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기_할머니 되는 나날
나는 주부로서 부족함이 많다.
결혼 전에는 엄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을 먹고 빨래도 엄마가 다 해주시는 카지노 쿠폰 생활을 했었다.
카지노 쿠폰데 결혼 후에는직장인에 더하여주부, 아내, 엄마라는 역할까지 해 내려니벅차고고달팠다.
그러나 나의 결혼 생활, 따지고 보면 단출한 가족 구성에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상황)은 기본이요, 맹모삼천지교의 정신으로하나뿐인 딸의 초중고 대학교 교육까지 집 앞에서 해결, '직주근접+학(學)'까지 도모한 매우효율적인 삶이었다. 카지노 쿠폰데도 여러 역할을 '잘' 수행하고자 했던 나는 스트레스가 많았고 특히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는주부 역할은 늘 자신이 없었다.
카지노 쿠폰 내가딸의 산후조리를 돕겠다고 미국에 와 있는데...
내 역할은 주로 음식 만들기에 치중된다.아기 돌 볼 일이 걱정되어 교육까지 받고 왔지만 그 일은 딸과 사위가 전담. 그 둘이 새내기 엄마 아빠로서 헌신적이고 정성스럽게 잘하고 있으니 나는 멀찍이서 도우미 정도면 충분한 듯하다.대신아기의 등장으로 폭탄을 맞은 듯한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쓰레기 등을 부지런히 치우며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은식사준비에 쏟고 있다. 카지노 쿠폰데...
음식 만들기.. 쉽지 않다.
미역국만 열심히 끓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왠 걸.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미역국, 그만' 이란다. 북엇국을 뽀얗게 끓여보았고, 서울서 들고 온 시래기 통조림을 딸에게 보여주니 된장 넣은 시래깃국을 만들어 달랬다. H마트에서 산 '사골국'을 왕창 섞어 곰탕 국물맛나는 된장시래깃국으로 또 하루를 넘겼다.
국도 국이지만 반찬도 걱정이다.딸이 출산하기 전에홀푸드마켓이나 H마트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무, 버섯, 고추, 양파, 두부, 양배추, 시금치, 파, 마늘 같은 야채를 사 오곤 했다. 터벅터벅 동네 마트에 걸어가서 그때그때 사 오던 서울과는 다르기 때문. 서울에서라면, 장 봐온 채소를 냉장고에 넣어두려면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된다, 잊고 있다가 상할까 봐. 카지노 쿠폰데 여기는 미리 '확보'해 두지 않으면 그게 걱정이다, 필요할 때 없을 수 있으니까. 한식 반찬을 위한 장을 보려면제법 먼 곳까지 자동차로 가야 하는데, 나의 발이 되어줄 딸은 산모. 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려는데발이 묶인 지 두 주가 지난 지금, 냉장고 야채 칸은 텅 비어있다. 이제는 냉동고를 뒤진다. 카지노 쿠폰데 파가 없어 걱정이다.
파.. 라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 생겼는데...
찌개를 끓여도 나물이나 겉절이를 만들어도, 고기를 볶고 지져도 파와 마늘은 늘 필요했다. 마늘은 그럭저럭 딸이 갈아서 얼려둔 것을 야금야금 쓰다가, H마트 갔을 때 간 마늘 1L들이 통이 있길래 냉큼 들고 옴으로써 당분간 근심 해결. 카지노 쿠폰데파는 대안이 없었다.
여긴 대파가 없다. 비슷해 보이는 것이 있긴 한데, 사탕수수 같이뻣뻣하여 선뜻 사게 되지 않는다. 대신 쪽파가 있다. 손질한 쪽파 대여섯 포기를 한 덩어리로 묶어 1불 정도의 가격으로 판다. 처음엔 두세 묶음씩 사봤는데 허무했다. 잎사귀 부분이 찢어졌거나 시들어 있기 일쑤. 손질하고 나면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아예 열 묶음을 샀다.카지노 쿠폰데 그때파 모종도 같이 샀다.
