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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냥 Mar 21. 2025

통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그릇

살아가는 이야기

“엄마, 이걸 어떻게 해?”

“들통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넣고 소금 뿌리면 걔들이 죽을 거야. 그러면 거기 있는 호박잎으로 박박 문질러 씻어서 물 붓고 고추장이랑 된장 넣고 한참 끓여. 마늘이랑 양념도 넣고. 아 참, 청양고추도 적당히 넣어라.”

전화로 받아 적은 엄마표 얼큰한 추어탕 레시피. 까짓것, 적은 대로만 하면 못 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엄마의 표현대로라면 뚝딱 만들어질 것만 같았다. 살아생전 첫 추어탕 요리라니.


그 시절 아버지는 논물 흐르는 곳에 밤새 통발을 대어놓았다. 다음날 새벽에 가서 통발 가득 들어있는 미꾸라지를 가져와 뒤꼍 함지박 안에 모아 두었다. 그래야 진흙을 뱉어낸다나. 그중 제법 토실한 것들은 골라 장날 내다 팔고 잔챙이는 엄마의 손맛으로 혀끝 얼얼한 추어탕으로 끓여졌었다.

결혼 후에 아버지는 내가 집에 간다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미꾸라지를 잡아들이곤 했다. 그때만 해도 논물로 끌어 쓰던 동네 냇물이 오염되지 않았을 때다. 그렇게 잡아들인 미꾸라지는 우리가 도착한 날 밥상 위에 올랐다. 구수한 맛이 아닌 얼큰한 맛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머리 맞대고 먹다 보면 이마와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힐 정도로 속이 확 풀리곤 했다.


통 안에서 꿈틀거리는 어른 손가락보다 길고 굵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각오를 다져도 손으로 만지기엔 징그럽다. 그래도 해결해야지. 적진에 출두하는 장군처럼 결의에 찬 모습으로 앞치마를 둘렀다.

엄마가 일러준 첫 번째 관문은 들통에 미꾸라지를 쏟아붓고 굵은소금을 듬뿍 뿌린 뒤 들통 뚜껑을 닫는 것이다. 그대로 시연했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잠시 뒤 우당탕 소리와 함께 들통 뚜껑이 주방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흩어져 꾸물거리는 미꾸라지 무리는 말 그대로 끔찍한 현장이었다. 으악! 이걸 어쩌나. 괴성을 지르며 방으로 도망쳤다. 방에서 tv를 보던 남편이 내 괴성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주방에 가봐. 난 몰라. 저걸 어째. 가슴이 벌렁거렸다.

주방으로 나간 남편도 기막히긴 똑같았다. 남편이 미꾸라지를 통에 주워 담고 있을 때,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 미꾸라지가 통 밖으로 다 튀어나왔어. 어떻게 해? 엄마는 기도 안 찬다는 듯이 말했다. 뚜껑을 꽉 누르고 있어야지. 주방 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미꾸라지와 사투를 벌이는 남편의 모습은 내가 봐도 어설퍼 조금 우스웠다.

손으로 잡기엔 너무 미끄러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였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란 이름을 지었나 싶을 만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을 겨우 들통에 주워 담았다. 다시 소금을 뿌리고 뚜껑을 덮고 손목이 얼얼할 정도로 꽉 눌렀다. 세상에나, 그렇게 힘이 셀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들통 안에서 우당탕퉁탕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점차 잠잠해졌다.

한참을 끓인 뒤 엄마가 일러준 대로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와 온갖 양념을 넣고 비밀병기 같은 다시다를 넣어 간을 맞추었다. 그런대로 먹을 만한 맛의 얼큰한 추어탕이 완성되었다. 엄마의 손맛처럼 깊고 구수하고 얼큰하진 않았지만, 생전 처음으로 살아있는 걸 내 손으로 직접 요리한 역사적인 아니 끔찍한 날이었다. 이후 다시는 미꾸라지로 무언가를 만들 엄두는 내지 않는다.


엊그제 남편과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얼큰한 맛이 쏙 빠진 구수한 맛.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 해도 내 입맛엔 맞지 않는다. 얼얼한 맛을 느끼려 산초를 듬뿍 넣어도 엄마의 칼칼한 손맛은 나올 수가 없다. 몸보신하는 걸로 만족하자며 국물만 홀짝였다. 따뜻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추위에 얼었던 몸을 덥힌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시리다. 추어탕 그릇이 비워질수록 마음은 점점 더 얼어붙는다. 엄마표 얼큰한 추어탕 한 그릇이 간절해지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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