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약속
“내야 어딜 가든 네가 알아서 뭐 할라꼬?”
엄마에 대한 첫 기억이다.
너댓 살 즈음 엄마 등에 업혀 깜깜한 골목길을 가고 있었다. “엄마, 어디 가?”라고 물어보았다. 엄마의 퉁명스러운 그 말투에 입을 앙 다물고 등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나를 몹시 귀찮아한다는 게 어린 나이에도 느껴졌다.
육 남매 중 막내였던 나는 여섯 살까지 아주 자그마한 시골에서 자랐다. 농사일이며 집안일에 자녀 돌보기까지 모두 엄마 몫이었다. 사는 게 얼마나 팍팍했으면 그랬을까 지금은 다 이해가 되지만 그때 생긴 생채기는 아물지 않았다. 아팠다. 커가면서 난 엄마가 되면 안 그래야지 다짐하고 스스로 약속했다.
어머님은 꽃같이 젊은 나이에 홀로 되었다. 삼 형제를 잘 키워내고 모두 결혼시켜 손자 손녀까지 보았다. 이제 건강하게 여생을 즐길 일만 남았던 카지노 가입 쿠폰가 덜컥 암에 걸렸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식품을 늘 챙기던 분이라 식구들이나 주변인들은 의아해했다. 몇 번의 입원과 수술을 거치고 힘든 항암치료까지 이겨냈다. 6개월마다 PET를 찍고 주기적으로 검진도 했다. 5년 뒤, 의사가 완치 판정을 내릴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은 어느새 반짝이는 햇살이 되었다. 마치 열일곱 소녀가 된 듯 폴짝폴짝 뛰는 모습은 귀엽기마저 했다.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당연히 카지노 가입 쿠폰도 참석해야 해서 연락을 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 부부만 참석하라고 하였다. 상견례에 결혼 준비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상견례 일정이 끝나고 정기검진이 있는 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만났다. 부산에 거주 중인 카지노 가입 쿠폰는 암이 발병되자 맏이가 있는 대구에서 치료받기를 원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한 카지노 가입 쿠폰는 흙빛이 된 얼굴에 말수도 없었다. 어딘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암이 재발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당장 입원하여 치료를 시작하였다. 사타구니에 건장한 성인 남자 주먹만한 혹이 생겨 수술할 상황도 못 되었다. 좋은 일을 앞두고 당신의 병을 알리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하나뿐인 손자의 결혼식도 못 보고 카지노 가입 쿠폰는 병원 생활을 이어나갔다. 토요일 오후 부재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모르는 번호이지만 예감이 좋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병원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위독하니 빨리 오라는 전화였다. 정신없이 달려갔다.
병실에 도착하자 의사가 며느리 이름을 말해보라고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황.윤.옥이라고 또박또박 얘기했다. 정신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눈빛도 초롱초롱했다. 의사가 패혈증이 왔으니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다고 다그쳤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먼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의 의사를 물어보고, 두 시동생에게 차례대로 전화해서 동의를 얻었다. 아득한 상태에서 의사의 설명을 들으며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겨우 서류에 서명을 했다.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예닐곱 명의 의료진이 달려들어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침대가 들썩였다. 그리고는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간병인이 챙겨준 물건을 들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따라갔다. 기저귀와 물품들은 주책없이 복도 바닥으로 나뒹굴어졌다. 하나를 주우면 또 다른 하나가 떨어졌다. 두 손이 모자라 양쪽 겨드랑이에도 끼고 보호자실로 갔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마지막 말이 내 이름 석 자란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형제들과 지인들이 면회를 왔다. 인공호흡기를 달면 환자가 고통스러워서 계속 수면제를 투여해 잠을 재운다고 했다. 가족들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를 잠든 상태에서 듣기만 했다. 때론 일상을 조잘거리는 내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귀는 열려 있어 들을 수도 있고 감정도 살아 있었다. 수십 개의 약을 온몸에 꽂은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갔다. 이제는 가망 없다고, 환자를 위해서 약을 떼어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필라멘트가 끊긴 전구처럼 아득해졌다.
여름 휴가 이틀째 되는 아침, 잠에서 깨니 왠지 모를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면회 시간이 되려면 서너 시간이나 남았지만 씻지도 않고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간호사에게 면회를 부탁했다. 시간이 안 되었으니 복도에서 기다리라는 야멸찬 대답만 돌아왔다. 잠시 후 간호사가 급하게 나를 찾았다.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며 임종이 다가온 것 같다고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은 물먹은 스펀지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손을 꼬옥 잡았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시동생들은 제가 잘 돌봐 줄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가세요. 이건 제가 약속할게요.” 내 말이 들렸는지 카지노 가입 쿠폰 눈가 양옆으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나의 마지막 약속을 믿고 마음 편히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났다.
아들은 나에 대한 첫 기억이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행여 나처럼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가슴 졸이며 물어보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곰곰이 생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은 “전 아프거나 슬픈 기억은 없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생각하면 느티나무가 떠올라요.” 힘주어 말한다. 언제든 편히 기댈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대답에 그렇게 생각해 주어서 고맙다고 화답해주었다. 나의 엄마가 준 아픈 첫 기억이 나의 아이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엄마에게 상처받은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면서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스스로 한 약속은 지켜냈고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한 약속은 앞으로도 계속 지켜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