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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도서관 올라가는 길목에 꽃사태가 났다. 벚꽃과 개나리, 목련이 한꺼번에 피어서는, 서로 봐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사찰의 일주문이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듯이 이 도서관은 꽃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길이 열리는가 싶을 정도였다.
곳곳에서 탄성과 함께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대열에 합류했다. 꽃이 잘보이는 각도를 찾다가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보기도 했다.
화사한 봄꽃처럼 도서관의 책들도 마음속에 은은한 향기로 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꽃이 주는 기운이 다르다니까. 발걸음도 가볍게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치 꽃사진으로 통행증을 발급받은 것처럼.
필요한 책들을 찾았더니 모두 10권이었다. 사실 더 많았지만 1인당 5권씩만 대출이 가능해서 몇 권을 덜어냈다. 남편의 도서카드를 동원해서야 10권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다. 들고 간 장바구니에 주섬주섬 담으면서 자문했다. '다 읽을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고, 일단 책을 빌리는 것만으로도 짜장 곱빼기를 바닥까지 싹싹비운기분이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책가방만크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시험기간에 베고 자는 한이 있어도 자습서가 가방에 들어있으면 든든했다. 지금도 그렇다. 작업 전에 관련 자료들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안심이 된다. 책상 위에 빈자리가 안 보일 정도로 자료더미가 쌓여 있기만 해도, 머릿속에 저장되는 듯 착시가 생긴다. 필요한 순간,손만 뻗으면 닿을 위치에 종이뭉치가 있어야 불안하지 않다. 그 '순간'이 언제 올진 몰라도.
자연히 정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이 고루한 작업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이제는 습관으로 받아들인다. 묵직한 안정감을 꾸역꾸역 짊어지고 도서관을 나왔다.
옆에서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나 됐을까?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깐닥깐닥 발장난을 쳤다.
"너 그러면 안돼, 똑바로 걸어."
"똑바로 걷고 있잖아."
"아니지, 장난치고 있잖아, 엄마가 다 보고 있어."
"....."
"그래도 말 안 듣지? 엄마는 너랑 같이 안 갈 거야."
"......"
결국 그녀는 아이 손을 놓고 혼자 계단을 내려갔다. 완고한 엄마였다. 시무룩해진 아이는 그제야 리듬 타기를 멈추었다. 어른들처럼 심심하게 걸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다 바로 옆에서 그 장면을 보게 된 나는, 아이 손을 대신 잡아주고 싶었다.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할까. 아니면 발모아서 한 칸씩 뛰어가기를 해보자든지.
젊은 엄마에게 훈수를 두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어린아이가 도서관까지 온 것만 해도 기특한데 칭찬은 못해줄 망정, 저렇게 원칙을 고수해야만 할까. 도서관 오가는 길이 즐거워야 책이랑 친해질텐데... 작은 원칙을 강요하느라 큰걸 놓쳐버린 그녀가 답답해서 속이 터지던 순간, 홀연히 보였다. 10여년전의 내가 계단에 서 있었다.
나는 육아를 책으로 배웠다. 책에서 아니라고 하는 건 안된다는 주의였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책으로만 되는 게 아니었다. 활자로 예견하지 못한 변수와 돌발 상황들이 끝도 없었다.
그때마다 원칙을 되풀이하는 꽉 막힌 엄마가 바로 나였음을 고백한다. 게다가 맞벌이하면서 하루하루 종종 거리느라 진득하게 아이 마음을 헤아릴 새도 없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려가면 아이도 열심히 따라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결승점을 빠르게 통과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같이 손잡고 한 걸음씩 걸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모르고 지나왔다.
그래도 딸은 둘째라 그런지, 키우는 나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지금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구석이 많고 교감이 자연스럽다. 고마운 일이다.
헌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좀 달랐다. 시행착오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여태미안하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곤 하지만 더 살폈어야 했다. 부족한 엄마였던 나를 사과하고 싶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늦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이었다. 무슨 일인가로 잔뜩 화가 나있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달래주고 싶었지만 공감에 서툴렀다. 단지 내 방식대로다가가려했을 뿐. 마침 봄이었고, 벚꽃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벚꽃 이파리를 잡겠다고, 팔을 휘적이며 말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이거 봐봐, 엄마가 금방잡았다!
이거 너 줄게."
그렇게 하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웃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림없었다.
"으휴, 몰라, 엄마는 맨날 이런 식카지노 게임 사이트."
토라진카지노 게임 사이트은저만큼 앞서 가버리고 나는 털레털레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몇 달 뒤, 용돈을 넣어주려고 아들의 지갑을 열었을 때였다. 신분증 넣는 칸에 작은 동그라미가 보였다. 오래전 그날,내가 준 벚꽃 잎이었다. 이걸 간직하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심장에서 꽃망울이 터지고 나비가 날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엄마 마음을 다 알고 있었구나. 엄마만 몰랐네. 바보같이.
그로부터 10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긴 터널을 지나왔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속울음을 삼킨 세월이었다. 그때마다 초조했고 사실 지금도 온전히 느긋하진 않다. 조바심 나는 순간도 많다. 그래도 마음을 다독이며 기다리는 중이다. 곧 너의 계절이 올 거니까.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늦었지만 믿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자신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내가 카지노 게임에 글을 쓴다고 했더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말했다.
"엄마, 내 얘기 써볼래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편 나올 걸요?"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나도 같이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스스로 단단하고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을 때, 써보리라 마음먹는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될지도 모를 우리의 이야기를 꺼내보리라고.
'숨은마음찾기'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뭔가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만 같아 시작한 글쓰기였어요. 오래 망설인 도전이었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올까 봐 걱정도 많았습니다. '결과만능주의자'답지요. ㅎ
브런치의 유명한 작가님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남이 보고 싶어 할 이야기를 쓰라고 하셨는데, 저는 제가 하고픈 이야기만 줄창 썼습니다. 주의할 게 너무 많아서 부제에 아예 '주의'를 달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면 또 제 얘길 하고 있더라고요. 쌓인 것들을 여한 없이 풀어낸 자리였습니다.
'숨은 마음'을 찾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놓치고 살던 제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충전된 기분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멈추어서 아쉽지만 이만큼 온 게 어디야 싶기도 해요. 새록새록 감사한 순간들이 정말 많거든요. 부족한 글을 구독, 응원해 주시고, 애정 어린 댓글과 라이킷을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닿았습니다.
모르는 누군가와 이런 친밀감을 나누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힘들 때마다 꺼내볼게요.
이토록 감사한 마음 가득 안고 방학에 들어갑니다.
개학날 다시 뵙겠습니다.
