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장카지노 가입 쿠폰
오래전, 시장통에서 어른 손바닥 보다 조금 큰 크기의 책을 열심히 읽는 젊은이를 본 적이 있다. 나이는 스무 살 전후. 골목길 한 구석에 커다란 짐 자전거를 옆에 두고 그늘에 앉은 그 젊은이는 시장통의 어수선함에도 아랑곳없이 뭔가에 홀린 것처럼, 독서삼매경에 흠뻑 빠져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짓다가도 배시시 웃기도 했다. 옷과 목에 두른 수건은 땟국에 찌들었지만,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젊은이는 무얼 저토록 열심히 읽는 걸까. 일부러 그 앞을 지나가면서 힐끔 쳐다봤다. B6판 작은 크기. 월간지 '샘터'였다. '희망'을 나눠 준다는 그 잡지. 그 젊은이는 후미진 구석에서 '꿈'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1970년 4월 창간한 '샘터'는 작지만 강한 잡지였다. '담배 한 갑의 가격을 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책값이 100원이었다. 하지만 그 가치는 그 열 배, 아니 백 배 이상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내세운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때 내가 본 그 젊은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토록 어렵던 시절, '샘터'를 읽으며 '삶 속의 작은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미국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샘터'가 있었다. 암울하고 모든 게 메말랐던 70년대, '샘터'는 한국인의 교양을 무한 확장 시켜 준, 말 그대로 마른땅의 '샘물'같은 존재였다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오천석의 '노란 손수건'의 감동을 생각해 보라.
'샘터'하면 떠오르는 건 화려한 필진이다. 피천득과 오천석, 법정. 최인호, 이해인, 정채봉 등. 그들의 뛰어난 글을 읽으며 고단한 삶을 잠시 접어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특히 1975년부터 35년 무려 400개월 연재한 최인호의 '가족'을 통해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1980년부터 1996년까지 격동의 8,90년대를 관통하며 집필한 법정의 '산방한담'을 통해 '인생을 행복하는 사는 법'을, 이해인 수녀의 '흰구름 러브레터'를 연재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깨달았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있으니 서강대 영문과 교수 장카지노 가입 쿠폰다. 어쩌면 그는 '샘터'가 표방한 '희망'과 가장 어울리는 작가였을 것이다.영문학자이자 번역가. 영문학자 장왕록의 딸. 그러나 우리에겐 수필가로 더 기억되는 사람. 생후 1년에 찾아온 소아마비 장애와 세 차례의 암 수술을 받고도 '긍정의 사고'를 보석 같은 글로 풀어놓으며 우리에게 꿈을 안겨 준 '희망전도사'. 고백하건대 나도 장카지노 가입 쿠폰의 도움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 그의 글을 등대빛 삼아 겨우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었다.
장카지노 가입 쿠폰는 2000년부터 '새벽 창가에서'란 제목으로 수필을 발표하면서 '샘터'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글들을 한데 묶은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지금까지 스테디셀러의 지위를 받아 열심히 순항 중이다. 좋은 글은 시간이 흘러도 누군가 찾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작업한 것이다. 살을 에는 아픔이 계속되는 암 투병 중에도 그림작가 선정에서부터 제목, 책의 디자인까지 모두 본인의 손을 거쳐 완성시켰다. 책은 2009년 5월 8일 그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간됐고, 다음날인 5월 9일 그는 56세로 세상을 떠났다. 며칠 후면 장카지노 가입 쿠폰의 16주기다.
생전 자신이 '암 환자 장영희'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린 그를 가리켜 암투병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표본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본인은 "내 삶은 '천형(天刑)'은 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갈 것이다. 내 옆을 지켜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만난 독자들과 같은 배를 타고 삶의 그 많은 기쁨을 누리기 위하여…'('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
마리아(장영희의 세례명)가 들으면 기겁하겠지만, 나는 가끔 아주 가끔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부고를 쓰면서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기형도, 오주석, 김현, 박영한,전혜린 그리고 장영희 등 좀 더 오래 살아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줘야 할 이들을 신은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젊은 나이의 그들을 굳이 데려가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신은 아주 아주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았다.
토요일 방영된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5편 후반부, 전공의 오이영이 엄마 잃은 아이와 나누는 대화 장면과 오이영이 꿈결에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나 우는 장면은 비록 드라마였지만, '아! 신은 왜 카지노 가입 쿠폰 자꾸 쓰러뜨릴까'를 생각하게 하며 나를 한참이나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 10여분의 장면은 최근 제작된 드라마 중 정말 최고였다! )
그러나 장카지노 가입 쿠폰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신을 생각하는 태도도 그랬다. 장카지노 가입 쿠폰는 2001년 유방암, 2004년 척추암과 부딪혔을 때도 신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이겨내고 강단에 서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신은 '재기(再起)'를 가르치기 위해 카지노 가입 쿠폰 넘어뜨린다".정말 그럴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그럴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기조차 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나 버린다면...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사족이다. 장영희가 떠난 후 나를 또 울린 건 그의 오빠 장병우의 죽음이었다. 오빠장병우는 부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지만,형제애도 남달랐다. 어려서부터 한방을 쓰며 함께 지낸 바로 손아래 동생 장카지노 가입 쿠폰를 특히 아꼈다고 한다. 장카지노 가입 쿠폰는 생전 인터뷰에서 "나의 감수성을 키워준 인물은 어릴 적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오빠"라고 말하곤 했다. 장병우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날은 공교롭개도 장카지노 가입 쿠폰의 10주기였던 2019년 5월 9일 바로 다음날이었다. 몸이 불편한 장카지노 가입 쿠폰를 주로 오빠가 업고 다녔다고 한다. 장카지노 가입 쿠폰는'은하수와 개미마음'이라는 글에서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펼쳐놓았다.
'형제가 많아 항상 자기보다 하나 걸러 아래동생 돌보는 것이 원칙이었던 우리 집에서는 나보다 여섯 살 위인 오빠가 나를 '담당'했는데, 학교에 있는 시간만 빼면 항상 나를 업고 다녔다.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할 때도 내가 뒤에 매달려있어야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면서(물론 그것은 어머니를 돕기 위한 구실이었을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때조차 나를 업고 다녔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를 업고 초를 사러 갔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주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깜깜한 골목을 걸어 동네어귀의 골목가게를 가다가 , 갑자기 오빠가 걸음을 멈추더니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영희야, 저것 봐라. 은하수다!" 아, 나는 그때 봤던 은하수를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샘터'는 한때 월 50만 부가 팔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 몇 년전 부수가 크게 줄면서 폐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샘터 가족은 하루 한쪽 이상의 책을 읽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다행히 샘터의 위기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전국에서 '샘터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있었던 과거의 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샘터에 다시 물이 솟기 시작했다. 분노가 일상이 돼버린 시대, 그때 나는 샘터의 회생 소식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 이번 5월호부터 샘터가 새 단장을 했다. 한 권씩 사서 '희망'을 읽어보기를. 그곳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수많은 필진들의 향기를 맡아보기를. 늘 희망을 노래했던 장영희의 흔적을 찾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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