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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Feb 27. 2025

남보다 못한 무료 카지노 게임

남보다 못한 무료 카지노 게임. 나와 아빠의 사이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사실 나는 아빠와 나쁘지 않은 사이였다. 정말로 그랬다. 30이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어도, 종종 아빠와 손을 잡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그런데 나는 아빠와 나를 남보다 못한 무료 카지노 게임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아빠와 사이가 멀어진 것은 내가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타인과의 접촉이 싫고, 타인과 너무 가까워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오랜 친구들도 나와 그 사이에 어떤 선이 존재한다. 더 가까워질 수 없는 그런 선.그게 내 천성이라는 걸 아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년 바뀌는 친구 관계를 보며 내가 마음을 깊이, 그리고 오래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나는 아빠에게는 나쁜 딸이었다. 살갑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애써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멀어지는 딸. 그게 나였다.

나는 그것이 아빠를 서운하게 할 줄 알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 천성을 어떻게 바꾸겠나. 노력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 본능의 문제였다.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발송되는 것이다. 그런 걸 나더러 어떻게 하겠나. 그런 내 본능은 아빠와 나를 남보다 못한 무료 카지노 게임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사건은 너무나 평범한 날에 일어났다. 나는 휴대전화로 쏟아지고 있는 업무 메시지를 감당해야 했고, 아빠는 내 방문을 열었다. 심드렁한 표정과 함께.

그 표정을 본 나는 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또 나에게 한 소리 하려고 왔구나.' 바로 짐작했다. 그럼에도 들어보려고 했지만, 휴대전화에서 나를 찾는 목소리들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둘 중 무엇이 더 먼저인지 고민하던 내 마음은 아빠의 말에서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 버렸다. 그리고 아빠는 방을 나가버렸다.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달랐을까. 아빠가 조금만 더 늦게 들어왔더라면 나는 아빠와 싸우지 않았을까. 아빠가 내게 좀 더 친절하게 말했더라면 나는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빠와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는 아빠의 마음을 공감해주지 못하고, 아빠는 그런 나를 서운하게 생각했다. 아빠와 내가 각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것은 더욱 심해졌다. 나는 아빠를 이해하는 날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갔고, 아빠가 서운해 하는 마음은 매년 조금씩 커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손을 잡는다. 마음에 응어리가 사라지지 않은 채로. 나는 그게 제일 이상했다. 나와 아빠는 지금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걸까. 손을 잡을 만큼의 사이인가. 내 마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빠는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 옆에 서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헌신과 배려라는 이름을 다르게 쓴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전혀 다르다.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장 아프고, 가장 무서운 존재가 가족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희생과 배려, 헌신을 바란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타인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고, 헌신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것 뿐이라는 것이다. 늘 그것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필요할 때 해줄 수 있는 몫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아빠에게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 가장 많이 상처를 받고 있다. 이런 걸 남보다 못한 무료 카지노 게임라고 부른다면, 아빠와 나는 현재 남처럼 사는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부디 이 글을 절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 글을 쓰며 가장 고통스러운 건, 아빠가 나를 더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더 나쁜 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아빠가 그냥 슬퍼할까봐 그게 걱정이 된다. 아빠와 나는 어떤 사이일까. 도무지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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