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윤혜미
카지노 게임 말이 안 들리나』- 윤혜미 작
희곡집『맥주 더 마실 거야』수록
러닝타임 15~20분
배우 총 4명 (여 2명, 남 2명)
순경 주현이 있는 카지노 게임에 보성, 미주, 기운이 찾아온다. 보성은 자전거 열세 대를 훔친 혐의로 잡혀들어왔다. 미주는 한강 다리 위에서 투신하려던 중, ‘도와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카지노 게임로 찾아왔다.기운은 자신이 담배를 훔쳤다며 카지노 게임에 자수하러 찾아온다.
보성은 열세 대의 자전거 중 마지막 자전거는 자신이 훔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미주는 술에 취해 주현에게 자신의 실연을 토로한다. 기운은 자신이 유능한 제약회사 연구원이었으나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생명윤리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탄한다. 조용했던 카지노 게임가 세 인물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그때 주현의 무전이 울린다. 사람이 심정지로 쓰러져 있다는 것. 그곳은 보성이 열세 번째 자전거를 훔치려다 실패한 곳이었고 기운이 담배를 훔친 편의점 앞이었다. 미주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쓰러진 사람 주위에 흩어져 있던 약이 수면제임을 알아챘고 기운이 바로 달려가 제세동기로 쓰러진 사람을 살려냈다. 카지노 게임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 인물이 이번엔 사람 하나를 살리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세 인물은 각자 흩어진다. 앞으로의 그들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다만 이날의 기억이 그들에게 특별히 남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카지노 게임라는 한정된 공간, 쉼 없이 이어지는 네 인물의 대화는 20분 정도 이어지는 이 극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각기 사연을 가진 인물들에게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처음의 행동들도 끝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게 되면서 희석된다. 오히려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 살아가고 때론 한번 찍힌 낙인이 평생을 가고는 한다. 카지노 게임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암울한 인생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자전거를 훔치려고 간 장소에서 사람을 구한 것처럼, 애인으로 인해 정신과에서 진료받았던 기억으로 약이 수면제임을 알아챘던 것처럼, 과거 제약회사에 있던 경험을 살려서 사람을 직접 구해냈던 것처럼 과거의 행동은 얼마든지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이 극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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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에디터 병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