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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3. 2025
인생은 맷집
누구나 맞을 수 있다.
아니, 누구나 맞고 산다.
이별에 맞고
배신에 맞고
물가에 맞고
세금에 맞고
전쟁과 환란에 맞고
사랑에도 우리
죽을 만큼 얻어터진다.
낭만도 말하자면 가난에 맞는 것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난 시간에,
존재를 온통 짓누르는 허무에,
삶의 패러독스에
두들겨 맞는 것이다.
삶은 그렇게 훼손된다.
생의 진주 하나 품게 된다.
상처는 돌올한 흉터 된다.
그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서사 하나 가지게 된다.
삶의 포트폴리오에 시간이라는 압력으로
문양 하나 아로새기게 된다.
군자는 기꺼이 맞아주는 카지노 쿠폰이다.
손해 보고 사는 게 마음 편한 카지노 쿠폰
배신하는 거보다 당하는 게 짜릿한 카지노 쿠폰이다.
조금 덜 먹고 가볍게 날아오르는
미치광이조차 될 수 있는 카지노 쿠폰
배부른 돼지 되기는 애초 틀린 카지노 쿠폰이다.
상처 하나 없는 자는 진실로 궁핍한 자.
자기 상처만 핥기보다
타인의 그것을,
이 사회의 그것을 어루만져야
마침내 큰 숨 쉴 수 있다.
뽀송하고 밋밋한 살 부끄러워할 수 있다.
계속 맞으면 결국 죽겠지만
죽기 전에 다른 버전
혹은 업그레이드 버전의 '나'와
해후하게 될 것
우주의 속살 날마다 훔쳐보게 될 것이다.
온실 속 삶은 창백한 것
이미 죽은 것.
상처 없는 자여.
맞아라.
삶은 태도!
맞다가 폼나게 죽자.
크게 한 방 때리고 가자. 까짓거!
*
이런 태도로 사는 자는 운명도 무서워서 피해 간다.
힘센 놈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가 바로
맞아도 다시 일어나 덤비는 자!
죽어도 죽지 않는 자
골백 번 죽어도 후대 살리는 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