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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숨 Mar 28. 2025

산불, 시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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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성큼 담을 넘었을 땐

뺨을 살며시 때리던

빗방울들이 굵어져

우산을 두드리고

개울이 되고

강으로 거세게 달려가

넘쳐오르듯

불씨는 모든 본능을

풀섶과 나무들로 향해

검은 손으로 당기고 조여

자비를 기대할 수 없는

소멸의 칼이 깊이 찔러오는

그 곳


연약한 생명들이 달려간다

얇은 피부가 녹아질 듯

얇은 폐가 찢어질 듯

마른 뼈 같은 걸음으로

지니고 가는 물


거친 호흡으로

들숨을 당기고

희고 검은 날숨을 하늘로

뿜어내며

타들어가는 것들


어느 뜨겁던 지옥의 시작은

작고 아름다운

손 안의 불씨 하나로 부터였다고들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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