마음이 그랬다. 야채를쉽게 사지 못한다면 뒷마당에서키워 조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뒷마당도 있겠다, 이번 봄에 이런저런 카지노 쿠폰을 사다 심어놓으면, 나는 서울로 돌아가서 없더라도 여름쯤엔 다 자란 풋거리들을 딸네가 뜯어먹을 수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여기도 3월 말쯤 되니 봄 기분으로 들썩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에 자전거로 동네를 돌다 보면 잔디를 깎으며 꽃카지노 쿠폰을 심는 등 봄맞이가 틀림없는모습들이 눈에 띈다. 곧 출산할 딸을 졸라 카지노 쿠폰 팔 만한 몇 곳을 가 보았다. 우선 코스트코. 가보니 유실수만 팔고 있었다. 홈디포라는 곳도 있었는데 역시 나무와 꽃화분들만 팔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상추나 깻잎, 고추 같은 것을 키우기도 한다는데 그분들은 어디서 카지노 쿠폰을 사나? 씨앗을 직접 뿌리시나?
지금 서울엔 동네 꽃집에서조차 고추, 상추, 가지 같은 것들의 카지노 쿠폰을 팔고 있을 텐데...
그러던 어느 날, 안사돈과 친구들이 H마트에서 만나신다 하여 나도 끼게 되었다.
간 김에또 슈퍼 한 바퀴. 카트에 이것저것 담아 계산대로 오니 계산대 옆에 카지노 쿠폰 상자가 눈에 띄었다.
역시 H마트에서는 팔고 있었구나.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가 보니, 아이코, 파다 파! 얼마나 반가운지.
카지노 쿠폰데다 팔려나가고 딱 한 덩어리만 남아있었다.
아이들 아이스께끼 만드는 틀 같은 쪼그만 포트 6개가 한 세트였는데, 각 포트엔 여리디 여린 파가 몇 가닥씩 담겨있었다. 마지막 남은 거라서 카지노 쿠폰지 파 줄기가 영 시원치 않았다. 휙 버려도 괜찮을 듯한줄기는 가는 털실 굵기였고 길이는 10cm 정도? 그나마 똑바로 서지 못하고 거의 누워 있는 것이 어째 '잠자는 풀' 같았다. 그래도 어럽게 만난 파 모종이라 사겠다고 달려드니 안사돈께서 말리신다. 이게 어떻게 크겠냐고. 카지노 쿠폰데 옆에 계시던 안사돈의 친구분은 '된다, 된다. 집에 가서 잘 옮겨심으면 된다'라고 하시니 더는 주저 않고 계산대에 쓱 올려버렸다.
계산원은 상자를 옆으로 치우면서 그 안에 떨궈져 있던 파 한 포기를 내 것위에 툭 얹어주었다. 카지노 쿠폰데 그렇게 덤으로 받은 것이 내가 돈을 치르고 산 것보다 훨씬 상태가 좋았다. 아마 먼저 사간 사람들은 그 정도 굵기의 괜찮은 카지노 쿠폰을 가져갔을 것이리라. 어찌 되었든 마침내파를 뒷마당에서 키울 수 있게 되었으니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집에 와서는 밤이 늦어 땅에 심는 것은 내일 하기로 하고 일단 6개 포트하나하나마다 숟가락으로 물을 떠 넣어주었다. 자고 나면 누웠던 실파가 좀 일어날지도.. 기대하며.
이튿날 아침, 파 이식을 하려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물론 카지노 쿠폰삽 카지노 쿠폰 거는 없었다. 연장함을 뒤져 송곳과 쇠몽둥이로 땅을 팠는데, 이거 이거 이거...
뒷마당 그곳은 '흙'이 아니었다.그냥 잔디의 뿌리뭉터기가 펼쳐져 있는 곳?
땅이 파헤쳐지기는커녕뜯어내기도 힘들었다. 뒷마당 여기저기 잡초가 올라오고 이름 모를 야생화가 넘실 넘실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그 밑바탕은 그냥잔디 뿌리가 카펫처럼 있는 곳.아득바득 쟁반 크기만 하게잔디 뿌리를뜯어내고,포트에 담긴 파를 꺼낸 후 그속에 있던흙을 잔디 뜯어낸 자리 위에 뿌렸다. 카지노 쿠폰 뒤실 같은 파들을...
심었다. 아니 그냥 흙 위에 살짝 뉘이고 뿌리 부분이흙에 덮이도록 했다.
