망대는 가칭이기에 정식 이름을 공모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얼핏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달벗전망대’다. 이곳 자체가 달맞이고개, 달맞이길, 문탠로드, 해월 등 달과 관계 있으니 달과 벗하며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고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달벗’이 어울릴 듯하다. ‘달벗전망대’로 공모에 응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꼬리 모양의 포구라는 뜻의 ‘미포(尾浦)’를 지나 ‘청사포(靑沙浦)’에 닿았다. 푸른 모래라는 지명을 염두에 두면서 푸른 모래를 찾아보았다. 약간 거무스레한 바위와 자갈은 보였으나 모래는 보이지 않았다. 돌출된 방파제와 등대가 이곳이 청사포임을 말해준다. 우리의 처음 계획은 청사포에서 달맞이무료 카지노 게임 통해 해운대로 돌아가기로 했으나 눈앞에 해운대역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반가운 표정으로 서 있어서 의기투합 버스에 올랐다. 대중교통의 편리함을 되뇌면서 마을버스에서 2호선 전철, 1호선 전철을 이어 타고 온천장에 도착했다. 대중탕과 대중음식점이 몸도 마음도 오늘 하루의 일정만큼이나 우리를 풍요롭게 했다. 오전 9시에 출발한 집에 돌아오니 오후 9시가 되었다. 만보기에 3만보가 찍혔다.
윤죽회가 있어 산길도 바닷길도 인생길도 풍요로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