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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Jan 28. 2025

주제가 금방 파악되지 카지노 쿠폰지만 깊은 여운을 준 책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독서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만약 과거의 나처럼 서점에 가서 마음 내키는 대로 책을 집어 들고 계산한다면 난 아마 이 책을 아주 오랫동안, 아니, 영원히 고르지 카지노 쿠폰을지도 모른다.

읽다가 보니 집사 이야기가 나온다. 시중드는 이야기.. '그래서 뭐? 어떤 걸 찾아야 하고 어떤 흐름을 읽어내야 하는 거지?' 집안일하며 틈틈이, 지하철 타며 속독으로 읽어 내려갔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왜 유명한지, 어떤 관점카지노 쿠폰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마구 뒤섞인 고민 속카지노 쿠폰 휴식의 개념쯤으로 단순하게 속독하며 읽어갔던 터였다. 진지함이 결여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이렇게 책을 못 읽어내는 맹충이었나 싶어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줄거리라도 알자, 왜 유명한지 알고 시작하자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몇 개의 글을 읽고 나니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아, 이런 관점과 시선카지노 쿠폰 읽어 내려가라는 것이었구나! '


바보 도 트이는 소리가 내면에서 시원스레 튀어나온다. 뭐든 스스로 부딪혀보고 직접 찾아보는 성격이라고 믿고 살아온 것 같은데 카지노 쿠폰도 제대로 못 찾다니 나이가 들수록 어찌 수동적이 되고 쪼그라드는 것 같아 위축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검색하면 바로 속속들이 올라오는 문명의 이기 앞에서 느껴지는 통쾌한 시원함은 어찌 감출 수가 없다.


정치, 외교... 나라카지노 쿠폰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을 가까이하는 주인을 모시는 '집사'라는 직업은 우선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몇 십개의 방, 그곳을 드나드는 피라미드 인구구조의 최상층의 카지노 쿠폰들, 그들을 보필하는 통역관과 시중들... 수많은 챙김과 많은 시중들의 역할을 책임지며 일사불란하게 지시하는 지휘자 격인 '집사'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느낌상으로는 그 위치도, 역할도 평생을 자신의 분신처럼 함께하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렇게 사는 삶도 멋있었겠다. 다른 것을 볼 여유가 없었을 만큼... 다른 것에 대한 미련이 아주 적거나 느껴지지 않을 정도까지도...'



행사를 대비할 때 나의 계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관계자의 수가 불확실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상당한 고위급 회담이었기 때문에 참석자는 저명한 신사들과 숙녀 두 분, 독일의 백작 부인과 그 당시까지도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었던 그 만만찮은 여인 엘리너 오스틴 부인으로 구성된 열여덟 명으로 확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분들이 제각각 비서와 시종, 통역관을 거느리고 올게 당연했는데도 그 사람들의 정확한 수를 예측할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각자 자기 입장을 준비하고 손님들의 분위기를 미리 카지노 쿠폰하기 위해 회담 당일보다 사흘 정도 앞서 도착하려는 팀이 꽤 많을 것이라고 예측되었지만 그들의 정확한 도착일 역시 불확실했다. 따라서 직원들이 최대한 열심히, 최대한 긴장하여 일하는 동시에 평소보다 탄력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런데 책 표지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인생의 황혼 녘에 비로소 깨달은 읽어버린 사랑

그 허망함과 애잔함에 관한 내밀한 기록



글쎄, 그럴까?

주인공 스티븐슨은 자기 직업에 관한 사명감과 만족감이 워낙 강한 사람이었는지라 과거로 다시 돌아가 상황이 다시 재현된다고 하더라도 같은 선택과 행동을 했었을 것 같다.

영원한 사랑은 있을까? 누군가가 '영원함'이란 단어 속에 사랑이란 감정을 딱 끼워 맞춘다면 그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영원이라 할 만큼 오랫동안 함께하고 나누었던 정에 관한 일종의 책임감과 무게일까...

만약에 사랑이 내가 죽는 순간까지 고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이 '우정이나 정, 의리라는 단어'와 더 적합성을 나누어가지게 된다면) 감정의선택을 한 것이 옳다고 말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신념과 정신'에서 더 나아가 '고양(高陽)' 이로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직업에 대한 높은 사명감과 만족감'을 가진 채 사는 것도 극소수의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특권적인 경험이 아닐까?

내가 잘 못 읽은 건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책 뒤편 문구의 '허망함과 애잔함'은 그렇게 절절히 느껴지지 카지노 쿠폰다.


세상에는 다양한 환경이 있고 선택지가 있다. 그리고 각자가 선택한 삶에 대한 느낌과 만족감도 사람마다 다르다. 아주 만족스럽게 기세등등하다가도 한순간에 공허함과 쓸쓸함이 묻어 나올 수 있고, 지극히 평범해서 어떤 빛도 발광되지 않은 듯해도 오랜 세월 차근하게 누적되어 온 아름다운 입자가 어느 순간 영롱하게 빛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는 평범해도 날 바라봐 주는 타인의 시선카지노 쿠폰 내가, 나의 삶이 고귀한 아름다움으로 하늘거릴 수도 있고 화려한 바삭거림에 도취되어 있다가도 포장이 뜯기는 순간 버려지는 포장지처럼 가벼운 존재감에 서글퍼지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어 좋았다. 내가 책이라는 매개체에서 한 번도 읽어보지 카지노 쿠폰던 내용에서,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카지노 쿠폰던 관점에서 나를, 감정을, 세상을 곱씹어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경험이었다.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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