카지노 쿠폰데 어디까지가 뿌리인지...그냥 절반 정도를 땅에'묻어'주었다는 말이 맞겠다. 그리고 주문을 외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너희들은 일어서야 한다.. '.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며칠을 지켜보았다. 실 같았던 파 줄기는 내 기대만큼 벌떡 일어서지도, 쑥쑥 크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몇 줄기는 마치 잃었던 정신을 차리려는 것처럼 땅에서 약간 들리워지고 있었다. 며칠만 더 지켜보면벌떡 서 있는, 속이 채워지는 쪽파의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던 중에 딸이 출산을 한다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간 날은 물론 아기를 낳은 이튿날에도 아침에도 뒷마당에 있는 파에 물을 주며 조금씩 나아지는 '듯한' 모습을 확인하였다. 딸 출산사흘째 되는 날, 그날은사위가 일 때문에 병원에 있을 수 없다고 해서 내가 아침부터 가 있었다.그날 늦은 밤,사위의 차를 타고 집에오는데사위는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병원에서 밤을 세우고 낮에 일까지 하였으니 한국어 대화가 마냥 편하지 않은 그로서는 한마디 나눌 기운조차 없었을 것이다. 말없는 차 속 분위기에 더하여 밤 12시가 가까워지는 자동차밖의 캄캄한 풍경은 비가 오려는지 서늘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집에 도착하자 사위는자기 방에서 몇 가지짐을 챙기고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집을 지키는데...
혼자 밤을 보내기 이틀째. 피곤한 몸과 마음 때문이었는지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머리맡에 둔 태블릿을 들어 요즘 읽던미야베 미유기의 <비탄의 문을 다시읽는데,이게 연쇄살인과 관계된 판타지 소설. 안 그래도 마음이 스산한데, 소설의 분위기가 혼자 집을 지키는 나의 상황과 오버랩 되며 덜덜덜 떨게 만들었다.게다가그 밤에 바람은 왜 그렇게 부는지. 서울 같으면 태풍이 오려나 싶게 난리를 쳤다.
내가 미국에오기 며칠 전에도 토네이도가 연상될 정도로 큰 바람이 지나가 딸네지붕 일부가손상되었다고 했는데, 또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 될 정도. 모처럼 혼자 있는 밤에길게 독서 좀 하렸더니책도 무섭고,바람 소리도 무서워서오래 못 버티고 눈을 확 감아버렸다.
다음 날 아침,언제 카지노 쿠폰 바람이 있었냐는 듯 쾌청한 날씨.
여느 아침처럼 뒷마당 파들에게 물을 주려고 나갔는데...까 암 짝!!
무슨 영문인지 잠시 멍해졌다.
파들이, 나의 파들이...
있던 곳에 파들은 없고 흙만 보였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살피니 파로 짐작되는 초록색 풀 몇 조각이 여기 또 저기. 자리는 그대로인데 나의 파들은 다 어디로? 다시 이리저리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마른풀과 초록 풀, 그리고 나의 파였던 것으로 짐작되는 초록의 그것 등이 아무렇게나...
카지노 쿠폰데왠지 난도질당한 것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지난밤의 그요란했던 바람이 내 파 밭(?)을초토화시켰나? 카지노 쿠폰데바람의 소행이라면 뿌리째 뽑아야지, 절단 내고또 여기저기 흩뿌린 모습이라니...
어젯밤 읽던 책 속의 그녀, 낫을 등에 매고 다니던 그 여전사에게 처단을 당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일을 더는 길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날은딸이 퇴원하여 아기와 함께 집으로 오는 날.
할 일이 많았다.
미역국이 맛있게 끓고 있나 살펴야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하루에도 몇 개씩 도착하는 아마존 택배 상자들은 딸 내외가 얼른 보고 처리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현관 주변에 몇 켤레씩 나와있는 신발들도치우는데, 현관 앞이 마른풀과나뭇잎, 그리고 작은 쓰레기 조각들로 지저분하였다. 지난밤의 그 요란했던 바람이이 앞까지 이렇게 어질러 놓았구나 싶었다.얼른 비를 들고 쓸어내면서 다시 보는데...
아, 아, 아니이것들은 잘린 잔디풀 조각?
고개를 들어 앞마당을 살피니 어제까지도 잔뜩 피어있던 야생화들과 웃자란 잔디풀들이 싸아악 없어졌다.
맞다, 잔디를 깎았구나!
어제 잔디 깎는 사람들이 온다고 했지.
내가 병원에 가 있는 동안 앞마당과 뒷마당 잔디를 깎고 갔다는 것을 깜빡.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나의 파들이 어제 잔디 깎는와중에...
...절단이 났던 거로구나. 그랬구나!!
슈퍼에서 파는 것 못지않게 잘 키워 보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파들아,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