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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Feb 17. 2025

'왕따'의 무료 카지노 게임

책 읽는 이야기

‘왕따’의 무료 카지노 게임


장편 동화를 읽었다. 내년부터 하루 한 편씩 읽고 감상 쓰기를 하자 다짐했고 이왕 시작하는 것 작정한 김에 하자는 심산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감상을 적기 시작한 아홉 번째 동화다. 작가는 이윤학 시인으로 시집을 많이 냈고 산문집과 동화도 여러 편 쓴 기성 작가이다.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작품이나 글을 거의 접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우연히 읽게 되었다. 책을 읽다가 가슴 뭉클하고 마음이 아려와 잠깐씩 끊어 읽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섬세하고 아릿한 문장들이 여러 페이지에 배치되어 그 자리마다 쉬며 마음을 추슬러야 했기 때문이다. 동화가 이리 깊어도 되나.


동화 속 주인공 미나는 5학년이다. 아버지가 괌으로 발령받아 가족과 헤어져 지내고 엄마와 오빠는 시골 할머니 집으로 이사 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학을 자주 다니며 사귀던 친구와 이별하는 게 힘들다는 걸 경험한 후론 새로운 친구와 사귀지 않으려고 한다.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도 그런 마음은 여전했다. 처음엔 관심을 보이며 궁금해하던 아이들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끄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힘깨나 쓰는 짱가란 아이가 미나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미나의 냉랭한 반응에 벼르는 일이 생기면서 상황을 안 좋아졌다.

짱가 패거리들에게 날마다 괴롭힘을 당하며 점점 우울해지고 그 아이들에게서 피하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은 괴롭기만 하다. 알레르기로 인해 학교 급식을 하지 못하고 싸간 도시락을 학교 밖 언덕에서 홀로 먹는 미나는 그곳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난다.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다르게 속이 깊다는 걸 알게 된 미나는 언덕 아래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가고 할머니와 속무료 카지노 게임을 털어놓으며 지낸다.

선생님이나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속무료 카지노 게임까지 말하며 할머니에게서 위로받으나 학교에서 생활하는 건 여전히 힘든 날, 우연히 할머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자신과 할머니가 닮은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미나가 그린 그림을 짱가 일행이 가져가 빼앗고 뺏기는 과정에서 선생님께 들키고 패거리들이 혼나는 과정에서 선생님께 엉덩이를 맞는 짱가를 대변해 자신도 잘못이 있다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그 일로 인해 짱가는 괴롭힘을 멈추고 미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상황에서 벗어난다.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단어는 섬뜩하다. 미나가 겪는 괴롭힘에 대처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하다. 왜 참기만 하지? 선생님께 말씀드리거나 엄마에게 얘기해야 하지 않나? 중학생 오빠도 있는데 도와달라고 말하면 해결될 만도 한데 왜 버티며 견디는 걸로 해결하려는 걸까? 계속 의문이 뒤따랐다. 그러나 그건 독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일 뿐 미나의 입장에선 그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 파란색 대문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가 자신처럼 외롭다는 걸 알게 되고 마음을 털어놓으며 위안을 받는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말한다. 친구와 이별하는 게 힘들어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 모습은 어쩌면 가장 비겁하고 나약한 방법이었다는 것. 이별하며 마음 아파하는 것도 단단해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


동화는 무료 카지노 게임로 인한 피해나 아픔을 말하는 게 아닌 스스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알려주는 듯했다. 동화의 구조와 주제가 잘 드러나 읽으며 미나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고 설득된다. 하지만 짱가와 그 패거리들은 소탕되지 않은 채 여전히 힘을 과시하는 듯 보여 조금 찜찜했다. 한편 그런 마음도 들었다. 그런 아이들은 여전히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니 동화 속에서 벌 받게 한다고 달라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미나처럼 당당히 맞부딪치며 해결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겐 분명 도움이 필요하다.


무료 카지노 게임 중에서

인촌아, 너 그거 알고 있니?

민들레는 꽃씨가 되어 날아갈 때,

자기를 뿌려 준 민들레에게 돌아가지 않아.

자기 스스로 한 송이 민들레가 되는 거야.

나는 네가 그렇게 용감해지면 좋겠어. (176p)

"친구란, 무거운 무료 카지노 게임을 덜어 주는 사람이야." (204p)


"벌써 이럼게 큰 거야...... 나, 너무 바빠서 너 크는 것도 몰랐어."

"그래서 나 그동안 되게 섭섭했어."

"...... 아프면 아픈 만큼 크는 거야."

"엄마. 나는 그게 참 슬퍼. 내가 크면 엄마는 늙는다는 거 말이야. 엄만 안 그래?"

"그게 꼭 슬픈 것만은 아니야. 나이 들면서 네가 크는 걸 지켜볼 수 있잖아." (216~217p)

"사람들은 자기가 받은 상처는 오래도록 기억하는데, 자기가 준 상처는 금방 잊어버리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에게 상처를 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 자기 무료 카지노 게임에 박힌 못은 아픈데, 남의 무료 카지노 게임에 박은 못은 아프지 않기 때문인 게야." (223p)


나는 뿔 달린 망치로 플라타너스에 박힌 못을 뽑으려고 했지만 못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못을 뽑으려고 할수록 플라타너스 껍질에 새로운ㅈ상처가 생겼다. 플라타너스에 박힌 못은 어느새 플라타너스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내가 잊은 사이, 플라타너스는 못을 끌어안고 자라 있었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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