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근수근문화일기
일시 : 2025년 1월 16일(목)~20(월)
장소 : 일본 도쿄
"영감님의 영광의 카지노 쿠폰는 언제였죠?"
이 문장은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안 감독에게 다시 코트로 돌아가기 위해 한 말이다. '영광의 시대'라 함은,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기를 의미한다. 이 시대는 개인의 인생이나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일본 답사를 통해 일본의 '영광의 시대'가 언제였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과 개화기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하여 첫 번째 '영광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 후 원폭 투하와 패전 이후 전쟁 복구와 더불어 급성장을 이루며, 1980년대 버블 경제기까지 일본은 두 번째 '영광의 시대'를 경험했다. 물론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긴 불황기도 일본의 현재 상황이다.
이번 일본 도쿄 답사에서 첫 번째 '영광의 시대'를 엿볼 수 있었던 곳은 도쿄역과 도쿄국립박물관이었다. 도쿄역은 교통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서울역이 한국의 근대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인 것처럼 일본의 근대를 상징하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정면에서 바라본 도쿄역은 웅장하며, 서양식 건축의 위엄이 일본의 수도를 대표하는 철도역으로서, '그 시절 일본은 유럽 못지않게 번영했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도쿄국립박물관은 메이지 시대에 개관한 교토국립박물관과 나라국립박물관과 함께 일본의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박물관을 가다' 연재를 통해 이미 교토와 나라의 두 박물관을 방문한 바 있다. 교토박물관은 오랜 기간 동안 수도였던 교토의 역사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나라박물관은 일본 불교를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었다. 교토박물관은 주로 미술과 예술사 관련 유물을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으며, 동양관에서는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유물들은 대부분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수집된 것들로,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처럼 그 시절 일본을자랑하는 듯 전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처럼 도쿄역과 도쿄국립박물관은 일본의 근대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며 그들의 '영광의 시대'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식민지배의 역사를 생각하면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깨끗하지만 오래되고 낡은 시설들은 현재의 일본을 반영하며 그들의 현재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일본의 '영광의 시대'를 엿볼 수 있었던 곳은 국립서양미술관이었다. 방문 당시에는 모네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일본인의 모네에 대한 애정은 유난히도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모네의 작품, 특히 '수련'은 일본 우키요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의 정원에도 일본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일본인들이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특별전은 모네의 정원과 수련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또한, 상설전은 미술관이 기증 받거나 구매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작품들의 구매 시기는 대부분 1970~80년대로 일본의 전후 부흥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미국의 원조와 한국전쟁을 통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며 세계 경제 2위의 위치에 올랐고, 넘치는 자금은 서양 작품 구매로 이어진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구매한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미술관을 유지하고 전시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일본의 두 번째 '영광의 시대'를 볼 수 있었다.
일본의 두번의 '영광의 시대'를 모두 아울러 볼수 있는 것은 바로 맥주이다. 도쿄에는 아사히 맥주 본사와에비스 브루어리 도쿄 등 일본은 대표하는 맥주관련 공간이있다. 일본의 맥주는 메이지시대와 함께 시작했으며, 이후 파리만국박람회 등을통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쟁직후 침체된 경제에서 주춤하였던 맥주시장은 전후 호황기를 맞아 다시한번 확장의 시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경제로 인해 불황이 오자 맥주 산업 역시 긴 침체기를 격고 있다. 비단 이러한 모습은 맥주산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에서일본의 영광기과 침체기를 함께 해왔을 것이다. 일본은 답사하는 동안 특히 30년동안 정체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마 현재의 불황이전에는 가장 빠른 변화를 선도했을 일본은 이제는 30년전의 시계로 멈추어있어 빠른 변화의 우리나라와의 갭에서 더욱 더욱 차이나게 보여주었다. 그만큼 더 일본의 '영광의 시대'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 보였다.
일본의 두 번의 '영광의 시대'는 맥주 산업을 통해서도께 살펴볼 수 있었다. 도쿄에는 아사히 맥주 본사와 에비스 브루어리 도쿄 등일본을 대표하는 맥주 관련 공간이 있다. 일본의 맥주 산업은 메이지 시대에 시작되어 파리 만국박람회 등을 통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쟁 직후 경제가 침체되면서 맥주 시장도 주춤했으나, 전후 호황기를 맞아 다시 확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 경제의 붕괴로 맥주 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산업이 긴 침체기에 빠졌다.
비단 맥주 산업 뿐만 아니라일본은 답사하는 동안 사회전반적인 모습이 30년 동안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과거의 빠른 변화를 선도했던 일본이 이제는 30년 전의 시간에 멈춘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대조적인 모습은 빠른 변화의 한국과의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며, 일본의 '영광의 시대'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첨언 :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중심지인 아키하바라 만큼은 지금이 '영광의 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