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만 해도 내 손에 핸드크림을 하나 잡혀주고, 한 달 여쯤 전에는 실습으로 만든 에센스와 향수를 한 세트 더 만들었노라고 전해준 이다. 그런 이가 눈앞에서 눈도 깜빡하지 않고 이중적인 행동을 했다. 그러고 보니 거의 1여 년의 동안 믿기지 않는 행동을 해왔다. 눈 뜨고 코 베인 다고 그때마다 이해하고 또 넘어가고를 반복했다. 쉽게 잊어버리고 물러터진 내 성격은 이렇게 겪고서야 깨닫는다. 상식을 넘어선 행동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조삼모사'라는 말을 찾아봤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란다. 중국 송나라의 저공이 자신이 키우는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내므로, 아침에는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고 바꾸어 말하니 기뻐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이 말을 찾아보게 하는 이를 내가 아니어도 조직이 알아보고 계도할 기회가 올까?
그러기에는 틀린 것 같다. 그의 다양한 모습에 눈먼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푹 빠진팬도 본다. 시의 적절하게 처세를 잘하니 말이다. 사실 그의 가벼운 행동은 오래전부터 알았다. 굳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 것은 바쁘기도 하였거니와 무엇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주위 사람들의 그런 묵인이 사태를 키웠을까. 그도 그냥 성인이니 누구도 탓을 못하는 건가? 배제할 수도 없고 벌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교육을 시킬 수도 없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오만'이라는 단어도 찾아봐야 하나? '태도나 행동 따위가 방자하고 건방짐'이란다. 과시와 우월감이 하늘을 찌르고 착각이 넘친다. 무엇보다 세치 혀로 주위를 휘두르는 모양새다. 덕분에 작은 일을 결정하는데 매번 관련자들이 설왕설래하고 마음고생을 한다. 시간 낭비를 했지만 바른 결론을 도출하여 어느 정도 안도했는데 이제는 결과에 난리를 피우는 모양새다. 결정권자들의 판단이 주목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는 '정의감'이 없다. 자기본위를 정의라고 보는 게 분명하다.
처음부터 궁금하였던 질문이다. 어찌 저런 성격이 만들어지는가. 어울려 일하는 곳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최소한의 기본 아닌가. 성선설 성악설 그런 말을 떠올리고 싶진 않다. 자기만 최우선인 사고방식, 다른 사람의 불편함이나 바른 길, '정도'가 뭔지는 고민조차 하지 않는가. 자신만이 생각하는 '정도'가 있는 걸까? 상식을 벗어났음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되려 말려드는 형국이다. 어찌 이해해야 할지.
타산지석이다. 내 주장이 '정도'를 벗어난 건 아닌지 점검한다. 주위의 고매한 인격, 수준, 상황을 제대로 못 보는 건 아닌지 눈을 크게 뜬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공부가 필요하다. 스스로 너무 똑똑하여 빠지기 쉬운 함정도 있다. '손자에게도 배울 게 있다'라는 말처럼 겸손과 자기 검열의 자세를 배워야 어른이다. 참으로 아쉬운 어른을 보고 거기 주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