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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 Lee Mar 19. 2025

‘화’라는 검의 양날

카지노 쿠폰Katsushika Hokusai ㅣ'Under the Wave off Kanagawa' (1831)


추석 하루 전 날 장을 본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더구나 그 장소가 대형 마트라면? 그것은 주차장에 들어서보지도 못하고 몇 백 미터 전부터 길게 꼬리를 문 차들의 행렬에서 한동안을 시간을 보내고 주차를 하기 위해도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0분이 넘는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고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곳에서 대기하다 마침내 예상했던 차가 출차해서 이제 우리 차례다, 라고 생각했던 순간, 얌체 같은 차가 쏙 주차를 해버린다. D는 “아니 저 사람 뭐 하는 거지?” 라고 어이없어 할 때 조수석에 앉은 L은 굳이 손을 뻗어 경적을 울리고 창문을 내린다. “아저씨, 저희 기다리고 있던거 안 보이세요? 한참 기다렸다구요!” 아저씨는 웅얼웅얼 거리더니 다시 차에 타고 차를 뺀다. “너 그러다 진짜 큰 일 나, 좀 기다리면 되지.” “아니,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뭘 더 기다려? 저 아저씨가 노매너에 완전 이상한거지!” L은 분노한다.


2014년 4월15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다음 날인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인근 바다에서 침몰했다.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의 사망자와 미수습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을 앞둔 국가에서 일어난 후진국형 사고였다. 2018년 8월 선체조사위원회는 1년 4개월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유가족들이 원했던 정확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고 L은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아직도 너무나 카지노 쿠폰 난다.


같은 상황을 겪어도 어떤 사람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폭발하고, 어떤 사람은 차분하다. 같은 기분 나쁜 말을 들었어도 뭘 그 정도로 화를 내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앙심을 품는 사람도 있다. D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저러다 화병이 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함께 한 시간이 길면 닮아간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D는 화를 덜 내는 사람, L은 욱 하는 사람이다. D에게 너는 왜 화가 안 나냐고 물었더니 화가 안 나겠냐고 반문카지노 쿠폰. 다만 화를 내서 상황이 바뀌지 않는데 성질을 내서 무엇 하냐고. 몰랐던 사실도 아닌 그 대답을 듣고 나니 L은 새삼 본인이 미성숙한 인격체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언짢고 못마땅한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야 분노해도 아무것도 바뀔 게 없겠지.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이태원 참사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은? 누군가 분노하지 않고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화’라는 책에서 틱낫한은 화를 감자에 비유카지노 쿠폰. 시간을 들여 충분히 익혀야 카지노 쿠폰고. 처음에 화는 날감자와 같다고. 날감자를 먹을 수는 없으니 감자를 요리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듯이 화를 잘 처리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얼마 전 수업 시간에 화를 푸는 자기만의 방법에 대해서 작문을 했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본인들만의 비법으로 주기율표 외우기, 비포장도로에서 자전거 타기, 달리기 등을 꼽았다. 아이들은 언짢아지는 순간, 물리적으로, 공간적으로 거리를 둬야함을 본능으로 느끼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려 했다. 책에서 읽어왔던 이론과도 통카지노 쿠폰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얘들이 어른보다 낫구나, 자기가 화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 그 불편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노하우도 벌써 찾았구나, 싶어 L은 또 반성하게 된다.


D처럼 화는 나지만 의미 없는 감정 표출은 자제하고, 중학교 친구들처럼 자기만의 비법으로 화나는 순간에서 빗겨갈 수 있다. 이처럼 화는 분명 잘 다스리고 다루어야할 감정이지만 동시에 꼭 기억하고 품어야 할 기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분노함으로써 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더 나은 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그 강도가 퇴색카지노 쿠폰. 화가 나는 순간에는 내 몸에서 화르르 불길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지만 그때뿐이다. 그 찰나를 잘 넘겨 화가 전염되지 않게 하는 것도 우리의 안온한 일상을 지키는 방법이고, 불의에 대한 분노는 절대 사그러들지 않도록 하여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살만해지게 만드는 것도 또한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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