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랑 같은 집에 살아요
카지노 게임랑 같이 살기 위해처음으로 오던 날을 너는 기억하겠니? 아마 그때가 네가 태어나고 17개월쯤 되었으니 당연히 생각나지 않겠지. 하지만 카지노 게임는 그날을 잊을 수가 없구나.
2020년 12월의 마지막 날 밤이었어. 밖에는 고추바람이 부는 엄청 추운 날이었지. 아빠는 너의 손을 잡고 엄마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백일도 되지 않은 너의 동생을 안고 왔었지. 그리고 아빠 손에는 옷가지가 들어있는 작은 가방이 들려 있었지. 너는 무슨 영문으로 그 밤에 할미 집에 왔는지도 모른 채 내 품에 쏙 안겼지. 그때도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는 손자였지.
동생이 태어나고 네 아빠는 육아 휴직을 두 달간 냈었단다. 그 마지막 날이 바로 네가 우리 집에 온 날이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거실이며 방을 요리조리 다니며 웃는 네 모습은 너무 귀여워서 꼭 깨물어주고 싶었단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네 아빠는 너를 할미 집에 남겨두고 엄마랑 동생이랑 집으로 돌아갔단다.
네 엄마가 동생을 가졌을 때부터 너는 할미와 놀이하고 잠자고 책을 읽었었지. 엄마와 지내는 시간보다 나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지. 너를 떼놓고 가는 엄마 아빠를 보고도 울지 않은 대견한 아이였어. 할미랑 살게 되는 첫날이었던 게지. 작은 방에 이불을 깔고 잘 준비를 했지만 너는 누워서 자려고 하지 않았지. 평상시에 포대기로 널 업어서 재웠기 때문에 넌 할미 등을 퍽 좋아했었어. 네 엄마가 포대기를 챙겨오지 않아서 허둥대다가 할미 목도리를 찾아 너를 업었지. 그렇게 너의 할미 집 살이 첫날도 어부바를 하고 잠들었지. 이불 위에 잠들어 있는 너를 보며 할미 마음이 무척이나 설레었단다. 너의 단풍잎같은 작고 여린 손을 만지며 할미는 다짐했었지. 이 세상에서 널 최고로 사랑하는 할미가 되겠다고. 어떤 일이 생겨도 너를 꼭 지켜주는 할미가 되겠다고. 솜이불처럼 따뜻한 할미가 되겠다고. 그렇게 우리의 첫 날이 시작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