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할매요
할머니는 단호하셨다.겨우 9살인 손자가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절대 학교를 보내지 않으셨다. 밥상 앞에 앉아 먹기 싫다고 맛없다고 엉엉 울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셨고 목소리 높여 말씀하셨다.
“엄마가 안 키우고 할매 손에 자라서 작고 말랐다는 소리 들으면 안 된다. 밥 먹고 학교 가!”
작고 둥근 접이식 밥상에는 거의 매일 아침 카지노 게임이 올라왔다. 어린 나이였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걸 알아서 - 부모님께서 돈 문제로 다투시는 모습을 워낙에 많이 봤던 탓이다 - 비싼 반찬을 사달라고 떼쓰지는 않았다. 그래도 평화시장에서 사온 천 원짜리 나물무침 말고 달걀 물을 입힌 햄과 노릇하게 구운 돈가스가 먹고 싶었다. 근데 현실은 또 카지노 게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아침마다 눈물 콧물 카지노 게임을 함께 삼켰고, 그렇게 학교를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언제든 원하면 먹을 수 있는 카지노 게임이지만, 할머니가 해주신 그 카지노 게임은 없다. 살짝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쪽파를 썰어 넣고 끓인 '카지노 게임과 계란찜의 중간' 정도 되는 그것을 다시 먹어 보고 싶다.
사실은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사무치도록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